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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율 높은 MBTI인데 사주엔 남편복도 없더라

그래서 안 합니다. 결혼.

by 바란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나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내 천성을 알게 되었다.


나는 혼자 있는 게 편한 사람이다. 물론 사회생활을 해야 하니 아예 타인과의 소통을 단절한 채 지낼 수는 없다. 그래도 혼자여서 불편하다거나 외롭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혼자인 것을 견디지 못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만, 나는 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나를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결혼이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굳어진 것도 이러한 나의 성향 때문일 것이다. 평생을 누군가와 함께 책임으로 얽힌 관계로 묶여 살아야 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숨 막히는 일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나의 MBTI는 ISTJ와 INTJ를 오간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이 두 유형은 결혼 만족도 최하위와 이혼율 최고 1,2위를 나란히 기록한 MBTI라고 한다.


거기에다가 내 사주에는 ‘관성’이 단 하나도 없다. 관성은 여성에게 직장이나 남편을 뜻하는 글자이다. 알고 보니 MBTI와 사주가 동시에 말하고 있던 것이었다.


“당신은 결혼과 맞지 않는 사람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무관사주를 지닌 여성들의 걱정 어린 글들이 수없이 많다. 역술가들은 ‘무관사주인 여성분들도 연애 잘하고 결혼 잘합니다’라고 일단 안심(?)시키는 말로 사주풀이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무관사주의 여성으로서 이 모든 것들을 강 건너 불 보듯 그냥 바라보고 있다. 그저 이렇게 묻고 싶을 뿐이다.



남편복을 타고나지 않았다고 인생이 끝납니까?
직장운이 없다고 돈벌이를 못하나요?



연애, 결혼, 출산이 인생의 과업이라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배우자 운이 중요하겠지만 내게는 그다지 절실한 문제가 아니다. 거창하게 ‘비혼주의자’라고 선언하진 않았지만, 결혼이라는 건 내 삶에 굳이 없어도 된다는 느낌이다.


‘무관사주 여성인데 과연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는 보통 ‘운에서 들어오는 관성으로 충분히 가능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하지만 나는 20년 동안 관성운을 지나왔어도 결국 결혼 근처에까지도 가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결혼적령기라는 시기를 이렇게 보내버렸으니 앞으로의 인생에서는 결혼과 더 멀어질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이 목적이 아닌 삶을 살다 보니 연애에도 그리 목을 매달지 않게 된다. 물론 연애경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연애들로 과연 내가 얻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면 물음표만 남는다.


감정의 진폭이 커져 시종일관 갈팡질팡하고, 알지 않아도 되는 외로움에 휩싸여야만 했던 나의 첫 번째 연애는 굳이 회상하고 싶지도 않은 ‘흑역사’로 남았다. 누군가는 연애로 인해 충만한 행복을 느끼고, 가장 친밀한 관계로부터 오는 안정감을 기반으로 성장하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다.


연애는 상대의 삶의 방식과 리듬을 이해하며 나의 일부분 또한 내어주어야 하는 관계 맺기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나의 연애 경험에서는 그리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했다. 어떤 연애에서는 내가 내어준 만큼 돌아오지 못한 것에 실망하기도 했고, 또 다른 연애에서는 상대가 내어준 것이 부담스럽고 불편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왜 이런 수고스러운 과정을 굳이 거치며 연애와 결혼을 할까? 아마도 혼자일 때보다 더 나은 나 자신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모든 번거로움을 감내하는 것이 아닐까. 혹은 ‘사랑’이라고 일컬어지는 호르몬의 장난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거나. 나도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됐다. 결국은 그 모두가 내게 부질없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연애관계가 내 일상의 주축이 되어버리는 현상이 결국 나를 옥죄며 갑갑하게 했음을 여러 번 겪었다. 하물며 결혼은 어떠할까.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나라는 사람은 결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스스로 내렸을 뿐이다. MBTI는 내 성격의 선호를 말해주고, 사주는 내 삶의 방향성을 짚어줄 뿐 이 두 가지로 나의 ‘결혼 안 함’을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내 MBTI와 사주를 들여다보며, 나는 혼자일 때 내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기에 더 행복해질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미완성의 존재로 남는 것은 아니다. 결국 ISTJ(INTJ)이며 무관사주인 나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배우자가 되지 않고도,
내 삶의 동반자로 나 자신이면 충분하다.




+ 사주를 통해 제 삶을 들여다보고 정리하는 에세이를 썼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oamba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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