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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an 19. 2019

꽃이 피면 만나자

1월 19일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집어 든 책에서 다산 정양용의 ‘시 모임 스케줄’을 읽었다.    



살구꽃이 피면 모이고,    

복숭아꽃이 피면 모이고,    

한여름 참외가 익으면 모이고,    

초가을 연꽃 구경을 위해 모이고,    

국화가 피면 모이고,    

겨울철 큰 눈이 내리면 모이고,    

연말에 화분에 심은 매화가 피면 모인다.   


 

나도 모임 스케줄을 이런 식으로 잡고 싶다. 그 꽃이 만개한 곳에서 꽃에 어울리는 차와 음식을 준비하는 꽃 같은 만남. 거기서 각자 가슴속에 간직한 문장들을 꺼내 읽어준다.     


헤어질 땐 “꽃이 피면 만나자.” 인사 나누며 서로에게 향기를 남기고 떠난다. 묵묵히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 불현듯 창밖을 봤을 때 꽃이 피면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 나간다. 연락하지 않아도 꽃이 핀 곳에서 시와 함께 다시 만난다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을까.    


요즘 시대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상상만으로도 꽃밭에 있는 느낌이다.

시집과 꽃, 사람을 착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
내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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