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책으로,
그리고 다시 현장으로

정책 기업가(Policy Entrepreneur)의 첫 시즌을 마치며

by 비커넥트랩

12월,

하나의 믿음으로

시작된 일




지난 12월, 대전에서 열린 한국지역학회에서 '한국형 지역부흥협력대'라는 말을 처음 꺼냈습니다. '이 정책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이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행동주의 기업으로서 우리가 그 목소리를 내자고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수도권에는 역량을 갖추고도 기회를 잡지 못해 멈춰 서 있는 청년이 70만 명을 넘었고, 지역에는 도로와 건물은 들어서지만 그 안을 채울 사람이 없는 현실.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큰 문제처럼 보이지만, 아웃바운더를 운영하며 청년과 지역이라는 두 주체가 '일'을 매개로 만났을 때 확실한 시너지가 생긴다는 것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해 왔기에, 이 가능성을 우리끼리만 알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P1220705.jpg 지역학회에서 진행한 '한국형 지역부흥협력대 정책제안' 세션



청년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지역 대표님이 "오랫동안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오던 건데 덕분에 실행이 됐다. 내 꿈이 이루어진 것 같다."고 벅찬 표정으로 말씀하셨을 때. 참여한 청년이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며 "나는 원래 당연하게 서울에서의 미래만 그리고 있었는데, 덕분에 진로에 대한 생각이 엄청 확장됐다"고 말해줬을 때.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새벽까지 프로젝트를 붙잡고 치열하게 회의하던 청년들의 얼굴이 떠오를 때.



이 경험이 10명, 20명에서 끝나지 않고,
몇백 명, 몇천 명의 청년에게
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해졌습니다.



그 가능성을 열 수 있는 것은 제도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4개월 간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4개월,

바쁘게 달려온 나날들




12월 이후 비커넥트랩이 걸어온 길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월에는 행안부에서 청년뉴딜 사업을 기획하고 있던 담당자와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2월에는 왜 주식회사인 비커넥트랩이 정책 제안까지 하는지를 글로 정리하며 우리의 입장을 밝혔고, 뉴웨이즈와 함께 6개 정당의 젊치인 10명을 대상으로 정책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이념도 지역도 달랐지만 '지역과 청년을 연결하겠다'는 방향만큼은 하나였던 그 밤의 열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또한, 15명의 전문가·당사자와 함께 정책기획단 '로컬 페이스메이커'를 출범시켰습니다. 이 간담회를 기점으로 '로컬 체인지메이커'라는 명칭을 쓰기로 했습니다.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맥락에 맞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변화였습니다. 정책기획단 단체 카톡방에서는 지금도 관련 정책 동향, 해외 사례, 현장의 고민들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위촉식 한 번으로 끝나는 이름이 아니라, 계속 함께 뛰는 동료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3월에는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에 정책제안서를 전달했고, 강진을 비롯한 몇몇 지자체들과의 사업을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image.png 여러 차례 수정을 거듭하며 완성한 정책제안서



정책 기업가라는

언어를 만나다




지난 4월 7일, 정책기획단 중 한 팀인 나이오트와 함께 정책제안서 작성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정책 기업가(Policy Entrepreneur)'라는 개념을 알게 됐습니다.


정책 기업가란 미국의 정치학자 John W. Kingdon이 제안한 용어로, 사회 문제를 발견하고 그 해결책을 '정책'이라는 형태로 설계해서 세상에 내놓는 사람을 뜻합니다. 스타트업이 시장의 문제를 발견하고 제품을 만들어 검증하듯, 정책 기업가는 사회 문제를 발견하고 정책을 설계해서 현장에서 검증합니다. 다만 고객이 시장이 아니라 '사회'이고, 제품이 서비스가 아니라 '제도'라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이 개념을 접한 순간, 지난 4개월간 우리가 해온 것들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가설을 세우고,
프로그램으로 검증하고,
그 결과를 정책의 언어로 번역해서 제안하는 것.



'정책 기업가'라는 단어는 우리가 해온 일에 비로소 정체성을 부여해준 언어였습니다.



image.png 나이오트 하윤상 공동대표님과 함께한 정책 기획 워크숍



워크숍에서는 이 관점을 바탕으로 정책제안서의 구조를 다시 다듬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정책의 창(Policy Window)'이라는 프레임이었습니다. 하나의 정책이 실현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열려야 한다는 것인데요—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대안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그리고 정치적 환경이 얼마나 우호적인지.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순간이 바로 '창이 열리는' 때라고 합니다.



image.png John W. Kingdon의 '정책의 창' 프레임



이 프레임으로 우리의 상황을 진단해 보니,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충분합니다. 쉬었음 청년 73만 명,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 이상이 인구소멸 위험 지역. 대안도 이미 현장에서 검증하며 준비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정치적 창'이 열리는 타이밍을 잡고, 준비된 제안서를 적재적소에 전달하는 것이라는 전략이 잡혔습니다.


