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샀는데 왜 내 배가 아프지?
정연씨(가명)의 동창모임 멤버 중에는 얄미운 친구가 하나 있다. 이 친구는 틈만 나면 자기 남편 자랑을 늘어놓는다. 정연씨 친구들 중에는 이혼한 친구도 있고 심지어 사별한 친구도 있는데, 도대체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이 친구가 밉상이 아닐 수 없다.
중견기업 부장인 종수씨(가명)는 같은 부서 김 과장 때문에 화가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자신보다 나이가 한창 어린 김 과장은 사사건건 말대답을 하는가 하면 부서 미팅 때도 상급자인 자신의 의견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 저런가 싶다가도 예의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생각에 화가 치민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이 말하거나 행동하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찾는 현상을 투사(Projection)라고 한다. 상대방이 보여주는 꼴사나운 모습이 실은 내가 억누르고 있는 나의 욕구인 것이다 (Korb et al, 2002). 위의 예에서 정연씨는 자신도 남편 자랑을 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고 있는 것이다. 종수씨 역시 회사 내 위계질서 때문에 자기 생각을 누르며 참고 살아왔는데 부하직원인 김과장의 거침없는 언행을 두고 보기가 힘든 것이다. 그러나 정연씨와 종수씨에게 남편 자랑을 하고 싶은지, 상급자에게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싶은지를 물어보면 두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투사는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는 것을 방해한다. 투사가 심한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해결하지 않은 채로 다른 사람들의 언행을 비난하기만 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비난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지나친 비난은 결국 나도 모르는 나의 강렬한 욕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사가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누군가의 성취가 배가 아프고 거슬린다면 그것은 자신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것은 나에게도 그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값비싼 골프클럽 회원권으로 필드에 나가서 경기를 했다는 지인의 자랑에 그저 무덤덤하다. 나의 뻔한 소득수준에서 생각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SNS에 박사과정 전공서적을 쌓아놓은 사진을 올리며 자랑스럽게 공부 이야기를 하는 대학 선배에게는 고까운 마음이 든다. ‘저 정도 공부를 누가 못 한다고...’라는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투사는 그래서 나의 가능성의 정도를 가늠해 주기도 한다.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생각 없이 내렸던 판단과 평가, 내 마음속에 일렁이는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분노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타인을 향한 날선 비판 대신 자신의 욕구를 건강하게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투사에서 벗어나 한결 자유롭고 편안하게 주위 사람들을 대할 수 있다. 명문대 입학, 대기업 취칙과 승진, 사업성공 등등 내 배를 아프게 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돌아다진다. 남들에게 향하는 시선을 나의 내면으로 돌려보자.
참고문헌
Korb, M., Gorrell, J.,& Van De Riet, V. (2002). Gestalt Therapy: Practice and Theory, (2nd ed). The Gestalt Journal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