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보던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의 내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얼굴이 왜 이렇게 변한 것 같지? 앞머리는 언제 이렇게 자라서 지저분한 거야?'
남들은 내게 '넌 왜 이렇게 변하질 않냐'라고 하는데,
거울 속의 나는 미세하게 많이 변해있었다. 기분 탓인지, 세월 탓인지, 신체적인 변화 탓인지, 나 같지 않은 낯선 여자.
내가 나를 낯설어하는 묘한 광경.
메이크업을 하면 내가 알던 내 모습이 보일까, 이것저것 덧발라봐도 이게 아니다. 왜 이럴까. 나는 어떤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걸까.
눈을 찌르는 앞머리를 잘라야겠다. 요 며칠 못 먹고 잠도 못 자서 홀쭉해진 볼살도 좀 찌우고, 화사한 봄에 어울리는 원피스도 입어야겠다. 그럼 나 다워지는건가..?
한없이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본다. 그제야 내가 조금씩 보인다. 색조를 덧칠하지 않아 창백한 얼굴도, 많이 길어서 단정치 못한 앞머리도, 홀쭉해진 볼살도, 모두 나다. 내가 알고 있던 그대로의 나.
낯설 것도 익숙할 것도 없는 오늘의 내가, 나에게 말했다.
"잘 견뎠다. 이제 웃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