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집 Oct 18. 2023

플로리다(유니버설 올랜도)

 반 백 살의 뉴욕 여행기(18) - 번외 편


유니버설 올랜도(Universal orlando)


유니버설 올랜도는 리조트와 티켓이 매우 비싼 편이다. 요금면에서 디즈니와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듯 하지만 훨씬 더 상업적이다. 물론 어디든 그렇겠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시간과 다리품을 판다면 좀 아낄 수는 있겠다. 하지만 난 이미 알고 있었다. 디즈니에서 처절하게 깨닫게 된 나의 저질 두뇌와 체력을 고려한다면 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난 디즈니 때와 마찬가지로 유니버설 올랜도 공식 홈페이지(https://www.universalorlando.com/web/en/us)에서 티켓을 예매했다. 패키지 티켓으로 '쓰리-파크-투-데이 티켓(3-Park-2-Day Ticket)'에 옵션은 '파크-투-파크(Park-to-Park)'를 선택했고, 추가로 '유니버설 익스프레스 패스(Universal Express Pass)'도 구입했다. 이틀 동안 3개의 파크를 마음대로 오고 갈 수 있는 패키지였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니버설 익스프레스 패스'는 말 그대로 대부분의 어트렉션을 대기시간 없이 단축해서 들어갈 수 있는 티켓이다. 이는 사용을 원하는 날짜와, 사용할 파크를 선택해서 파크마다 하루 단위로 구입해야만 한다. 그러니 가격이 후들후들해질 수밖에...... 하지만 우리같이 시간과 체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필수 아이템이 될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유니버설 올랜도의 파크 종류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플로리다(Universal Studios Florida)'와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Universal's Islands of Adventure)', 그리고 워터파크인 '볼케이노 베이(Universal's Volcano Bay)'가 있겠다.

유니버설 올랜도는 디즈니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아서 부담이 좀 덜하다. 실제로도 우린 이틀 동안 모든 파크를 여러 번 오고 가면서 보낼 수 있었다.


호텔에서 보이는 호수


이번에는 비싼 유니버설 리조트 대신 인터넷 여행업체를 통해 근처 호텔을 잡았다. 호텔만큼은 업체를 통하는 게 빠르고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우린 디즈니에서 택시(Lyft)를 타고 예약한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은 큰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보자마자 살짝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아무래도 위치가 너무 의심스러운데? 아니나 다를까, 호텔에서 유니버설까지는 택시 타고 20분 이상 걸렸다. 광고에는 걸어서 몇 분이면 된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투덜거릴 생각은 없다. 내겐 이 호텔이 위치 빼고는 모든 것이 완벽했기 때문이었다. 접근성이 좋다거나 멋진 뷰는 갖추지 못했지만 조용하고 큰 객실, 보송보송한 침구, 피트니스 룸, 무료 조식, 작지만 한가한 수영장, 세탁실, 아이스머신, 자판기 등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다 갖추고 있었다.


딸과 나는 객실에 짐을 풀기가 무섭게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사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호텔 곁에 자리한 호수였다. 호수는 작았지만 그 안에 무엇이 사는지 예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깊고 은밀해 보였다. 한 번은 물 밖으로 머리를 내놓고 헤엄치던 물뱀을 보았는데 혼자 보기 너무 아까웠다. '이것이 진짜 자연이로구나!' 


바로 옆엔 커다란 경고 사인도 서 있었다. '악어 조심!' '헉. 악어도 있다고?!'

그 뒤로, 난 수시로 호수에 들렸다. 겁대가리 없다고 뭐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난 악어와 물뱀을 꼭 가까이서 실물영접을 해 보고 싶었다. 아쉽게도 이루어지진 못했지만...





유니버설 스튜디오(Studios Florida)와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Islands of Adventure)


다음날, 우린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s Florida)'와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Universal's Islands of Adventure)'를 목표로 출발했다. 

유니버설 파크 내에는 난이도에 따라 핸드폰을 포함한 모든 소지품을 허락하지 않는 어트렉션들이 많다. 그래서 종이로 된 티켓을 따로 받아 갖고 다녀야만 한다. 매표소에 도착한 나는 모바일 영수증을 내밀고 종이 티켓을 요청했다. 하지만 직원은 내게 신분증을 요구했고, 신분증을 안 가져온 나는 냉정하게 거절당했다.

호텔로 다시 돌아갔다 올 수도 없는 일, 우린 그냥 모바일 영수증을 보여주고 일단 입장을 했다.



얼마 후, 염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소지품을 전혀 허락지 않는 어떤 놀이기구에서 직원에게 모바일 티켓을 보여주고 딸을 입장시킨 것이었다. 

