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BIM의 미래를 보다
2025년, ‘평당 2억’이라는 말은 더 이상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 아닙니다. 실거래가로 당당히 찍히는 숫자가 되었죠. 한남더힐, 나인원 한남, 아크로리버파크… 이름만 들어도 부와 지위를 상징하는 단지들이 상위권에 줄줄이 올라와 있습니다. 그중 몇 곳은 제가 몸담고 있는 건설사가 시공했습니다.
불과 10년 전, 서울 34평 아파트 평균 거래가는 8억 원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30억 원을 훌쩍 아파트들을 너무도 쉽게 접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그 시절 집을 팔아 사업을 시작했지만, 집값 상승 곡선은 사업 수익보다 더 가파르게 치솟았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죽도록 공부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미친 듯이 성공하려는 이유가… 결국은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한 건 아닐까 하고요. 씁쓸한 현실입니다.
부동산계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이 있습니다. “등기는 건물에 치는 게 아니라, 땅에 치는 거다.”
서울의 경우 분양가에서 아파트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0~20% 남짓입니다. 나머지 80~90%는 땅값이죠. 결국 시간이 지나도 남는 가치, 상승하는 가치는 ‘아파트’라는 건물 자체가 아니라, 그 건물이 서 있는 ‘땅’입니다. (물론 지역마다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신문에 자주 분양이 언급되는 경기도 지역은 토지와 건물의 비중이 50:50 정도 되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의 가치는 감가상각되고, 땅의 가치는 도시계획·교통망·상권 변화와 함께 오히려 올라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중요한 땅이 진짜 가치를 가지려면 단순한 빈터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을 끌어들이고, 자본을 순환시키고, 부를 만들어내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 사회에서 그 역할을 가장 강력하게 해내는 것이 바로 ‘아파트’입니다. 결국 땅이 가치의 근본이지만, 그 가치를 실현하고 확대시키는 촉매는 또 아파트라는 건물이 됩니다.
서울시는 2040년을 목표로 한 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20년 동안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제시한 청사진입니다.
그 골격은 3대 도심(서울도심, 여의도·영등포, 강남), 7개 광역중심, 12개 지역중심입니다. 여기에 세 가지 큰 축이 연결됩니다.
1.광역교통축 – 수도권과 서울 전역을 빠르고 직관적으로 연결하는 GTX, 지하철 연장, 간선급행버스망.
2.공원·녹지·수변축 – 한강, 안양천, 중랑천, 탄천을 비롯한 녹지·수변 공간 확충.
3.산업·경제축 – 거점 산업지와 상업지의 기능 강화.
이 계획은 단순한 ‘지도 위의 선’이 아닙니다. 앞으로 인구가 움직일 방향, 자본이 흘러갈 길, 그리고 부동산 가치가 변할 축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정부, 발주자, 시행사, 건설사들은 이 계획을 읽고 다시 아파트를 지을 준비를 합니다. 수요는 멈추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더 멋진 외관, 더 화려한 커뮤니티, 더 ‘있어 보이는’ 공간을 원하며 아파트 소유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슴깊이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반포 래미안 거주민의 결혼소식이 뉴스에 오르내리고, 유명 단지 입주민끼리의 결혼이 기사화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아파트는 주거공간을 넘어 사회적 상징이자, 욕망의 결집체가 되어버렸습니다.
아파트는 필수재이자 사치품, 투자재입니다. 우리의 욕망은 콘크리보다 단단하고 철근보다 끈질겨서 또다시 아파트 가격은 끝없이 상승합니다. 그 상승 곡선에 힘입어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1970년대부터 쌓아온 반세기의 역사와 방대한 빅데이터를 가지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인구수의 감소가 가구수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거란 개인적인 생각도 듭니다.)
평생 한 번 지을까 말까 한 위대한 건축물도 멋집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수요와 공급이 반복, 확장되고, 표준화가 이뤄지며, 데이터의 축적과 자산화가 가능한 구조에서 다른 가능성을 보게 됩니다. 그 반복 속에서 BIM은 더 정교해지고, 데이터는 더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Cost BIM을 통해 원가와 품질, 나아가 미래 예측까지 가능하게 만듭니다.
땅이 가치의 근본이라면 아파트는 그 가치를 현실로 만드는 촉매이며 Cost BIM은 그 과정을 데이터로 영속화하는 도구가 될 수입니다.
어쨌든... BIMer로서 저는 "도시계획과 사람들의 욕망이 만나는 지점, 그리고 데이터가 만나는 곳" 아파트에서 BIM의 가치와 미래를 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