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 너머의 여행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 1일차 (2025. 07. 14.)

by 얼음안경

여행을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뭘까?

여행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즐거움을 쫓는 여행이 아니라,

나만의 이유와 목표가 담긴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몽골 해외봉사였다.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던 나라라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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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당일, 비가 많이 내려 비행기가 연착됐다.

결국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몽골에 도착했다.

입국장을 나오자 봉사단체 스태프 두 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부였는데, 아내 분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반갑게 맞아주셨고,

남편 분은 말은 적었지만 캐리어를 들어주는 등 행동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차로 20분쯤 이동하자 도시 불빛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늦은 밤이라 인적이 드문 길을 지나며,

순간만큼은 이곳이 정말 몽골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곧 우리가 묵을 호텔에 도착했고, 가이드 분은 빠르게 체크인을 도와주었다.

내일부터는 다른 가이드가 안내해줄 거라는 말과 함께,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KakaoTalk_20250812_124851698_24.jpg 호텔에서 먹은 조식

아침에 호텔 조식을 챙겨 먹고 1층 로비로 내려갔다.

이미 가이드가 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10분이 지나도 보이지 않았다.

15분을 넘어가자 마음이 조금 불안해졌다.

20분쯤 되었을까, 종종걸음으로 들어오는 여성 한 분이 눈에 띄었다.

우리를 보더니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전날 함께했던 가이드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나이가 어려보였고, 낯을 많이 가리는 듯했다.

가이드가 늦는 것 처음 겪는 일이었지만,

몽골 문화권에서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갔다.

KakaoTalk_20250812_124851698_22.jpg 봉사활동하러 학교 가는 길
KakaoTalk_20250828_125702335.jpg 길거리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봉사활동 첫째 날에는 비가 추적추적 왔었다.

학교로 가는 길에 잠시 스친 시내 풍경 속, 몽골어로 적힌 간판과 벽화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몽골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잘 안 났는데

그제야 낯선 땅에 와 있다는 사실이 서서히 와닿기 시작했다.

KakaoTalk_20250812_124851698_19.jpg 언덕에서 내려다 본 마을풍경

학교는 울란바토르 외곽 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노후화된 건물이 많았고, 편의 시설도 많이 없었다.

우리나라 시골 같기도 해서 정겹기도 했다.

KakaoTalk_20250812_124851698_21.jpg 수업하게 된 교실의 모습

우리가 봉사활동 갔던 시기가 몽골의 가장 큰 명절인 나담 축제 기간이어서

도착했을 당시엔 학교에 온 학생들이 없었다.

이대로 학생들이 안 오는 건가 싶어 걱정하고 있던 찰나,

1시간정도 지나자 두 명의 학생이 교실로 들어왔다.

이렇게 첫째 날은 두 명의 학생과 수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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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수업한 학생들

얼굴이 꽤 닮아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형제였다.

형 이름은 투글데르, 동생 이름은 투르바르였다. 형은 12살, 동생은 5살이었다.

몽골 아이들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형이 꽤 어른스럽게 동생을 잘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먼저 이름표 만들기 수업을 하고, 이어 태극기와 몽골 국기를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초반에는 경직됐던 분위기가 수업을 하면서 점차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낯을 가려 우리에게 말을 잘 못 걸고 수줍어하던 친구들도

점점 편해지자 질문도 활발히 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KakaoTalk_20250812_124851698_15.jpg 운전석에 앉아 있는 몽골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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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이 되자, 밥을 사 먹기 위해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가는 김에 살짝 구경도 했는데, 확실히 우리나라 슈퍼마켓과는 다른 점이 많아 신기했다.

크고 긴 소시지가 진열돼 있었고, 가격이 저렴한데도 엄청 큰 케이크가 눈에 띄었다.

몽골에서는 대가족이 흔해서인지, 이렇게 넉넉한 양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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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에서 치킨과 피자, 감자를 사서 학교로 돌아와 함께 먹었다.

이번 여행을 안내해 준 가이드 분과 같이 먹게 되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어릴 때 한국으로 유학 와 한국어를 잘하게 되었고, 20살에 결혼했다고 했다.

몽골에서는 결혼을 일찍 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몽골 사람들의 생활을 조금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라, 이 시간이 꽤나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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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시간에는 실내 수업보다는 밖에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았다.

아무래도 아이들이라 그런지, 밖에서 노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이곳에는 이미 한국인 봉사자들이 많이 다녀가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나 '얼음 땡' 같은 놀이도 아이들이 알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다 보니, 오랜만에 해보는 놀이여서인지 꽤 재미있었다.
학창 시절 추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시간이 조금 남아, 우리는 아이들에게 컵타도 조금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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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을 마친 뒤 우리는 울란바토르로 돌아가 가이드분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 자리에서 몽골 전통 음식인 호쇼르와 양고기를 맛볼 수 있었다.

처음엔 입에 안 맞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꽤 맛있었다.

호쇼르는 쫄깃한 피와 고기가 어우러져 식감이 좋았고,

느끼할 때는 함께 나온 몽골 전통 차인 수테차를 곁들이니 딱 맞았다.

수테차는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KakaoTalk_20250812_124851698_02.jpg 울란바토르의 저녁 풍경

저녁 식사 후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다.

호텔 앞까지 데려다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차는 중간에 멈추고 우리는 길가에 내려야 했다.

가이드분 집이 그쪽 방향이라 그냥 내려준 모양이었다.

이렇게 길가에 내버려진 건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여행 중에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고 싶지만, 이번만큼은 마음 한켠에 응어리로 남았다.

그래도 이런 경험 덕분에 문득 깨달았다.

여행은 단순히 즐거움만 있는 게 아니라,

낯선 상황 속에서 내가 느끼고 판단하는 모든 순간이 여행의 일부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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