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휴식(정신건강) vs 육체의 휴식(신체적 건강)
약 3년 간 퇴근 후 대학원에 다닐 때 나는 나름 행복했었다. 퇴근 후에도 다른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바쁘게 살았으니까 어떤 관점에서 보면 너무 바빠서 잡생각이 떠오를 틈이 없었다. 또한 직장 일 이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사실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확장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퇴근하고 할 일이 없어지니 처음에는 무언가 공허했다. 집에 들어가도 해야 할 숙제가 없으니 공허하고 무기력한 기분이 들었다. 3년짜리 마라톤이 끝났다. 집에서 쉬면서 '이제는 어디를 향해 달려가야 하지?' 하는 생각처럼 도착지점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3월부터 퇴근 후 일정을 빡빡하게 만들기 위해 운동도 등록하고 평소 배우고 싶었던 수업도 들으러 다녔다. 주말에도 일찍 눈이 떠져서 일부러 서울에 있는 전시도 찾아다니고 오페라나 콘서트도 보러 다녔다. 여유가 되면 짧은 여행도 다녀왔다. 연애를 해보란 조언에 간간이 소개팅도 했다.
그랬더니 몸에 무리가 왔나 보다. 4월 말 즈음 심한 몸살감기에 걸렸다. 목이 심하게 부어 물도 못 삼키고 열은 펄펄 끓었다. 살도 쑥쑥 빠졌다. 부모님은 ‘하루도 안 쉬고 돌아다니니 병이 안 나고 배기니!’라며 혼을 잔뜩 내셨다.
하지만 나는 여태까지 쉼의 의미를 몸의 휴식보다는 마음의 휴식으로 해석했다.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편이지만 쳇바퀴 굴러가는 듯한 직장-집의 일상이 어떻게 보면 나에게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자꾸 출근 전, 퇴근 후, 주말, 공휴일에 집이나 직장이 아닌 곳에 가거나 이 둘과 관계없는 활동을 하곤 했다.
지금도 약속이 없는 날에는 출근 전 러닝, 퇴근 후 운동을 가거나 화실에 다니며 남는 잉여시간을 채우고 있다. 출퇴근 중에는 틈틈이 책을 읽고 자기 전에는 일기라도 꼭 글을 쓰고 잤다. 아는 언니는 ‘네가 일이 편해서 그래’라며 팔자 좋은 소리라고 한다.
일이 편하지는 않다. 그냥 일에서 자기만족을 이루고 싶지 않아서 자꾸 외부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편이다. 남들이 들으면 너무 속단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속한 부서와 내 직군에는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이 있다. 대학을 다시 가서 면허를 다시 따지 않는 이상 승진이나 사내 성과로 올라갈 수 있는 나의 위치는 정해져 있다. 그래서 퇴사를 선택한 동료도 있다. 또한 현시대에는 평생직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나이가 50대, 60대가 되었을 때는 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계발에 대한 고민을 더욱더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작은 성취를 통해서라도 일상에서 얻은 정신적인 압박이나 스트레스를 상쇄시키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한 교수님이 유튜브에서 하는 강의를 보고 나는 진정한 휴식을 하고 있는 게 아니란 걸 알았다. 나처럼 일명 '갓생러'처럼 쉬지 않는 사람들은 몸이 항상 각성상태에 있기 때문에 늘 피로함을 느낀다고 한다. 요즘 많이 들리는 '쇼츠 중독'처럼 도파민에 중독된 상태와 비슷하다고 한다. 일하는 것의 3배의 시간을 투자해서 쉬어야 몸이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일하는 만큼 남은 시간을 쪼개어 몸을 혹사시켰으니 몸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을 통해 느낀 점은 육체적인 건강이 온전히 지켜졌을 때 정신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 이러한 생활을 몇 개월 더 지속했으면 번아웃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제대로 휴식하는 방법을 찾아 몸도 마음도 쉴 수 있는 진정한 휴식을 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