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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Sep 11. 2022

태국 방콕에서 보내는 명절의 의미

방콕, 가족은 떨어져 있어야 제 맛 (#19)


한국에서는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지만 태국에서의 바쁜 일상으로 한국의 시간을 깜빡 잊었나 보다. 부랴부랴 한국에 홀로 계신 어머니께 안부전화를 걸고 우리 가족 없이 보내는 쓸쓸한 명절 계획과 안부를 걱정스레 물어본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소식을 아침 뉴스로 접하고 찹찹한 마음이 든다. 영국 여왕에 아무런 감정은 없지만 거대한 영연방을 여성 혼자서 70년 동안 이끌었던 자체만으로 공감과 경의를 표했던 터라 여왕의 죽음은 여러 의미를 남긴다.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져 가는 건 마음속에 큰 공허함을 다. 올해 94세 친할머니의 영면과 연배가 비슷한 영국 여왕의 죽음 앞에 영원할 것 같았던 순간은 결국 시간으로 기록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록마저도 사라지겠지만 추억만은 살아서 우리의 이야기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잘 다니는 직장을 떠나와 살림남으로 전업한 일, 모든 기반이 있는 한국을 떠나 낯선 태국 방콕으로의 이사,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도전 등에 대해 주위 지인 분들이 많은 우려와 걱정을 해주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다.


과거에는 성공과 미래의 안정성을 위해 살았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되돌아보니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1년 후의 일을 예측할 수 없고, 당장 내일일도 알 수 없기에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면서 소중한 추억을 쌓아가는 것. 이것이 좋은 삶을 살아가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공간은 상대적이다. 모든 일들이 현재 내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태국오기 전에는 동남아의 더운 나라 중 한 곳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한국보다 더 의미 있는 장소이다. 내가 있는 곳이 사건의 지평선 경계로 나의 영역이 된다. 즉 삶의 공간은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내가 주인이 되는 곳이다.


시간도 상대적이다. 시차는 한국이 태국보다 2시간 더 빠르지만, 나의 태국 시간은 한국의 시간보다 더 빠르다. 시간과 공간은 오직 나로 인해 변할 수 있기에 내가 있는 곳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 보람되게 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 현재 4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 내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낯선 땅 태국에서 추석을 보내고 있지만 풍요로운 한국의 한가위 느낌은 없다. 밝고 둥근달보다 먹구름에 가려진 어두운 하늘만 떠 있다. 정글 같은 환경 속에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양식을 구하고, 비도 피하며, 불을 피워 야생동물도 쫓아 긴 을 나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제한 공간과 시간의 불확실성 속에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하루를 살아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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