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므흐스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의 기저에는 인지도를 올리고 싶다는 염원이 깔려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 가게와 매장을 더 널리 알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 과정에서 마케팅과 브랜딩 사이를 오가며 혼란이 옵니다. "내가 하고 있는 게 브랜딩이 맞나" 하고 말이죠. 기본적으로 마케팅과 브랜딩 모두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활동이어서 인지도를 올리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형태인 건 맞습니다. 다만 목적은 다릅니다. 마케팅이 소비자의 판매 촉진을 위한 활동이라면, 브랜딩은 브랜드의 철학을 알리는데 그 목적이 있어요.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 브랜딩인지 마케팅인지 헷갈리는 경우라면 브랜드 철학이 존재하지 않아서일 확률이 높습니다.
브랜드의 고유 철학은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와 같아요. 이전에 소개드렸던 '얼스어스'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카페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고기리막국수'는 막 만들지 않은 막국수를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매일같이 불태우고 있죠. 이런 브랜드 철학 없이 브랜딩을 한다는 게 가능할까요?
브랜드 철학을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얼스어스의 제로웨이스트 같은 사회적 가치예요. 친환경은 사회적 문제에서 출발한 전 세계 사람들의 이슈라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는 브랜드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그만큼 난이도가 높기도 하고요. 실제로 우리 같은 작은 브랜드가 아닌, 거대하고 영향력 높은 브랜드의 경우에도 많은 투자와 실패를 반복하고 있어요.
최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파리 올림픽의 경우에도 '저탄소 올림픽'을 내세웠죠. 그런데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 중인 '에어컨 없는 선수촌', '채식 위주의 식단'이 선수들의 컨디션을 저해한다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시대의 문제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식의 간극을 줄이는 게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겠죠.
또 다른 사회적 가치인 지역 경제 활성화 사업에 F&B는 그 중심에 있어요. 대전의 명물 성심당과 백종원 대표의 예산시장 케이스에서 F&B 브랜드가 가져다주는 힘이 드러납니다. 다른 사업에 비해 소비자와의 접점이 가장 가까운 만큼 소비자에게서 오는 반응도 가장 빠르고 그만큼 영향을 더 넓게 끼쳐요.
브랜드 철학을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요소 중 하나가 사회적 가치라는 걸 되짚어볼까요? 백종원이라는 브랜드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성심당은 대전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전국적인 명성을 띄게 됐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는 브랜드를 단단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고 있어요.
'로컬크리에이터'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의 문화적인 특성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를 뜻해요.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2020년부터 지역기반의 로컬크리에이터 확대를 위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죠. 사업의 목적은 지역 불균형 문제의 해소입니다. 각 지역의 청년들에게 창업 기회를 열어주고 더불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국가적 지원이 들어가고 있어요.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하려면 정부의 정책을 살펴보라는 지인의 조언이 생각이 납니다. 로컬크리에이터에 뽑힌 대상자를 살펴보면 F&B 업계에서도 브랜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돼요.
대표적인 로컬크리에이터로는 2022년 '최우수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된 므므흐스가 있습니다. '모든 날 매 순간 행복한 사람들'의 초성인 'ㅁㅁㅎㅅ'를 따서 므므흐스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하고 있죠. 그들이 꿈꾸는 미래가 디즈니 같은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기도 해요. 그만큼 행복이라는 키워드는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그들에게 있어 중요한 요소입니다.
므므흐스의 첫 시작은 칠곡 왜관읍의 오래된 마늘 공장을 리모델링하여 만들었던 어린이 미술관이었어요. 므므흐스의 배민화 대표가 문화 공연 기획자였거든요. 임신을 하게 되면서 미술관 체험 운영이 어려워졌고 이런 상황이 버거 가게로 전환한 계기가 됐습니다. 먹덧이라고 하던가요? 임신 중에 먹고 싶은 음식이 하필 버거였어요. 남편이 이왕이면 건강한 버거를 먹게 해주고 싶어 직접 만들었던 게 므므흐스 버거의 시초입니다. 임신한 아내에게 내줄 만큼 건강한 재료를 사용해야 했어요. 몸에 좋은 식재료를 지역 농가에서 직접 공수해 만든 건강한 패스트푸드가 바로 므므흐스 버거입니다.