워크숍에서는 정책 반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포인트를 잡고, 법적 근거를 어디에 둘 것인지, 예산은 어떤 재원에서 편성이 가능한지, 성과를 어떤 지표로 측정할 것인지까지 함께 정리했습니다. 혼자 했다면 방향을 잃었을 수도 있는 작업이었는데, 나이오트의 정책 설계 역량 덕분에 논리가 한결 단단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지자체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 과정 가운데 특히 인상 깊었던 변화가 있습니다. 몇몇 광역·기초지자체에서 먼저 사업 문의가 들어온 것입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해볼 수 있을까요?"라는 연락들이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지자체들이 처해 있는 구조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2026년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의 방향이 건물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크게 전환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도로를 깔고, 건물을 짓고, 관광자원을 만드는 하드웨어 중심의 투자가 주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프로그램과 사람에 투자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자체 현장에서도 이 변화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막상 '사람 중심의 사업'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 지점에서 '로컬 체인지메이커' 모델과 핏이 맞았습니다. 청년을 지역으로 연결하고, 일 경험을 매개로 지역에 활력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지자체들이 고민하던 방향과 같았으니까요.


문의의 형태도 다양했습니다. 청년들에게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소개하는 상담 창구를 마련하고 싶다는 곳도 있었고, 지역의 대표 산업과 연계하여 청년들을 어떻게 유치해야 할지 고민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 때 빠지지 않고 받았던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청년들에게 맡길 과업을 어떻게 발굴했느냐"는 것이었죠.



비커넥트랩은 현장에서 발로 뛰며
직접 과업을 발굴합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현장을 뛴 것입니다. 지역의 주민분들을 직접 만나고, 지역 기관과 협력하고, 마을 곳곳을 다니며 주민들이 진짜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하나하나 발굴한 것. 화려한 방법론이 아니라, 발로 뛴 흔적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로컬 페이스메이커'라는 비커넥트랩의 정체성—현장에서 함께 뛰며 지역의 속도에 맞춰 동반 달리기를 하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자 그분들은 "사기업이 이렇게까지 하고 있었다는 게 놀랍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우리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는 확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중앙 정부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다



그 확인은 한 군데서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올해 추경을 통해 발표된 '청년뉴딜' 사업의 기조를 보며, 우리가 현장에서 이야기해 온 것과 정책의 방향이 만나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청년뉴딜은 1조9000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창업 지원, 직업훈련, 현장 일경험 등 약 11만 명의 청년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정책입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프로젝트 기반의 현장 일경험'이 핵심 축 중 하나로 들어간 것입니다. 청년들이 직접 일을 해보고, 그 과정이 공식적인 이력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향입니다.



경험이 없어 취업하지 못하고,
취업하지 못해 경험을 쌓지 못하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문제의식.



이것은 비커넥트랩이 아웃바운더를 통해 현장에서 검증해 온 것과 정확히 같은 결입니다. 우리는 '일'을 매개로 청년과 지역을 연결했을 때 가장 강력한 시너지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강진에서, 김천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해 왔습니다. 청년은 자신의 역량이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효능감을 얻고, 지역은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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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장한 것이 정책이 되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현장에서 올린 목소리와 정책의 방향이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자체의 사업 문의, 행안부의 청년뉴딜 기조, 그리고 정책기획단 분들이 한결같이 보여주신 진심—이 세 가지가 겹쳐지면서 '우리가 맞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근거가 쌓였습니다.



이제 다시

현장으로




이제 이 글로 '로컬 체인지메이커' 정책 제안 시리즈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12월부터 4월까지, 학회 발표에서 시작해 정책제안서 제출, 젊치인 세미나, 정책기획단 출범, 정책기획 워크숍까지. 돌아보면 짧은 시간에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과정에서 하나 확실해진 것이 있습니다. 이제는 다시 현장에서 증명해야 할 때라는 것.



비커넥트랩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강진과 김천, 그리고 새로운 지역들에서 아웃바운더 로컬턴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현장의 사례를 쌓으면서 정책 반영 가능성을 높여가는 '정책 MVP' 활동입니다. 워크숍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정책도 스타트업의 제품처럼 작은 단위로 먼저 검증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확장하는 것이 전략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시범 사업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면 그것이 본 사업으로 확장되는 근거가 되고, 한 지자체의 조례가 다른 시도로 벤치마킹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장의 프로그램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고, 측정 가능한 성과 구조를 설계하여 정책 반영의 근거를 탄탄히 만들어가려 합니다. 정책기획단 간담회에서 나왔던 것처럼, 단순한 정착률이 아니라 청년과 지역 사이 관계의 밀도, 청년의 변화, 지역이 체감하는 효과를 입체적으로 기록하겠습니다. 그 데이터가 쌓일 때, 한 지역의 실험이 다른 시도로 확산되고, 나아가 상위 정책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거라 믿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4개월 동안 우리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로컬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오신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눌수록, 이 정책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정말 섬세한 접근과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현장에서 하나씩 검증하며 겸허하게 쌓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방향만큼은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결국 하나입니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진로 선택지가 더 다양해지는 것. 서울에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 아니라, 지역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며 자아를 실현하는 삶도 선택할 수 있는 사회. 그 선택지를 열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정책이라고 믿기에, 아직 갈 길이 멀더라도 계속 움직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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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넥트랩은
로컬 페이스 메이킹으로
지속가능한
로컬 임팩트를 만들어갑니다.


지역마다 고유한 결과 속도가 있는데, 왜 여전히 다른 지역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야 할까?

비커넥트랩은 이 질문에서 출발해 지역을 이해하고 현장에서 함께 부딪치며, 지역만의 자원과 가능성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페이스메이커입니다. 정답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실험·검증·축적하며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습니다.


“우리 지역만의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 비커넥트랩과 이야기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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