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정신없이 아이들의 아침을 간단하게 챙기고 옷을 입혀 등원시키고 오니 핸드폰에 메시지 몇 개가 들어와 있었다. 막내 이유식을 데우면서 열어본 메시지는 회사에서 인간적으로도 친했고 업무적으로도 많이 배우고 의지했던 선배님이 본인의 사업을 위해 곧 퇴사를 할 예정이라는 소식이었다.
육아휴직 들어오기 전에 선배님과 인사를 나누면서, 선배님의 사업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눴었다. 해당 분야에 대한 나의 짧은 생각으로도 어쩐지 사업성이 있어 보이는 아이디어라서 놀랍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해온 업무와 전혀 다른 방향의 아이템을 떠올렸다는 것에 더욱 선배님이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그 일을 차곡차곡 준비해서 이제는 진짜로 자기 사업을 위해 퇴사를 하겠다니! 선배님의 사업 계획을 들은 지 1년 만의 일이다.
한 분야에 종사한 시간이 길수록 그 안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많은 책에서도 safety zone을 벗어나야 발전한다고 말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익숙하고 안정적인 지금의 자리에서 한 발짝 벗어나는 것도 대단한데, 하물며 지금의 자리에서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일을 바닥부터 도전하는 일은 말해 뭐할까. 진심으로 선배님의 앞길을 응원하고 축복해주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하고도 남는 일이니까.
나 역시 육아휴직 들어온 후로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깊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매 순간 고민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금의 직장이 주는 안정감과 비슷한 수준이면서 나의 도전의식을 자극할 만한 일은 쉽게 찾을 수 있는 조합이 아니다. 해보고 싶은 일이 떠올라도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분야 안에 머무르는 것들이라서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일인지 스스로 의문이 들기도 하고, 지금 업무를 베이스로 깐 진로 고민은 가끔 '나의 생각의 범위가 너무 좁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선배님이 자기의 생각을 사업화하고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구체화하는 시간 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고민만 하고 생각만 이리저리 재느라 결국 한 발짝도 떼지 못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두 번의 육아휴직을 거치면서 끊어진 나의 경력을 스스로 내세울 것 없다 평가하고, 도전보다는 안주 범위에서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는 나는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반가운 선배님의 소식은 엉뚱하게도 스스로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졌다.
생각은 그만.
그 어떤 생각이나 계획도 완벽할 수 없는데, 최선의 선택을 해보겠다고 뭘 이렇게 이리 재고 저리 재고 계산하고 있는지.
오지 않은 미래를 끌어당긴다고 '비나이다, 비나이다'는 그만하고, 현재 내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매 순간 축복의 샤워하기.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일.
지금 내가 행복한 일.
그 일들에 기꺼이 내 모든 것을 내어주기.
지금의 내가 찍고 있는 점들이 언젠가는 하나의 실로 엮어질 것임을 믿고, 나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기.
조급증은 금물.
아니, 조급증이 들어도 인정.
결국, 나에 집중하기.
나를 인정하기.
나 사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