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바니타스 04화

천사를 만났다

악마를 보았고, 천사를 만났다

by 배고파


천사를 만났다.

팔목에 살이 아직 포동포동한 아기는 나에게 돈까스샌드 김밥을 적삼 속에 넣어주었다. 웃으며 뒤뚱뒤뚱 이내 법당 문을 넘어 사라진다.


"여자는 남자보가 승려로써 지켜내야 할 규율이 50가지*가 더 많습니다. 참으로 고된 일이지요. 저는 32살에 귀의했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나의 유일한 아이를 잃고 비구니가 되었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는 고이 접어 이 년 전에 재가되었다. 손등이 시퍼렇게 얼 때까지 울다 깨면 아직도 죽은 아이가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엄마~하고 뒤돌아 보라고 한다. 환상통. 환상 지각. 환상적인 환영이 주는 유일한 젖과 꿀... 까칠한 내 정수리를 다시 한번 쓰다듬어 본다.


시어머니는 천사 같은 당신 아들이 자살했기 때문에 지옥에 갔다 가고 나를 저주한다. 죽은 생선같이 말라비틀어진 비린내 나는 니년 몸뚱이. 네 육신에서 얻을 후손도 없고 니 영혼은 용서받지 못하고 구원도 못 받으니 네 명의를 달라-하심에 그리하여 소유물을 청산하고 그 이름 또한 버리니 법명을 받고 지리산 골짜기로 은둔하였나이다.


묵언보다 괴로운 것은 빈혈이었다. 죽은 아이의 피 냄새가 내 손바닥에 고이던 날, 그 창백한 비린내는 날 메스껍게 했다. 그날 이후 내 생리마저 끊겼다.


육체의 배고픔이 아닌 마음이 식탐을 부린다. 아이가 유난히 좋아하던 돈까스를 갈망한다. 육신이 아닌 죄 많은 영혼이 처먹는다.

승려가 되면 환생의 고리를 끊어 단 한 삶으로 끝난다 하였다. "내가 죽으면 아이가 바로 나를 찾아올 수 있게, 편히 한 얼굴로 잠들게 해 주세요."

자정이 나의 고비라 직감했지만 동이 틀 때까지 나는 삼천배를 이어갔다. 삼천배의 고두례에 고개를 돌리니 밖은 하얗게 환해져 있고, 젊은 부부의 오금의 끝자락에 걸음마를 뗀 아이의 발소리가 들린다.

엎드린 자세로 마주친 얼굴에는 아기천사의 환한 입매가 보인다.

그때, 천사를 만났다.






*오래전 템플스테이 하면서 들은 말인데 팩트체크하려니 어디서부터 뒤져야 할지 몰라서 기억에 의존해 임의로 적었습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영감을 받고 써본 초초단편 소설입니다. 또한 인터넷에 어떤 사람이 고속도로 휴게소 구석자리에서 한 승려가 허겁지겁 돈까스를 먹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글을 올린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 소재가 특이하다고 생각하여 차용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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