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은 요즘 글을 왜 쓰시나요. 저는 1월쯤이었나, 2월쯤이었나 심심할 때마다 블로그에 에세이를 쓰곤 했는데, 누군가 거기에 매번 정성스레 댓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지금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신 배가본드님이셨죠. 별 것도 없는 제 글에 "청아하다"는 표현까지 써주시는 그 마음이 저를 막 글쓰게 했습니다. 그렇게 한창 글을 열심히 쓰다가, 별 것도 아닌 계기로 잠시 중단하게 되었어요.
알바 용돈으로 연명하고 살아가고 있던 저에게 하루는 친오빠가 밥을 사주겠다며 카톡이 왔습니다. 저야 얻어 먹는 건 언제나 환영이니, 썩 보고 싶진 않은 오빠라도 한걸음에 달려 나갔죠. 밥을 먹으며 사는 얘기를 하는데, 제가 어머니께 학원비 30만원을 달라고 했다가 '이번엔 엄마가 내주는데 다음부턴 네가 내라'는 말을 듣고는 알바를 하나 더 구했다는 근황을 전했어요.
그러자 친오빠가
"엄마한테 학원비 받아서 취업이든 뭐든 준비하고 싶어하는 건 네 욕심 아니냐?" 하더군요.
저는 그 말이 어찌나 서운했는지 검은 모자 아래로 눈물을 숨기며,
허겁지겁 초밥만 배에 집어 넣고 집에 돌아와 하루종일 잠만 잤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어쩌면 그때 저는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콕 집어 두 눈 앞에 보여주니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그날 이후로 일단 돈을 벌자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가족이고 핏줄이고 뭐고, 나를 이해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던 거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던데 괜히 얻어 먹으러 나갔다고도 후회했습니다. 나의 힘듦을 섣불리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지 말자고 다시금 다짐하는 날이었습니다. 나의 고군분투는 누군가에게 그저 투덜거림으로 들릴 수도 있으니까요.
요즘 저는 있던 돈은 다 유튜브 장비에 털어넣고, 아침 저녁으로 무인 인생네컷 가게를 청소하며 살고 있습니다. 시간이 남는 평일에는 국비지원으로 쇼호스트 교육도 받고 있어요. 서울에 살며 좋은 점은 이런 청년들을 위한 정책과 복지가 그나마 가장 많다는 점이에요. 요즘 시대에 몇 개 학원이라도 다녀야 한 자리라도 들어갈 텐데, 당장은 오랫동안 무언가를 준비할 경제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고로 고시나 취업처럼 언제 될지 알 수 없는 '천장 아래 굴비'같은 직업들은 쳐다보지 말기로 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참 잘 꾸밉니다. 그러나 저는 화장이나 옷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이건 태생적인 것 같기도 하고, 접해보지 못해서, 편하게 사 들일 수 없어서 애써 관심을 안 가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에는 제 화려하고 좋은 모습들만 남기지만, 저를 사적으로 만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아실 거예요. 저 평소에는 웬만하면 모자 눌러쓰고 생얼로 트레이닝복 입고 다닙니다.
여윳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 첫째는 티셔츠라도 좀 마음껏 사보는 거예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이 없다며 고민하는 것 좀 그만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옷장 빼곡한데 옷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겠지만, 저는 대충 검정색 옷 아무거나 사서 오래 입자며 위안을 삼습니다. 그리고 둘째는 립스틱 색깔에 연연하며 구별도 안 되는 비슷한 색의 제품들을 사 보는 거예요. 어차피 남들은 내가 오늘 뭐 발랐는지 관심도 없다며 쿨한 것도 좋지만, 저도 좀 까다로운 소비자가 되어 보고 싶습니다.
이런 얘기까지 브런치에 남기고 있자니 제가 정말 비출산 장려라도 하는 것 같네요. 저도 요즘 이런 제 생활을 보고 있자니, 길에 지나가는 평범한 아이들의 미래가 오지랖 넓게 자주 걱정되곤 합니다. 누가 요즘 세대 애들은 밥 걱정 안 하고 산다고 하던가요.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