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우울증은 흔하면서도 심각한 문제로 우리 사이에 자리 잡았다. 우울증에 관해서는 이미 여러 매체에서 전문가들의 자세한 설명과 처방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우울증을 치료할 때 자주 언급하지 않는, 그러나 중요한 사실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우울증에 약물처방을 하는 이유는 우울증의 여러 원인 중 하나로 뇌기능의 불균형을 지목하기 때문이다(이우경, 2016). 우울증 환자의 뇌에는 세로토닌 호르몬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양한 항 우울 약물로 균형이 흐트러진 뇌 기능을 도와주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은 정신건강에 관해 뭐 하나 딱 부러지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약을 먹고 우울증이 좋아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때문에 다양한 치료 방법이 존재한다. 뇌 기능을 회복하는 여러 방법 중에 운동은 매우 효과적이다. 인간의 뇌도 심장, 콩팥, 간과 같은 몸의 장기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운동이 뇌에 산소화 혈액을 공급해주니 당연히 뇌가 건강해진다. 나는 주 2-3회 체육관에서 복싱을 한다. 1시간 반 정도 뛰며 땀을 흘리고 나서 느껴지는 상쾌함과 치유효과는 생각보다 상당하다. 상담이나 정신치료에서 우울증에 운동처방을 자주 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의사나 상담사가 많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만약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면 그 노력만큼 동네 한 바퀴 산책도 병행하길 권한다. 몸이 변하면 마음도 변한다 (Van der Kolk,2014).
인터넷 검색창만 뒤져봐도 우울감을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우울감을 없애는 것이 궁극적인 치유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울은 정말 쓸데없는 감정일까? 우울감을 포함해서 내면에서 올라오는 모든 감정들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우울감은 그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감정이다. 우울감은 지금 잠시 멈추고 내면의 소리를 들으라는 무의식의 초대이다. 우울을 마주하고 삶을 돌아보는 계기로 만들면 깊은 내적 통합의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 (Greenspan, 2003). 그래서 우울을 순간적으로 잊게 해 주는 달콤한 음식, 재미있는 영상 등등 다양한 즐길거리는 장기적으론 우울증에 해롭다. 자신의 삶에서 다루지 못했던 상처나 관계의 어려움을 되짚어 보고, 바꾸거나 정리해야 하는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울감을 느끼는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그 짐을 오롯이 혼자 지고 책임져야 한다는 태도는 옳지 않다. 한 사람의 성격과 심리는 그가 속한 사회와 문화, 인간관계 안에서 형성이 되고 그로부터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 (Jordan, 2017). 그래서 정신건강은 공동체와 사회가 함께 지켜야 할 공중 보건의 문제이다. 정신건강이 개인의 사적인 문제라는 인식은 낙인과 차별을 낳을 뿐이다.
참고문헌
이우경. (2016). DSM-5에 의한 최신 이상심리학. 학지사
Greenspan, M. (2003). Healing Through the Dark Emotions. Shambhala.
Jordan, J. V. (2017). Relational-cultural theory: The power of connection to transform our lives. Journal of Humanistic Counseling, 56(3),228-243. https://doi.org/10.1002/johc.12055
Van Der Kolk, B.(2014). The Body Keeps the Score. Penguin 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