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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품위있는 그녀 Aug 26. 2024

[번외] 여행을 대하는 헬스인의 자세

여행지에서도 운동과 식단 놓지 말아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작가 품. 위. 녀입니다.

지난 월요일 3박 5일간 세부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지에서 먹은 음식이 원인인 건지 저희 아이가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발열과 구토로 장염증상을 보였고,

아이옆을 지키느라 독자분들과 약속한 연재 날짜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지난 화에 이어 이야기를 하면 뒤죽박죽 완성도가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여행을 대하는 제 태도 대해 알려드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화에서는 여행지에서의 제 식행동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게 하는 여행. 그 여행이 가져다주는 장점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하지만 나처럼 매일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거기에 식단까지 병행하는 유지어터들에게는 여행증량과 근손실이라는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나는 완벽주의자다.

완벽주의자는 그들이 고수하는 원칙 또는 루틴이 있다.

즉 나에게도 식단이나 운동 생활습관 등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불안하고 스트레스받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대부분 내 몸과 관련된 것들이다.

뚱뚱한 병든닭 시절로 되돌아가 후회하는것보다 조금은 엄격하게 나를 통제하고 사는 삶이 나에겐 더 편하다.

이것은 여행을 떠나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니 몇 년 전까지 갈 필요도 없이 작년까지만 해도

여행을 가서 일상을 깨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아이러니한 행동을 했다.

예를 들어 호텔은 헬스장이 있는 곳으로 예약을 하고,

술을 한잔 할 계획이라면 1주일에 한번 정해놓은 치팅데이를 그날로 지정한다.

'여행은 눈으로 보는 것이지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계속 마인드셋을 하는 등 이런 식의 규칙을 세워놓고 지키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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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유지할 수 있으니 너처럼 나도 이렇게 하라고 글을 쓰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내 대답은 NO!!!

위에 쓰인 것처럼 하지 말라고 내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그러면 여행을 가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떡하긴 뭘 어떡해. 뭘 하려 하지 말고 즐기면 된다.

식단 NO!!!

하지 않는다. 음식이 주는 추억은 무언가를 체험했을 때 만큼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 크다.

여행지에서 꼭 먹어야만 하는 음식들이 있다.

1년 전 나는 여행지에 가서 유명한 음식들도 맛만 보고 내 식단의 기본틀을 깨지 않으려 노력했다.

배부르게 먹어봤자 다 아는 맛이라고 주문을 걸었다.

그러고 집으로 돌아오면 항상 후회가 남았다.

음식이 주는 행복이라는 게 분명 있는데 그걸 실컷 즐기지 못하고 돌아오니 2% 아쉬움이 남았다.

그걸 어떻게 깼냐고?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며 내 몸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될 기회가 생겼다.

이 강박을 내려놓기까지가 힘들었다.

오늘이 끝이 아닌데, 한번 내려놓고 먹으면 세상이 끝날 것처럼 무서웠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도해 본 결과 며칠 과식으로 내 몸은 쉽게 살이 찌지 않았다.

찐다 해도 일주일이면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다는 걸 내 두 눈으로 확인한 후에야 이제는 안심하고 여행지에서 음식도 마음 놓고 즐기게 되었다.

우리 몸은 항상성이라는 게 존재한다.

즉 나쁜 길로 갔다가도 일상으로 복귀하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힘이 있다.

그동안 나는 내 몸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차근차근 쌓아 온 내 몸을 믿고 조금 내려놓으니 마음이 더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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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표는

지난 월요일 3박 5일간 세부 여행에서 먹은 것이다.


사진에 보이는 거 조금씩 맛만 본 거 아니야?라고 의심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정말 접시 빼고 다 먹었다.

'아! 이거 먹어볼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 매 끼니를 배부르게 먹었다.

우리나라보다 망고가 저렴하고 맛도 있기 때문에 아침 점심 저녁은 후식으로 망고를 먹었고,

호텔빙수의 1/10도 안 하는 망고빙수를 하루에 한 번씩 사 먹었다.