난 딸아이의 핸드폰을 가지고 아래서 기다리기로 했다. 먼저 직원에게 분명히 확인한 후였다. 모바일 티켓밖엔 없는데 위에선 더 이상 티켓 검사를 하지 않느냐고. 직원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근데 걸, 한참 후에 딸이 내려와서는 위에서도 티켓 검사하는데 티켓이 없어서 그냥 내려왔다고 한다. 어이가 없었다. 화가 났다. 그 직원 어디 갔지. 


난 전투력이 상승돼서 매표소로 다시 갔다. 좀 더 설득해 볼 생각이었다. 한데 매표소 직원이 바뀌어 있었다. 다시 모바일 구매내역을 보여주고 종이 티켓을 요청해 보았다. 이번엔 아무런 조건도 없이 그냥 가볍게 티켓을 뽑아주는 것이 아니던가. 뭐지? 다행이긴 했으나 뭔가 기분이 묘했다. 결국 딸은 그 놀이기구를 탈 수 있었다. 그나마 '유니버설 익스프레스 패스'가 있어서 망정이었지 안 그랬으면 그 긴 줄을 다시 서야 할 뻔했다.


호그와트 열차


유니버설 올랜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역시 해리포터였다. 해리포터 거리는 두 파크(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에 걸쳐서 나뉘어 있는데 '파크-투-파크(하루에 여러 파크를 오갈 수 있는)' 티켓이 있어야만 호그와트 열차를 타고 이동해서 볼 수가 있다.

아마도 유니버설의 상술인 듯싶으나 열차를 포기하거나 하루에 한 파크씩만 보기를 원한다면 상관은 없겠다. 난 개인적으로 그 호그와트 열차와 역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물론 해리포터 거리를 보고 나니 열차는 그저 시작에 불과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해리포터 거리는 마치 실제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스캐일을 자랑했다. 동화 같은 비주얼은 너무나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해리포터 거리                        


해리포터 거리


우리는 디즈니때와는 달리 놀이기구들도 열심히 탔다.' 유니버설 익스프레스 패스'덕분에 불편한 예약시스템을 활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대놓고 돈이 좋은 자본주의다!

유니버설의 놀이기구 대부분은 4D형식으로 영화와 접목한 스타일로 되어 있었다. 4D 이긴 하지만 일반 4D영화관과는 차원이 달랐다. 제자리에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라이드가 레일을 따라 움직이면서 훨씬 더 실감 나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우린 둘 다 감탄을 금치 못하며 재미있어했다. 하지만 여러 개의 놀이기구를 타다 보니 반복되는 구성에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4D이다 보니 공간의 한계점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린 더 이상은 라이드를 타야 할 의미를 찾지 못했다. 화려한 디지털과 신기술도 좋지만 가끔은 진짜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그런 아날로그 감성도 유지해 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볼케이노 베이(Volcano Bay)


유니버설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날은 워터파크인 '볼케이노 베이'를 가기로 했다. 테마를 강조한 세계 최초의 '워터 테마파크'라고 하는데 뭐가 그리 다른 건진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여름인데 워터파크 한 번쯤은 가보자며 이번엔 종이로 된 영수증과 신분증까지 꼼꼼히 챙겨서 나섰다.


'볼케이노 베이'는 유니버설 입구에서 셔틀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곳이었다.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가려는데 한 직원이 막아섰다. 티켓을 검사하는 중이었다. 어제처럼 영수증을 보여줬더니 지금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갈 수 없다고 했다. 한쪽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치워진 우리는 어리둥절했다. 난 잠시 상황파악을 하려고 지켜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티켓을 보여주고는 그냥 정류장으로 가는 것이었다. '뭐지? 우린 왜 안 되는 거지?' 

다시 직원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직원에 말에 의하면, 파크가 유난히 붐비는 날은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의 수를 맞추기 위해서 천천히 입장을 시킨다는 거였다. 

말하자면 '원-데이' 티켓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먼저 들여보내고, 나처럼 '파크-투-파크' 티켓이 있는 사람은 다른 파크도 놀러 갈 수도 있으니 대기를 시킨다는 것이었다. 

이게 뭔 황당한 설명이란 말인가. 난 오늘이 올랜도의 마지막 날이고, 돈을 주고 티켓을 샀는데 못 들어간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직원은 자기에겐 결정권이 없다고 언제까지 기다리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어떤 커플이 왔는데 나와 똑같은 상황에 처해졌다. 남자가 매우 분노하며 티켓을 환불해 달라고 매니저를 찾았다. 하지만 거기에 매니저가 있을 리 만무했다.

난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유니버설 패스'가 생각났다. 혹시나 하고 직원에게 영수증을 다시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직원이 어! 하고 놀라더니 '유니버설 패스'가 있으니 가도 된다며 길을 비켜 주는 것이었다. 우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셔틀버스를 향해 갈 수 있었다. 물론 우릴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까 그 커플의 시선이 느껴져서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있는가. 살 사람은 살아야지......

