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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다 Mar 12. 2022

내 미래를 알 수만 있다면...

심리학이 알려주는 결정장애 해소법

자신의 미래를 점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은 아주 오래된 것 같다. 불확실함으로 가득한 삶에서 무언가 명확한 방향이 늘 아쉽기만 하다. 지금 데이트 중인 이 사람과 미래를 약속해도 좋을지, 새로운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것인지, 계속 공부를 더 해야 하는지, 등등 정답은 알 수 없는 가운데 결정과 선택을 해야 하는 일들은 계속해서 생겨난다. 미래에 대한 이런 막연한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무속인을 찾아가기도 한다. 미래를 알 수만 있다면, 지금 내린 결정이 나쁘지 않다는 힌트 만이라도 얻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심리학 문헌을 뒤져 답을 찾아봤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마치 슈퍼컴퓨터와 같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보고 듣고 느끼고 몸과 마음에 저장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눈을 감기까지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든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몸과 마음은 수집해서 저장한다. 그 저장 창고가 우리 마음속에 있는 무의식이라고 보면 된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이 보관되어 있는 방대한 아카이브인 셈이다. 그런데 이 무의식은 단순히 저장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무의식은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우리 삶을 살고 있다 (Peck, 1978). 다시 말해 무의식은 의식이 미처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먼저 경험하고 느끼고 판단까지 한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독자들은 답을 예측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잘 꺼내서 사용하면 지금 오리무중인 삶의 방향이 명확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무의식 저 깊이에 있는 것들을 어떻게 꺼낼 수 있을까?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하나는 꿈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이다. 





 꿈은 무의식이 의식으로 보내는 편지다. 무의식의 기억의 파편들이 새롭게 연결되어 꿈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Van der Kolk, 2014). 오래전 친구의 얼굴이 나오기도 하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장소가 나오기도 한다. 모든 꿈은 의미심장하다. 내적 통합과 치유가 일어났다는 신호이다. 그래서 악몽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 꿈이 선명하면 그만큼 무의식에서 보내는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꿈을 기억해 내는 것이다. 신경 쓰지 않고 살게 되면 꿈은 증발해 버리고 만다. 꿈을 기록해야 한다. 매일 아침 꿈을 적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꿈을 적어놓은 노트를 들여다보며 삶을 반추해 보는 것만으로도 자기 자신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 (Yalom, 1989). 




꿈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좋지만 더 적극적인 방법은 없을까?

그렇다면 감정을 만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생각할 것 많고 바쁘게 살기 때문에 느껴지는 감정이 딱히 없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감정은 매 순간 시시각각 변하면서 우리 마음속에 피어난다. 우리가 공기에 둘러싸여 숨을 쉬듯, 감정을 매 순간 호흡하며 산다 (Pietsch, 1974). 그래서 감정이 메마른 사람은 없다. 감정을 억압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감정을 만날 때, 감정을 차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어둡고 고통스러운 감정은 멀리하기 쉽다. 분노, 슬픔, 질투와 같은 어두운 감정들은 그 존재 자체가 부인당하거나 억압당하기 쉽다. 그러나 자신이 화가 나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살펴보는 단순한 작업 하나 만으로도 삶 전체가 달라지기도 한다. 

실은 밝은 감정도 차별당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오랫동안 우울과 패배감에 압도되어 살아온 사람들은 행복, 설렘, 뿌듯함과 같은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한다. 자신 안에 있는 밝고 따스한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인 경우도 많다.




이렇게 자신 안에서 부정당하고 억눌러왔던 부분들이 우리 의식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용할 때, 우리는 우리 무의식과 조금 더 폭넓게 소통할 수 있된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커져서 무엇을 해야 할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칼 로저스는 이런 사람을 ‘충분히 기능하는 사람 (Fully functioning person)’이라고 했다 (Rogers, 1961, p183). 자신의 몸과 마음의 모든 감각을 온전히 신뢰하고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미래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쓰고 나니 현재를 잘 사는 법이 되었다.  어쩌면 미래는 우리 머릿속에 만들어진 추상적 개념에 불과할지 모른다(Wilber, 2001).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충분히 사는 것 만이 있을 뿐이다. 지금을 살지 못하도록 하는 장애물을 걷어내고 지금 여기를 호흡해보자. 





<참고문헌>

Peck, M., S. (1978). The Road Less Travelled  Touchstone, New York.  


Pietsch, W. (1974). 'Human Be-ing.' TRAFFORD, Canada.


Rogers, C. (1961). On Becoming a Person. London Constable. 


Van Der Kolk, B.(2014). The Body Keeps the Score. Penguin Books.


Wilber. K. (2001). No Boundary. Shambhala. 


Yalom, I., D. (1989). Love's Executioner. Basic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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