므므흐스 버거가 세워진 곳은 원래 마늘공장이었죠. 폐허였던 이 공간을 마을 사람들은 흉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구수가 점점 줄어들고 마을버스도 하루에 두 번밖에 다니지 않는 외진 마을이기도 하죠. 이곳에는 이제 한해 10만 명의 소비자가 방문하는 가게가 있습니다. 흉물이었던 공간은 웨이팅 하는 손님들로 붐비고 이들이 마을의 관광객이 되어 지역에 활기를 가져다주었어요. 므므흐스는 그렇게 경북 칠곡을 대표하는 최우수 로컬크리에이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므므흐스가 흔히 볼 수 있는 지역 맛집과 다른 점은 지역 밀착에 있어요. 특히 브랜드만의 성공이 아니라, 건강한 버거를 위해 좋은 재료를 공수해 주는 생산자의 입장을 여러 방면으로 고려합니다. 이를 위해 최대한 지역 축산농가에서 재료를 공수하고 있어요. 보통의 수제버거에는 원가절감을 위해 수입산 패티와 베이컨을 사용하죠. 므므흐스는 수입산을 쓰는 대신 칠곡산 돼지고기 뒷다리살을 사용합니다. 앞다리살에 비해 뒷다리살은 식감이 좋지 않아 재고가 많이 쌓인다는 점을 이용해 원가를 절감하는 대신, 므므흐스만의 개발력으로 식감이 뛰어난 둥근 베이컨으로 가공해 사용하고 있어요. 덕분에 축산농가의 걱정거리 중 하나인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었죠. 고기 외에도 칠곡 가산에서는 수미감자를, 동명에서는 미나리를 들여옵니다.
므므흐스의 지역 밀착 활동은 재료 공수뿐만이 아니에요. 웨이팅 하시는 손님들이 지루하게 기다리지 않도록 매원 한옥마을을 산책하는 큐레이션도 진행합니다. 방문 인증 스탬프를 받아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지역 밀착형 마케팅이죠. 또, 매장 내부 스크린을 통해 생산자들로부터 재료를 직접 공수해 오는 영상을 제작해 노출하고 있어요. 므므흐스 버거가 만들어지는 노고를 재료의 생산자와 함께 나누며 매장 손님과 재료 생산자의 간접적인 접점을 만들어줍니다.
쉐이크쉑의 창업주 대니 마이어가 주장한 'Enlightened Hospitality' 비즈니스 철학에는 지역사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F&B 비즈니스는 직원을 가장 먼저 배려하는데서 출발하고, 이때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고객, 지역사회, 공급업체, 투자자 순으로 확대되며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개념이에요. 대니 마이어의 철학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우리나라의 호스피탈리티 그룹에는 노티드 등의 굵직한 브랜드를 운영하는 GFFG가 있습니다. GFFG가 압구정로데오를 중심으로 다양한 브랜드를 오픈한 이유에는 F&B 비즈니스가 지역사회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특성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정부의 로컬크리에이터 육성도 당연한 흐름처럼 보입니다.
브랜드를 강력하게 만드는 요소가 사회적 가치이고 F&B 브랜드와 지역사회의 강한 연계를 고려하면,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참여자는 지역사회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브랜드가 가진 철학을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므므흐스의 건강한 패스트푸드를 만들어 소비자를 행복하게 돕겠다는 노력이 지역의 축산농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요. 대니 마이어가 정의한 선순환 구조를 생각해 보면 브랜드가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은 직원들에게로, 그리고 고객에게로 다시 돌아옵니다. 이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게 브랜드가 단단해진다고 표현한 이유이기도 하죠.
브랜드는 명성을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인기와 유행이 금방 소비되기 때문에, 지금은 괜찮아 보이는 브랜드도 몇 년이 지나면 소식도 없이 사라지곤 해요. 외식업의 브랜드 수명이 다른 산업대비 짧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압구정로데오에 뿌리를 두었던 GFFG도 공격적인 투자의 부작용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현실이에요.
브랜드는 가치 실현의 그릇입니다. 이 그릇에는 브랜드 철학에 어울리는 상품이, 브랜드 문화를 보여주는 서비스 등을 담을 수 있어요. 알맞게 담길수록 조화를 이루죠. 전국 4대 빵집들이 코로나를 겪으며 2021년에 한창 실적 부진을 겪었을 때 성심당만 코로나의 위기를 딛고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그에 대한 분석으로 성심당이 소비자에게 가치 소비를 선물했다는 점을 들기도 했어요. 다른 4대 빵집들이 전국에 점포를 늘리며 확장을 한 반면에, 성심당은 대전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지역사회와의 밀착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에게는 성심당의 빵을 사는 게 훨씬 가치 있어 보였다는 뜻이죠.
위와 같은 브랜드의 특성을 살펴보면 므므흐스는 단단한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므므흐스가 가진 기능이 아니라 문화를 알리는데 집중하고 직원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려 노력하죠. 브랜드 문화가 지역사회의 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올바른 선순환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런 요소들은 '모든 날 매 순간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가치 실현을 위해 므므흐스라는 그릇에 담겼어요. 교본처럼 이상적인 브랜드의 형태라고 느껴지는데, 마침 배민아카데미에서 브랜딩 교육을 하는 등 교육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배민화 대표의 꿈은 디즈니 같은 회사를 만드는 일이에요. 므므흐스가 자기 지역에 자리 잡는다고 할 때 지역 주민들이 설렘과 행복을 느꼈으면 하거든요. 그 꿈이 참 멋지다 느껴져요. 어쩌면 므므흐스는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