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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May 06. 2018

<아빠, 식사하세요>
우리 아빠가 최고였다

편집자 서문

이제는 핵가족 시대를 지나 나 홀로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족 간의 대화시간도 자연히 줄어들었다.

비록 통신 기기와 환경은 쉼 없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가족 간의 대화는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한편 지옥 같은 출퇴근 시간을 피하기 위해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뒤로하고, 새벽같이 집을 나서는

아빠들은 휴대폰에서 함박웃음을 웃고 있는 아이의 사진을 보며 미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주말이 되면 일주일 동안 지친 심신을 충전하느라 늦잠을 자거나 겨우 가족들과 나들이를 떠나도 밀리는

차들 속에서 근심만 늘어간다. 그나마 미안하고 안타까운 아이들에게 바람을 쏘이며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이고 있는 이 순간만큼은 이만한 봉사라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여기기도 하지만 그 사이에도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업무는 아빠들의 가슴을 더욱 무겁게 한다.    


저자와 나의 만남은 마치 응당 치러야 할 운명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머뭇거렸던 것인지, 아직은 때가 아니었던 것인지 닿을 듯 닿지 않는 애매한 거리가 조바심을 느끼게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우리는 만나게 되었다. 그리촉이 좋지 않은 내가 상상만으로 그려 보았던 저자는

이상할 정도로 나의 예감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그렇다,라고 결론이

나버렸다.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저자도 그러하기를 바랐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자는 지금의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별것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가제를 듣자마자 이 책은 내가 출판하겠다고 말했다.

어쩌면 상황은 드라마틱했고, 그래서인지 우리 둘은 멋쩍은 미소를 서로에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이미 의심의 여지도 없이 제목은 확정되었다. ‘아빠, 식사하세요’라고 말이다.


나도 한 아이의 아빠이지만 아빠라는 존재와 의미가 과거와는 사뭇 달라짐을 느끼고 있었고,

가정에서의 권위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날이 ‘아빠는 돈 버는 기계’라는 한탄의 목소리를 심심치 않게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빠에 관한 책을 구상하고 있던 터였다.  

  

소소한 이야기까지 나누면서 저자가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대단했다.

나보다 나이는 어렸지만 여유가 묻어났다. 그 무렵 저자가 내게 물었다.


“이 책이 요리책이 아니란 건 아시죠?”


당연히 알고 있었다. 요리책이었다면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저자는 혹시나 요리책이라고 생각하며 출판을 제안했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사실 나는 ‘아빠, 식사하세요’라는 가제를 듣고 나서 이 책은 ‘소통’에 관한 책임을 직감했다.

아니 그랬으면 하고 바랐다.


식탁이나 밥상을 사이에 두고, 정갈하게 만든 음식을 나누면서 대화를 하고 있는 아빠와 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그리고 사내아이를 키우고 있는 내가 “아빠, 식사하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떨지 막연하게 상상해 보았다. 자녀가 함께 대화하며 소통하자고 제안하는데, 무뚝뚝하게 “너나 먹어라.”라고 말하는 아빠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얼마나 행복한 제안인가.


누구나 한두 가지쯤은 부모님께 야속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부모가 되어야 알 수 있는,

자식의 야속함을 알면서도 그리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을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느끼게 된다.


오늘부터라도 아빠께, 아니 부모님께 “식사하세요!”라고 사랑을 전해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도 부모님과 나누어 보자.

또는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술도 한 잔 하면서 부모와 자식 간의 돈독한 인연을 음미해 보자.

그렇지 않은 아빠들도 많지만 적지 않은 아빠들은 과묵하다.

더구나 자녀를 성인으로 키워 오신 아빠들은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아빠들은 알고 있다. 한없이 사랑스러운 자녀가 아빠인 자신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저자와 같이 조촐한 밥상이라도 마련하여 외쳐 보자.


“아빠, 식사하세요!”


모쪼록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세상에서 제일 괜찮은 아빠가 바로 우리 아빠라는 사실을 일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랑으로 가득한 맛있는 밥맛은 덤이다.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9119600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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