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넛버터바나나
요즘 땅콩버터를 즐겨 먹고 있어요.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땅콩버터는 혈당 조절을 도와주는 걸로 잘 알려져 있죠. 집 근처에 야채가게가 있어서 사과와 바나나를 그나마 저렴한 값에 구매해 땅콩버터와 함께 먹습니다. 설탕이 없어도 과일의 은은한 단맛에 땅콩버터의 고소함이 더해져서 매일 먹어도 질리지가 않아요. 그 매력에 한번 빠지다 보니 우도에서 보내온 땅콩을 직접 갈아 스프레드를 만들기도 하고, 매일 첫 끼로 먹고 있는 '오버나이트 오트밀'에도 종종 땅콩버터를 넣어서 먹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속노화 식단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죠. 매일 5km씩 러닝도 겸해주니 체력과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됐어요. 배달 음식을 먹은 지도 언제인지 잘 기억이 안 날만큼, 건강한 생활습관이 잡힌 데에는 땅콩버터의 영향이 큽니다. 어느 날 배우 최화정 님의 아침식사 영상을 우연하게 보게 됐어요. 얇게 자른 사과에 땅콩버터를 곁들여 먹는데, 그 맛의 조합이 처음에는 상상이 잘 안 되더군요. 집에 손이 잘 안 가서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땅콩이 있으니 한번 만들어 먹어보자 싶었습니다. 그 호기심이 균형 잡힌 식단의 출발이 됐죠.
배우들의 아침식사로 사과와 땅콩버터가 여기저기 소개되면서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땅콩버터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났어요. 탕후루처럼 유행을 탄 건 아니지만, 땅콩버터라는 상품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그린라이트를 받았다고 보입니다. 무엇보다 건강과 연관되어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죠.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수요가 많아지는 만큼 땅콩버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업체도 늘어났고, 와디즈 등의 펀딩 플랫폼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상품이 되었어요. 꽤나 유의미한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죠.
이 유의미한 트렌드를 파악하고 땅콩버터를 오프라인 공간으로 끌고 나온 브랜드가 있어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만큼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브랜드, '피넛버터바나나'는 땅콩버터 마니아들을 꽤나 설레게 하는 이름으로 성수동에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땅콩버터는 주로 온라인에서 유통되고 집에서 각자 즐겨 먹는 음식이었어요. 그런 땅콩버터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피넛버터바나나'는 성수동에 위치한 독특한 디저트 카페로, 땅콩버터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메뉴를 판매하고 있어요. 피넛버터바나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매장의 메뉴는 땅콩버터와 바나나를 기반으로 한 조합의 메뉴를 선보입니다. 전반적으로 건강이라는 키워드에도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아몬드 파우더와 쌀가루로 만든 글루텐 프리 디저트, '빠낭시에'를 개발해 선보이거나, 'No Sugar' 옵션을 구성해 소비자에게 선택지를 주고 있습니다. 사과와 땅콩버터의 조합이 최근에 많이 알려지긴 했어도, 바나나야말로 땅콩버터와 잘 어울리는 클래식한 조합이죠. 땅콩버터라는 상품을 소재로 한 매장 자체는 생소하지만, 누구나 이해할만한 조합의 직관적인 네이밍은 낯선 익숙함을 선사합니다.
피넛버터바나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수제 땅콩버터를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는 점이에요. 매장 한편에는 땅콩버터를 만드는 기계가 놓여있고, 고객이 주문하는 즉시 기계를 통해 땅콩버터를 만들어줍니다. 이때 설탕이나 다른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혈당 조절에 좋은 건강한 땅콩버터가 탄생하죠. 보통 땅콩버터를 만들 때 믹서기를 이용해 크리미 해질 때까지 땅콩을 가는 게 일반적인데, 마치 슬러시를 뽑아내는 듯한 기계에서 땅콩버터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는 게 꽤나 큰 매력이에요. 이렇듯 피넛버터바나나만의 고객 경험은 핵심 상품인 땅콩버터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피넛버터바나나의 매력은 건강을 생각한 메뉴, 낯설면서도 익숙한 맛의 조합,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볼 수 있어요.
