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autiPo May 02. 2018

#06. 스무살에게만 있는, 강하고 눈부신 에너지.

- 서른살의 교대 새내기 라이프 -

2018.4.2(월) / 교대 입학 36일차.


학생증을 발급받았다. 내게는 두 번째 대학 학생증인 셈이다. 학생증 사진 속 나는 흰 자켓에 연분홍 원피스를 받쳐 입고 옅은 미소를 띄고 있다. 스물 세살에 대학 졸업사진으로 찍은 사진이었다. 


스물 다섯 살에 나는 이 사진을 입사지원서에 붙여 제출했었다. 스물여섯에 이 사진은 목에 거는 사원증에 인쇄되었다. 스물 아홉 살에는 두 번째 대학의 입학지원서 사진으로 쓰였다. 그리고 서른 살에는 드디어 학생증에 실리게 된 것이다.


사진 속 모습과 지금 모습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그 사이의 세월이 벌써 7년이다. 이 사진은 나와 7년 간 고락을 함께하며, 첫 번째 대학을 거쳐 직장생활을 거쳐 두 번째 대학에 오기까지의 여정에 동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 속 나의 나이가 여전히 이곳 스무살 새내기들보다 세 살이나 많다는 것이 우스웠다.




일요일인 어제는 만우절이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오는 월요일에 모두 교복을 입고 등교하며 만우절을 기념했다. 3수생이라 교복 입기가 겸연쩍었던 친구는 예쁜 생활한복을 입고 오기도 했고, 군대를 전역한 남자 동기들은 군복을 입기도 했다. 물론 나는 교복을 입지 않았다. 


마치 어제도 그제도 입었던 것처럼 고등학교 교복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동기들을 보니 나이차가 새삼 크게 느껴진다. 10년 전 새내기 때에는 나도 만우절에 교복을 입었는데, 그게 벌써 10년 전인 것이다. 





교복을 예쁘게 차려입은 아이들은 노오란 개나리꽃을 배경삼아 단체사진을 찍었고, 또 삼삼오오 얼굴을 맞대고 사진을 남겼다. 사실 생각해보면 아무 날도 아닌데, 이벤트를 만들고 즐기며 들뜬 그 모습들이 너무 귀여웠다.


이 아이들은 무슨 말 한마디만 해도 꺄르륵꺄르륵 뒤로 넘어가게 웃는다. 그 모습이 너무 예쁘다. 예전 이십대 초반에 나를 보고 "예쁘다"고 하는 언니오빠들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이제야 알겠다.


TV에 나오는 연예인처럼 미모가 출중해서 "예쁜" 그런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통통하든 말랐든, 남자든 여자든, 키가 크든 작든 상관없이 스무살들만이 뿜어내는 에너지 같은 것이 있다. 


나도 고작 서른 살 밖에 안 되는 주제에,'젊음이 아름다움이다' 같은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스무살에서 몇 해만 더 살아도, 고민이 많아지고 세상 사는 어려움에 대해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경험하기 시작하고 이 에너지는 사라진다.


12년을 교실 안에만 있다가 처음으로 뭐든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은 스무살. 성인으로서의 권리는 있지만 아직 진짜 자기 삶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는 없는 스무살 대학생 새내기. 그 때에만 가질 수 있는 강하고 눈부신 에너지가 있다.


나도 스무살엔 그랬었을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서른 살의 교대 새내기 라이프, <나의 꽃같은 날들>


☞ 연재 안내


☞ 이전 편 보기

☞ 다음 편 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