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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현정 Oct 22. 2024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 거지?

어쩌다 캐나다 워홀 막차를 탔나

어렸을 때부터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냥 해외 나가서 살아보기.


음... 한국 사회를 탓하고 싶진 않다고 말하지만,

탓한다.

아주 평범한 대한민국의 학생으로 자란 나는,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듯한 길을 걸어왔다.


공부도 못하는데 기어코 적성에 맞는지도 모르는 4년제 공대에 입학했고,

취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했다.


솔직히 취업은 운이 따라줬다.

그리고 좋은 동료들을 만나 나쁘지 않은 회사생활을 했다.

(내 생각이지만)


2년을 버텼다.

그냥 앞만 보고 달려온 나는 버킷 리스트였던 유럽 배낭여행을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누가 유럽 배낭여행 하겠다고 퇴사를 하는가.

나다.


직장 선임들은 휴직을 하라고 권유했지만,

일이 재미도 없고, 자부심도 없고, 의미도 없고, 그때의 내 얼굴을 생각하면....

아, 그때는 그래도 웃으면서 다니긴 했다.

직속 선임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이미 결심을 했고,

나에겐 그동안 모은 소중한 돈이 있었다.

이 정도면 여행도 다녀오고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그렇게 나는 첫 회사를 2년 만에 그만두고 유럽 배낭여행을 했다.

그냥 좋았다.

당연하지, 일 안 하고 여기저기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돈 펑펑 쓰는데.

안 좋을 수가 있나?


그때 만났던, 밀라노에 산다는 중년 부부가 나에게 물었다.

'청년들은 왜 유럽 배낭여행이 하고 싶은 거예요? 무엇을 배우고 싶은 거예요?'

머리가 멍~ 했다.


당시에는 무엇인가 있어 보이듯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 이유는 '그냥 가고 싶어서' 였다.


유럽 배낭여행으로 배운 점? 느낀 점?

모르겠다.

글 재주도 없고 감정 표현도 잘 못하는 나는

그 기분을, 느낌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8년이 넘은 지금도 모르겠다.


그냥 꿈에 그리던 곳을 혼자 여행하니 좋았어요.

그냥 다른 언어로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냥 그래도 내가 열심히 살았나?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그냥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그냥.

이유가 없다.

하고 싶었다.


그때 워홀을 잠깐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모아둔 돈은 이미 사용했고,

부모님도 나의 해외 생활을 반대하셨다.


그때 갔어야 했다.

부딪혀야 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나는 또다시 취업을 했다.

한 번도 자부심을 느끼지 못했고, 재미없었고, 의미 없던 그 업종에.

하지만 타지 생활을 선택했고, 6년 8개월 동안 그 일을 해냈다.


버텼다.

해냈다.

참았다.


그 일을 하는 동안, 아니 그만두고 나니 더욱 느껴지는 단어들이다.

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니라

그냥 어쩔 수 없이 돈을 버니깐 살았던 것이다.


살다 보니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30살이 넘자 주변 친구들은 하나 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가정을 꾸려나갔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결혼하면서 일이 다 잘 풀렸다.

결혼을 하고, 집을 구하고, 신혼 생활을 즐기고,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아이를 갖고,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을 하고, 청약이 되어서 자가가 생기고.

등등 각자의 방향으로 좋은 일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나는?

어째서 나는?


뭐 연애를 안 한 것도 아니고,

돈을 못 모은 것도 아니고,

(많이도 아니지만)

여행을 안 다닌 것도 아니고,

딱히 안 한건 없었다.


그렇다고.... 뭘 했지?

생각해 보면

왜 놀러 다닌 기억뿐인 것인가.


그저 그렇게 또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다 정점을 찍은 남미 여행.


23년 부모님과 남미 여행을 다녀오고는 나의 해외 생활 대한 욕망이 더욱 커졌다.

너무 커졌다.

그냥 어차피 한국에서도 아무것도 없는데 해외라고 뭐가 다를까


뭐 할지도 모르고 일단 회사를 그만두었다.

부모님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살만한 여유 자금이 있었고,

그때쯤, 캐나다와 영국의 워킹 홀리데이 나이 제한이 만 35세로 늘어났다.

그 사실을 알고 그냥 나는 막연하게 캐나다!로 결정해 버렸다.


23년 11월 퇴사.

쉬고 쉬고 쉬며 살만 찌고,

영어 공부한다고 프리 토킹 학원을 다니고,

가끔 종종 알바도 해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24년이 되고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 신청을 했다.

3월이었나 최종 비자 발급 완료.


하지만 그냥 떠나고 싶지 않았고,

나름 이것저것 해보고 나가야지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사주에 하반기에 나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사주 맹신론자는 아니고 그냥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쁜 것들은 피하거나 걸러 듣는다.)

또 생일을 보내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글을 정리하면서 느끼지만 참 막연하고 대책 없다.

그래서 어쨌든 결론은 쉬는 동안 돈을 신나게 썼고,

24년 10월 나는 지금 캐나다에 와 있다.


뭐 먹고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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