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몰랐던 나를, 아이들은 들여다본다.

사춘기를 서른에 겪은 내가 아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것

by 에너지은

“사춘기”라는 말, 왜 하필 ‘사춘기’일까요?

‘사(思)’ 생각할 사(思) 자.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뭘 좋아하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바로 그 시기.

그 시기를 저는 서른이 넘어 겪었습니다.


고등학생 땐 대학 입시,

대학생 땐 취업 준비,

그리고 졸업 후엔 바로 입사.

'그냥 열심히 살면 돼.'

어릴 때부터 들어온 이 말 한 줄이, 마치 제 인생을 줄 세우듯 이끌어갔습니다.

처음엔 그게 꽤 그럴듯해 보였고,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문득, 낯선 감정이 찾아왔습니다.

'내 마음도 제대로 모르겠는 나.'


분명 열심히 일하고, 직장에서 성과도 내고, 상사에게 인정도 받는데

왜 이렇게 공허할까?

왜 재미가 없을까?

그때부터였습니다.

제 안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사춘기’가 시작된 건.

그게 뭔지도 모른 채, 저는 여전히 매일같이 출근하며

‘보통이라는 틀’ 안에 저를 끼워 맞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제 마음의 소리를 제대로 들었습니다.

'나, 교사가 되고 싶어.'

임용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선 하나같이 다들 만류했습니다.

"그 좋은 대기업을 두고 왜?"


하지만 저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임용고시를 도전했고,

결국, 제가 정말 원하던 교사가 되었습니다.


영양교사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 급식과 영양수업입니다.

교사가 된 이후 유치원~교직원을 대상으로 최대한 많이 영양수업을 해보았었고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저는 푸드아트테라피를 활용한 영양수업이 저와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수업을 할수록 왜 이 시간이 소중한지 점점 더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푸드아트테라피의 많은 장점 중,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건 바로 이겁니다.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

누군가에게 “정답이 뭐야?”라고 묻기보다

“넌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보는 것.

그 질문 하나가 아이들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 시간이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누구지?”

“나는 뭘 좋아하지?”

“나는 언제 행복하지?”

이런 질문을 조금이라도 어릴 때부터 해보는 것.

그 작은 고민의 시간 하나가

그 아이의 미래와 행복에,

분명히 큰 차이를 만들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업 중에 아이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도 그 고민, 서른 넘어서야 했어.'

'그래서 너희가 지금 이걸 고민하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몰라.'


그렇게, 저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질문을 건네며

그들보다 조금 늦게 맞은 저의 사춘기를

조금씩 치유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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