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중심은 '가족'이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면 우리 부부에게 묻는 공통 질문이 있다.
지인 曰 : "와이프가 복직하셨으면, 누가 애를 보나요?"
와이프 曰 : "남편이 육아휴직 사용해서 애보고 있어요"
지인 曰 : "남편이 육아휴직 사용하셨어요? 좋은 회사 다니시네요"
좋은 회사를 다녀야 그나마 남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듯이
현재까지도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게 쉽지 않다.
사용하지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첫 번째로 주수입이 사라지고
무엇보다 휴직 이후 돌아갈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육아휴직 사용을 주저한다.
다행히 2~3년 전부터 육아휴직 급여가 대폭 상승하여 경제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지만
1년 이상 자리를 비우면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해결되지 않아
대부분 육아휴직 6개월만 사용하고 복직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길기로 유명하다.
야근은 밥 먹듯이 하고 정시퇴근을 하면 이상하게 쳐다본다.
소심한 성격으로 눈에 띄는 걸 좋아하지 않기에 덩달아 야근을 했다.
또한 1개월 이상 휴직을 사용한다는 건 회사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회사생활 10년 동안 휴직을 단 한 번도 고려해 본 적이 없었다.
건설업 회사는 크게 '현장'과 '본사'로 나뉘고 요구하는 능력이 다르다.
'현장'은 실행력, '본사'는 기획력을 필요로 한다.
현장에서 10년 넘게 근무를 하다 보니 꼼꼼하게 챙기는 실행력은 좋다고 자부하나,
제대로 된 기획을 해본 적이 없어 본사의 업무가 서툴렀다.
최선을 다했지만 업무의 미숙함으로 늘 상사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상사의 폭언과 가스라이팅을 수시로 당했다.
"10년 차 과장인데 이것도 못하냐?"
"못할 거 같으면 손들고 부서에서 나가라"
상사는 성과를 내기 위해 타인의 감정은 신경 쓰지 않고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다.
내가 기획력이 부족하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같은 직원인데 이렇게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게 옳은 걸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의 자존감은 산산조각 났고
부서 내에서 쓸모없어진 느낌을 받던 중 급작스럽게 '번아웃'이 찾아왔다.
번아웃을 겪어 본 사람만이 알겠지만, 퇴근 이후 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그저 불 꺼진 탁자 앞에 홀로 앉아 회사에 있었던 일을 고통스럽게 복기하였고
"내가 지금 이렇게 사는 게 맞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부정했다.
어느 강사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같은 사람한테는 기회가 잘 오지 않고 위기만 온다고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잘 보면 기회가 있다고"
힘든 시기에 '기회'를 보기란 쉽지 않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 회의감에 빠져 위기 속에서 기회를 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누군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라고는 하지 않을게. 그렇다고 회피는 하지 말아 줘.
무너지지 않고 '버티다 보면' 한 단계 성장하는 너를 마주하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