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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현정 Mar 25. 2024

29. 엘 칼라파테 (4) _ 떠나지 못하는 도시

7/16일 엘 칼라파테(아르헨티나)

절대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이다.

하루 만에 이렇게 극과 극을 오가다니.


이래서 사람 인생 한 치 앞을 모르는 거다.

정말. 무슨 날이었을까.

일기를 쓰는 지금 이 순간도 착잡하다.


돈, 시간, 이과수 모든 것이 너무나도 아깝다.

특히 엄마 아빠는 이제 다시 오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어찌 되었던......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어제 그렇게 행복했던 빙하 투어를 마치고 너무 행복해서 취해 잠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이과수로 향하는 날이었다.


아침 10시 25분 비행기로 8시 30분쯤 미리 예매해둔 공항 셔틀이 오기로 했다.

그래서 또 맛있는 사장님 조식을 야무지게 먹었다.



그런데 조식 먹고 방에 와서 폰을 확인하니 어?

비행기 예약이 취소되었다고?

Kiwi 사이트 100% 잘못이니 환불을 해주겠다고?


이게.... 비행기 보딩 3시간 30분 전에 무슨 상황인 것인가.

일단 엄마, 아빠에게 이러한 문자가 왔다고 전달을 했다.


문제의 두 번째 문자
이런 메일도 와 있었다.


지금 여기 앉아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일단은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한껏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공항 셔틀을 기다리며 사장님과 네그로와 긴긴 작별 인사를 했다.

불안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공항에 도착해 Fly bondy 카운터에 줄을 섰다.

체크인 시도... 하... 직원이 당황했다.


분명 내가 무엇인가 예약한 이력은 가지고 있지만 본인들 쪽에서 확인이 되지 않는 것이다.

(프린트, 저장해 두었던 메일 등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너 예약이 되지 않았어, 나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그런데 지금 비행기 자리가 없어 만석이야'


친절한 직원은 나를 끝까지 도와주려고 했고, 옆쪽 카운터까지 가서 확인을 해주었다.

그렇지만... 방법은 없었다.


다음 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행 비행기였던 아르헨티나 항공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일요일.

모든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Kiwi 사이트.......

보딩 3시간 30분 전에 예약에 실패했다고?

한 달 전에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정말... 다시는 이 사이트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공식 사이트!!!... 비행기는 공식 사이트!!!....

어이가 없고 답답했다.


엘 칼라파테 -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차로 30시간 거리였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그 자리에서 구할 수 있는 비행기를 일단 다시 예약했다.


내일 저녁 8시.

이과수는 이렇게 그 자리에서 끝나버렸다.


불안한 마음에 아르헨티나 항공 직원들이 체크인을 모두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 내일 예약한 비행기 좌석까지 확인을 마쳤다.


근데 이때 직원이 ‘너의 비즈니스 예약 좌석 확인했어’ 라는 말을 했다.

잘 못 들었나? 하고 넘어갔다.

예약된 것에 안심했으니.


그리고 나서야 엄마, 아빠가 기다리고 있던 자리에 가서 앉았다.  

미안했다.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내가 체크인 카운터에서 전전긍긍하는 동안 엄마, 아빠도 왔다 갔다 도움을 주시려 노력하셨다.

저기 뭐가 있다 가보자.

괜찮으니깐 일단 부에노스아이레스 가는 티켓 구해라.


미안해, 걱정마, 한국은 보내 줄게


물론 내 잘못은 아니지만 모든 것을 내가 예약하고 내가 진행한 일이기에...

결론은 내 잘못인 것이다.


이렇게 엄마 아빠의 이과수는 영영 안녕이 되어버렸다.

아마도...


공항에 오전 9시쯤 도착했었고, 4시간 뒤인 1시쯤 민박집 사장님께 연락을 했다.

그렇게 다시 민박집으로 갔다.


자유여행의 찐 묘미라고 스스로 위로 아닌 위로를 해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엄마, 아빠에게 이 정도까지의 자유여행 묘미를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나는 다시 올 거고 오겠지, 이과수 볼 수 있겠지.

그런데 부모님은 이번 여행이 마지막일 확률이 크지 않은가.

너무 속상했다.


내가 생각한 자유여행의 찐 묘미는 이전에 볼리비아 공항에서 겪은 코로나 확인증 문제,

딱 그 정도,

아니면 예전에 혼자 여행할 때 실수 한 적 있는

숙소 위치를 잘 못 알아서 숙소 값 날리는?

그 정도다.


이렇게 무언가 큰일을 생각한 것은 아니란 말이다.

뭐 그래 다친 거 아니고 짐 잃어버린거 아니니 됐는데 ㅠㅠ

정말 너무 속상했다.

 

민박집에 도착하자, 사장님께서도 부모님을 위로해 주셨다.

'이렇게 한번 배우신 거다, 이런 경험 저런 경험 전부 자유여행이라 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이 정도 일은 별것도 아닌 거라고 말해 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맞다.


솔직히 이 정도는 별일도 아닌 것이다.

스스로 마음을 다 잡았다.


일단 점심을 대충 해 먹었다.

어제 엄마, 아빠가 남겼던 주먹밥을 고추장에 볶고, 라면 스프로 국물을 만들어 가지고 있던 음식을 다 먹었다.


(사진이 하나도 없다. 정신 내려놨었구나 정말)


그리고 두 분은 취침.

피곤하셨겠지, 몇 시간 동안 신경을 곤두세우고 나를 도와주신다고 공항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셨으니...


나는 부모님이 주무시는 동안 다시 여행 정리를 했다.

내일 저녁 8시 부에노스아이레스행.


비행기는 자리가 없어서 프리미엄 이코노미 자리였다.

하하하 공항 직원의 ‘비지니스’가 정말이었다.


우와 내가 이렇게 비즈니스 좌석을 앉아보네??

물론 작은 비행기이지만 하하하 역시 돈이 최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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