참고로 '유니버설 패스'는 사용할 수 있는 날짜와 파크가 지정되어 있는 티켓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볼케이노 베이'에 도착한 우리는 영수증을 보여주고 전용 손목시계를 받아서 착용했다. 결제기능과 예약정보를 갖고 있는 시계였다.(시계가 그리 정교하지 못해서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건 안 비밀)

파크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날이 흐려서 조금 춥다고 생각했는데 라이드를 몇 개 타고나니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디즈니 때도 그랬지만 이 지역은 비가 왔다 하면 엄청난 폭우 수준이다.)


비도 피할 겸, 마침 배가 고파서 한산해 보이는 식당 카운터 앞에 주문을 하려고 줄을 섰다. 음식을 만드는 일꾼이 부족했는지 음식은 도통 나오질 않고, 그러다 보니 카운터의 줄에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시락 하나 먹으려고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린 것 같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카운터의 직원은 이제야 기계 고장으로 인해 시계 결제가 안된다고 말을 해줬다. 모두들 우왕좌왕 락커까지 가서 카드를 가지고 오기 시작했다. 상황을 보아하니 기계고장은 이미 오래전에 난 상태였고, 직원은 그걸 공지하지 않고 있던 것이었다.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 누구도 직원에게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마치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단 느낌이 들었다. 모두들 알바 직원에게 따져봤자 바뀌는 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진짜 책임은 관리를 못하고 있는 윗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와는 무언가 많이 다른 정서란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알바 직원이라도 본인의 판단하에 고장 안내문 하나 써 붙이는 게,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더군다나 손님들끼리 새로 온 손님들에게 그 사실을 공유해 주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나도 라커에서 신용카드를 가져와서 다시 줄에 합류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많은데 식당도, 탈의실도, 락커도 부족하고 무엇 하나 제대로 수용되는 것이 없는 듯 보였다.


비는 꽤 오래 내렸고 볼케이노 베이는 우리에게 그다지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실외 파도풀도 파도가 약해서인지 구명조끼를 착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재미도, 먹거리도, 서비스도 별로였다. 비교하면 안 되겠지만 난 캐리비안 베이가 그리웠다. 다만 화산 폭발 하나만은 봐줄 만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던 것 같다.


우린 샤워시설에서 대충 재정비를 하고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로 향했다. 어제 조금 덜 본 부분을 마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머리는 다 젖고, 얼굴은 다크서클에, 피곤해서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파크로 가는 길, 다시 셔틀버스를 탔다. 사람들이 많아서 서 있기도 힘들었다. 갑자기 자리에 앉아있던 어느 아가씨가 나에게 의자를 양보해 주는 것이었다. 얼결에 가서 앉으려는데 어떤 꼬마가 잽싸게 먼저 앉아 버렸다. 그러자 그 아가씨는 단호한 표정으로 한 번의 고갯짓으로 꼬마를 비키게 했다. 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뻘쭘하게 자리에 앉았다. 왠지 낯설고 부끄러웠다. 내 인생 처음으로 자리 양보라는 걸 받은 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늙어 보였나? 아니면 내 몰골 상태가 그렇게 안 좋아 보였나? 난 왜 양보를 거절하지 않은 거지?' 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더니 날 보면서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셔틀버스에서 내리자 딸이 내게 말했다. '엄마, 오늘 자리 양보받았다고 일기 꼭 쓰세요.' '그래, 일기 꼭 쓴다!

우린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에 가서 마지막 불꽃놀이까지 보고 유니버설과 안녕을 고했다.





시티 워크(City WalK)


시티 워크(City WalK)는 유니버설 파크로 가는 길에 꼭 거쳐야만 하는 엔터테인먼트 및 쇼핑 거리이다. 영화관, 바, 식당, 커피숍 등 화려한 것들은 여기 다 몰려있는 것 같았다. 우린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도 항상 이곳을 거쳐야만 했는데 매일밤이 화려하고 시끄러운 곳이었다. 갑자기 딸이 길을 틀더니 혼자 앞으로 걸어 나가서는 공연장 객석에 자릴 잡고 앉았다. 공연무대에서는 어떤 가수가 본 조비(Bon Jovi)의 'Always'를 열창하고 있었다.


딸아인 지금 자신이 어떤 곡을 듣고 있는 건진 알기나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난 내가 학창 시절 뮤직 비디오에서 본 조비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났다. 가수가 이렇게 잘생겨도 되는 것인지 충격을 받았던 때였다. 물론 그 뒤로 난 본 조비의 열성적이 팬이 되었고......

딸 옆에 가서는 막 아는 척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꾹 참았다. 그러는 순간 나는 꼰대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옛 시절을 아이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만의 추억은 나만의 것으로 남기고 소중히 하자.


그날, 우리는 디즈니에서 놓쳤던 불꽃놀이를 그곳에서 실컷 보고 돌아왔다.

이전 17화 플로리다(월트 디즈니 월드) Part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