신생 브랜드로서 피넛버터바나나가 눈에 들어온 이유는 직관적인 메시지 때문입니다. 보통 신규 브랜드를 기획할 때, 담고 싶은 메시지가 많아질수록 브랜드는 복잡해져요. 소비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제공하려는 가치의 겉포장만 보기 때문이죠. 겉포장을 뜯어내 브랜드의 내면을 살펴볼 만큼 인지도와 매력이 있는 브랜드가 아니라면, 최대한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메시지를 정리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 면에서 피넛버터바나나는 소비자에게 있어 굉장히 쉬운 브랜드예요. 땅콩버터와 바나나로 식음료를 구성하고, 매장 안에서는 땅콩버터를 직접 뽑아주죠. 건강한 형태의 음식을 개발하면서 땅콩버터의 역할에 한층 더 힘을 실어주기도 합니다. 단순할수록 강력해지는 원리를 피넛버터바나나는 잘 이해하고 있어요.
또 한 가지 주목해 볼 만한 점은 그들의 트렌드 선점 능력입니다. 트렌드를 잡아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에요. 어떤 트렌드를 쫓아가느냐를 선택하는 일도 어렵지만, 선택하고 실행하는 타이밍을 잡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이죠. 아직 시도한 사람이 많지 않아서 너무 이른가 싶을 때도 있고, 이미 선점을 당한 것 같아 진입하기 두려울 때도 있습니다. 최적의 타이밍이 언제인지를 재다 보니, 오히려 가장 적절한 때를 잃기도 해요. 그런 면에서 피넛버터바나나는 땅콩버터라는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본인들만의 색으로 잘 풀어냈습니다. 주로 온라인 시장에서 판매되던 땅콩버터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단일 콘셉트로 선보이는 건, 어찌 보면 피넛버터바나나의 자신감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땅콩버터가 지속가능한 트렌드라는 분석에서 비롯된 자신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렌드를 캐치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한번 스쳐 지나는 유행을 넘어, 지속가능성한 트렌드인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하죠. 특히 외식업은 매장을 오픈하는 매몰비용이 크다 보니 무작정 트렌드를 쫓으면 큰코다치기 십상입니다. 한 때 전국을 강타했던 도넛 열풍도 열기가 차갑게 식어버렸어요. 탕후루, 요거트 아이스크림 같은 상품들도 도넛이 거쳤던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유행이 빠르게 지나는 F&B 시장에서 트렌드는, 소비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이면서도, 빠르게 시들어버리는 한 때의 신기루이기도 해요.
땅콩버터는 이런 흐름에서 조금 벗어나 있습니다. 인기를 끌게 된 배경이 정확히 반대 지점에 있거든요. 한쪽이 미각을 자극하는 측면에서 부각됐다면, 땅콩버터는 건강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합니다. 혈당 스파이크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며 땅콩버터의 인기도 덩달아 늘어났으니까요. 지속 가능한 트렌드냐를 살필 때, 트렌드의 출발 지점과 인기의 이유를 유심히 지켜봅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영근 과일처럼 단단해지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썩어버린 과일처럼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는 브랜드도 있죠. 빠름과 강렬함의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현시대에,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는 가장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신생 브랜드를 소개한 적이 없었어요. 위의 이유와 비슷하게, 브랜드를 살펴볼 때 지속가능성을 꽤나 중점적으로 보기 때문이에요. 자신만의 가치를 한결같이 꾸준하게 보여준 브랜드를 높게 평가합니다. 지금 반짝 빛나는 듯 보이는 브랜드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유심히 살펴요. 살아남은 브랜드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죠.
그래도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어요.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지, 어떤 상품을 중점으로 키워나갈지, 나만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시작 단계에서도 고민해야 합니다. 참고할만한 예시로 신생 브랜드도 소개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면에서 피넛버터바나나는 땅콩버터라는 유의미한 트렌드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작점에 서있다고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