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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Nov 21. 2021

아빠와 딸, 우리는 모두 시민기자입니다...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보내야겠습니다

       

아침 8시 27분 카톡이 가볍게 울린다. 누가 아침부터 카톡을 보냈지? 지하철에 내려서 직장으로 바쁜 발걸음을 옮기며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을 빼서 휴대폰을 메시지를 확인한다.

'기자님 오마이뉴스입니다.
기자님의 기사가 방금 채택되었습니다.
이 기사를 지인과 함께 나누세요~^^'

                                                     

▲ 기사 채택  오마이 뉴스  ⓒ 정무훈


매서운 찬바람이 부는 출근길에 휘파람이 절로 나오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오마이뉴스에서 가까운 사람과 기사를 함께 나누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셨으니 아침 댓바람부터 여기저기 단톡방에 기사를 보내며 깨알 자랑을 했다. 단톡방 여기 저기에 축하 메시지가 올라오니 하루의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오늘 아침은 사무실 동료들에게 기분 좋게 모닝커피를 돌려야겠다.


그러나 이렇게 기사가 채택이 되는 경우가 자주 있지는 않다. 내가 쓴 모든 글이 기사로 채택되지 않는다. 전문 기자의 글도 모두 기사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는다.

실제 투고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19편의 송고 기사 중 7편이 생나무(정식 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가 되었다. 13편의 글이 채택되어 기사가 되었지만 메인 화면에 배치된 기사(오름)는 아쉽게 겨우 두 편뿐이다.


어떤 기사는 며칠 동안 공을 들여 작성하기도 하고 어떤 글은 늦은 밤까지 수정을 반복하며 작성하는데 기사 채택이 안 되면 솔직히 실망스럽고 속상할 때가 있다. 하지만 채택이 안 되면 오기가 생겨 기사를 더 열심히 쓰게 된다.


2015년 오마이뉴스에 처음 투고한 글이 채택되어 정식 기사가 되었을 때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민기자라는 호칭도 멋지게 느껴졌고 내가 쓴 글이 기사가 되어 누군가 읽는다는 것이 신기하고 좋았다.


나는 매일 아침 지하철로 출근하면서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기사를 읽으면 전문기자의 기사는 신선하고, 시민기자의 생생한 경험담은 살갑게 느껴져진다.


시민기자 기사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미소 지을 때도 있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은 사연에는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다. 시민기자들은 보이지 않지만 댓글로 서로를 응원하고 원고료로 격려하면서 보이지 않는 끈끈한 연대감을 형성한다.


▲ 오마이 뉴스  사는 이야기   ⓒ 정무훈


그동안 나의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다른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부정적 평가와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민기자들이 쓴 글들을 읽으며 나도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기사를 쓰면서 점점 내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재능 있는 작가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도 좋은 기사가 된다는 것을 오마이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저녁을 먹고 노트북 앞에 앉아  기사를 쓰고 있는 고등학생 딸이 나에게 물었다.


"아빠 또 오마이뉴스 기사 써? 기사가 채택되지 않을 때가 더 많은데 뭐 하러 계속 써?"

"글을 쓰다 보면 오늘 특별한 일을 했다는 만족감이 생겨서."

"그렇구나. 그런데 고등학생인 내가 글을 써도 실어 줄까?"

"시민기자는 누구나 될 수 있어."

"솔직히 내가 쓴 글은 너무 평범해서 기사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아빠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공감가는 글은 기사가 되더라고. 너도 처음부터 큰 욕심내지 말고 부담없이 기사 써서 보내 봐."


"그럼 나도 한 번 써 볼까?"


그렇게 딸은 온라인 수업 경험을 기사로 작성해서 오마이뉴스에 보냈다. 그 다음 날 딸이 보낸 기사가 오마이 뉴스 메인 화면에 배치되자 딸은 흥분해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 봤어? 내 글이 오마이뉴스에 실렸어. 조회수도 높고 누군가 고맙게 후원도 했더라고."

"와 대단하네. 축하해 딸! 이제 아빠 뒤를 이어 시민기자가 되었구나."

"그럼 내가 아빠 닮아서 글을 잘 쓰는 편이지."

"그렇지. 오늘 아빠가 딸 좋아하는 간식 사갈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직업이 전수되어 집 안의 가업이 된 날을 기념하여 가족들이 모여서 간식을 먹으며 딸을 축하해 주었다. 그 후에도 가끔 딸은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냈고 편집자의 배려(!)로 여러 차례 메인 기사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제 나와 함께 딸도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나는 다이어리를 사서 올해 2021년 소망 목록을 기록했다. 소망목록의 첫 줄은 이렇게 적었다. 


'시민기자로 1년을 행복하게 보내기(오마이뉴스에 365편의 기사 쓰기)'


매일 한 편의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의미있게 삶을 살아야 한다. 이제 나의 글이 비록 생나무(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가 되어도 괜찮다. 차곡차곡 쌓인 글은 내 인생의 나이테가 되어 나를 단단하게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어 줄거라 믿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어두운 밤 홀로 노트북 앞에 앉아 나만의 하루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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