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뷰티펄 Jan 05. 2019

한참 동안 선물을 풀어보지 못했다

1월 5일


주말 오후,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도착했다.     


“택배 문 앞에 두고 갑니다.”    


자주 방문하시는 택배기사님은 굳이 내가 문을 열고 나가지 않아도 항상 이렇게 해주신다. 나름의 배려다. 내가 받을 택배가 있나 생각해보니 주문한 물건이 없었다. 뭘까.    


제주에서 선물이 도착했다. 몇 달 전 북 콘서트를 위해 제주에 갔을 때 방문했던 식당 사장님이 보내주신 선물이었다. 한 해 동안 사랑과 감동을 주신 분들에게 준비한 선물이라며 나를 기억해주셨다. 한 번에 다섯 가지의 제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한상차림의 메뉴와 친절한 사장님, 그리고 아담하고 제주스러운 식당의 분위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곳이다.


제주 여행 책을 출간하고도 관광명소나 맛집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개인의 취향’을 이유로 대부분 거절하던 내가 이곳은 주변 지인과 블로그 이웃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했다. 그렇다고 대단한 홍보가 된 것도 아니고 아주 조금 소문을 내드린 것뿐이다. 그게 고맙다고 손수 선물을 준비해서 보내주셨다.


얼마 전, 사장님께서 주소를 물어보셨을 때 나는 농담 삼아 말씀드렸다. 제주에서 오는 건 물 한 통, 귤 하나라도 좋으니 제주의 공기를 듬뿍 담아 보내달라고.     


택배 상자를 받아 들고 한참 동안 선물을 풀어보지 못했다. 제주의 냄새가 그리워서, 그리움을 조금 더 품 안에 가까이 두고 느끼고 싶었다. 막연했던 제주에 대한 그리움이 바다와 오름을 지나 음식과 사람으로 까지 이어졌다.     


몇 번을 쓰다듬던 택배 상자를 저녁이 되어서야 풀어보았다. 제주의 공기와 우도땅콩, 전복내장으로 직접 담근 게우젓, 제주 감귤 캔막걸리를 담아 보내주셨다. 언제부턴가 선물을 받으면 내가 이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한다. 그만큼 주변에 베풀고 살았는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새해부터 과분한 선물을 받았다. 바다 건너 제주에서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마음에 긴 여운이 남는 하루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매일 처음을 살아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