또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하지 못하는 과자나 간식류도 중간중간 당이 떨어질 때 먹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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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행에서 음식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으니 좋은 점은

1. 후회 NO

항상 돌아오면 '여기도 가서 먹어볼걸~', '그거 한 입만 더 먹을걸'이라는 후회와 아쉬움이 남았다.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충분히 먹고 오니 후회가 남지 않는다.

2. 에너지 UP

여행은 평상시보다 활동량이 더 많다. 충분히 에너지를 채우니 그만큼 여행지에서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었다.

3. 행복 UP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음식이 주는 행복이라는 게 있다. 마음껏 먹고 즐기다 보니 항상 비어 있었던 한쪽 퍼즐을 완성한 것처럼 만족감이 더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최소한으로 지키는 규칙이 있다.

1. 많이 움직이기.

운동을 하라는 게 아니라. 많이 보고 체험하라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와 실내수영 실외수영 바다수영 등 실컷 즐겼다.

덕분에 수면 아래 머리를 넣기 무서웠던 내 물공포증도 사라지고, 개헤엄 비슷하게 수영도 배우고 왔다.

2. 식사 시 채소는 충분히.

식당에서 나오는 샐러드나 채소는 충분히 먹어준다. 이는 포만감뿐만 아니라 여행에서 또는 다녀왔을 때 배변을 원활하게 해 주는데 도움이 된다.

3. 여행 가기 전부터 시동 걸지 말기.

자동차도 아닌데 몸에 시동을 거는 사람이 있다.

여행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기름지고 칼로리 높은 음식을 몸속에 넣어주는 사람이다.

강릉에 간다고 가정했을 때, 아침부터 외부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분위기에 취해 휴게소에서 간식은 꼭 먹어줘야 한다며 핫바, 떡볶이 등의 간식을 배부르게 먹는다. 나는 이것들을 하지 않는다. 내가 강릉에가서 먹고 싶은 것만 정해놓고 도착하기 전까지 되도록 클린 한 식단을 하려 노력한다. 그래야 헛배가 부르지 않고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

1일 차 내 식단을 보면 알겠지만 필리핀에 도착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식사는 일반식이나 되도록 덜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다.

자동차는 출발하기 전 1분 내외 예열이면 충분하다. 과도한 공회전은 엔진에 무리가 온다고 한다.

사람도 자동차와 다를 게 없다.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에 과도한 에너지로 우리 몸을 예열할 필요가 없다.

4. 일상으로 복귀하기.

5일 차 내 식단을 보면 집에 도착해서는 평상시 먹던 일반식으로 다시 복귀한다.

여행에서 많이 먹었다고 절식이나 금식으로 여행기간 동안 힘들었던 몸을 다시 괴롭히지 않는다.

이미 나는 평상시에 충분히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원래 먹던 일반식으로 돌아와서 3 끼니를 평상시대로 섭취한다. 운동은 당일 몸 상태를 봐서 무리인 것 같으면 하루정도 더 쉬고, 괜찮으면 가벼운 유산소로 다시 일상을 시작한다고 몸에 신호를 보낸다.

5. 충분한 수면.

충분한 수면이 다이어트에 좋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여행에서는 평상시 수면 패턴이 깨지기 쉽고, 이 깨진 수면패턴은 우리 몸의 대사를 떨어뜨린다.

떨어진 대사는 우리 몸의 체중조절 능력 또한 떨어뜨린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내가 평상시 잠드는 시간보다 더 일찍 잠들고, 1-2시간이라도 더 수면을 취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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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받지 않으며 최소한의 노력만 하다 보니

여행을 다녀오기 전 체중 증량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었다.

매일 그날의 식단과 체중을 어플에 기록하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1주일 만에 원래 몸으로 돌아왔다.

1주일 만에 안 돌아오면?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지 않는다. 다시 돌아오겠지라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내 일상을 유지하면 된다.

음식을 보며 이거 먹으면 러닝머신 몇 분이야?라는 쓸데없는 생각은 버려라.

그곳의 경치와 분위기, 음식.

그리고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의 눈을 한번 더 바라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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