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자신감 Sep 14. 2022

태국 방콕, 다시 돌아온 일상

방콕, 가족은 떨어져 있어야 제 맛 (#17)


집 떠난 아내가 돌아왔다. 아내가 집에 오니 주방의 소리가 시끌하다. 주말 아침 일찍 부엌에서는 칙칙 거리며 돌아가는 압력밥솥의 증기 소리와 함께 식은 밥에 김치를 올려 '와작와작' 김치 씹는 소리, 밥그릇과 수저가 부딪혀 '달그락달그락' 거리는 소리로 즐겁다. 항상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아내는 아침식사도 이르다.


새벽부터 식사하는 모습이 신기해 빤히 쳐다보는 남편이 무안한 지 5일 동안 김치를 못 먹었다며 "밥이 왜 이리 맛있는지 모르겠어." 하며 특유의 넉살로 웃어넘긴다. 하지만 먹는 소리에 민감한 큰아이가 부스스한 얼굴로 잠결에 걸어 나온다.


이제는 큰아이가 엄마의 맛깔나게 밥 먹는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입맛을 다시며 넌지시 식탁의자에 자리 잡는다. 그렇게 두 모자는 서로의 식사를 격려하고 존중하며 부엌에서의 유대감을 넓혀가고 있다.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요즘이다.


큰아이의 먹는 양이 나보다 많아졌다. 정량적으로 나는 라지 피자 2조각이면 배부르지만 큰아이는 7~8조각을 한자리에서 해치운다.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는 날이면 밥 3~4 공기는 뚝딱이다.


10년 전에 구매한 10인용 압력밥솥이 너무 커 재고 밥이 많이 남는다며 아내에게 눈칫밥을 먹었지만 지금은 큰아이 덕분에 당당히 부엌 한편을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아내가 집을 떠난 5일 동안 별일이 있을까?"라는 방심이 곧 불어닥칠 폭풍을 놓치고 있었다. 다행히 인내는 폭풍 속에서 방향을 잃어 흔들릴 때 흔들리지 않는 닻을 내려주었다. 아내가 돌아온 태국 주말의 아침.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이렇게 감사한 것인 폭풍이 지나간 다음 깨닫게 된다.


작은아이도 열이 떨어져 점차 회복해간다. 몸이 아프니 유독 엄마를 찾았던 작은 아이도 깡마른 팔다리로 비실비실 개다리 춤을 추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지난 5일은 폭풍의 정점 한가운데 방향을 잃고 조난당한 선장의 마음과 같았다. 시간이 지나니 풍파도 잠잠해져 다시 정신을 차리고 키를 잡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조각배는 언제나 그렇듯 다시 항해하기 시작한다.



 

작가의 이전글 태국 방콕, 병원 응급실 진료받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