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너무 피곤하다.
내가 이 말을 오늘 몇 번이나 한지 모르겠다.
"와 너무 피곤하다"
한 밤중부터 둘째 녀석이 자다 깨서 무섭다며 자기를 재워달라고 했다. 딸의 부름에 나는 항상 즉각적으로 반응하려고 노력하므로, 고 녀석의 침대에 앉아 재워주려던 찰나 짜증을 내며 자기 긴 머리가 답답하니 묶어 달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다가 팔을 휘둘렀고 내 얼굴을 가격했다 (우리 집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피곤하거나 잠에 취해 있을 때 특히 예민하다) 아무튼 아웅다웅하다가 나는 잠을 설쳤고, 비몽사몽 한 상태로 아이들에게 파이팅! 을 외치며 등원시켰다.
오늘의 할 일은 아이들+안방침대의 커버 세탁과 건조,
샤워부스 청소, 사고 차량 정비소 입고 와 렌터카 수령, 정형외과 방문, 둘째의 어린이집의 에어컨 오랜 고장 이슈로 인해 어린이집 방문.... 이 있어 바쁘게 움직이는 오전 시간 가운데 전화벨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가해 차량 보험사 담당자입니다. 차주분이 100프로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전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고 하시네요. 블랙박스 영상을 보내주시고, 선생님 보험사에도 접수해 주세요"
순간 눈이 돌아갔다. 아 설마설마했는데 역시나 말을 바꾸는구나. 이상한 눈빛을 감지한 아내는 흥분하지 말라며 나를 자제시켰지만 이미 나는 심한 분노가 터져 나와 극도로 이성적인 말투와 더불어 약 20db 커진 목소리로 두 시간 반의 전화 통화를 마쳤다. 상대방 보험 대물 담당자와 대인 담당자, 사고 당시 출동 경관, 내 차량 서비스 센터 직원, 그와 연계된 렌터카 업체 직원, 정형외과 접수 직원..
나는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뀌고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들을 싫어한다. 경멸하는 수준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 안에서 내 모습을 발견해서일까.
역시 화가 터져 나올수록 이성적이면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은 의외로 금방 다가온다. 이상 없이 해결되었다 오늘의 일들이.
감동도 없고 내용도 없는 글이지만 내 일상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 정말 피곤한 내 기분을 누구라도 알아주면 좋겠다. 나의 이 모든 과정이 'Damage Control'이라고. 잘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