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바니타스 01화

불면증 상담일지

광장고포증을 수반하지 않는 불안장애환자

by 배고파



선생님 저 오늘 너무 힘들게 예약해서 왔어요,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왜 모든 것이 이렇게 치열하죠? 삶, 아니 이렇게 거창한 표현 말고도 생존자체에 그렇게 큰 열망이 없거든요. 처절하고 적극적으로 살려는 의지를 가진 분들이 있는가 하면 또 그 똑같은 에너지만큼 죽기를 염원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숭고함마저 없이 미적지근한 저 같은 사람도 있어요. 이게 약발인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그냥 부유하는 기분이에요. 책 읽을때는 잠깐 행복한데 멈추는 순간 9할이 불편하고 불행하거든요. 이렇게까지 하고 살아야 되나 싶어요. 이런 즐거움 하나만으로 삶을 이어나갈 이유가 되고, 달력에 하나 둘씩 D-day 들을 만들어내고, 이런 작은 목적들이 시간을 이루어 닥치면 살아가지는 건가요?



언젠가는 온전한 저로 살아가고 싶어요. 저를 움직이게 하는 기저는 죄책감이에요. 허언으로 뒤범벅이 된 어제를 보내고, 후회로 눈을 뜨고,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냈다는 자기혐오. 또 가학적인 목표들을 나열해 놓고 멘탈을 부여잡는 내일을 기다리는 지금 이 순간까 모두요. 전 예민하게 태어났는데 신은 저에게 재주는 안주셨네요, 만약 그랬다면 진즉에 뮤지션이나 시인이나 미친 여행가가 되어있겠죠. 남들은 나풀거리며 훌쩍 비껴가는 옅은 바람에도 저는 심장이, 마음이 사포처럼 갈려요. 우울의 밑바닥도 한없이 꺼지고, 이것보다 더 심연이 존재할까 라는 질문에 어김없이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기댈 곳 없는 부종가득한 부푼 몸둥아리가 휴식할 밤은 너무 짧은데 노답 라이프에 대한 궁여지책의 밤은 한없이 길어요. 오늘 잠들고 싶다, 아 내일도 잘 살고 싶다. 잠이 들기 힘들지만 죽은듯이 지치는 밤이 있다면, 옅은 잠으로 밤새 뒤척이는 밤도 있어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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