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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품위있는 그녀 Aug 30. 2024

품위녀 달래기 '우쭈쭈 프로젝트 2'


- 지난 화 마지막 -

출산 후 깨지 못한 마의 56kg가 왔다.

조리원에서 집으로와 56kg까지 감량했고

여기서부터 내 요요가 시작되었다.

이걸 깨야했다.

그러기 위해선 이젠 몸을 움직여야 했다.


"자전거 못타죠?"

"네"

"킥보드나 롤러스케이트도 못타죠?"

"네"

이 대화는 운전면허학원에서 대학생 품.위.녀와 운전학원 강사가 나누는 소리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대학생 시절.

짠순이 내 모친은 거금을 들여 나를 운전면허 학원에 보내줬다.

2종 보통에 도전했으면 좋으련만,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1종 보통에 도전했다.

운전학원에서는 기능시험을 대비해 중년의 여선생님을 내 담당으로 지정해 주었다.

기분 좋게 첫인사를 나누고, 엄마와 딸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트럭에 올라탔다.

그러나 그 좋은 분위기는 10분을 넘기지 못했다.

출발 전 주의사항을 듣고 시동을 걸어 직진을 하는데 1m도 못 가 "stop!!!"이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멈추라고 하면 바로 서야 하는데, 한 박자, 어떨 때는 세 박자 늦게 몸이 반응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고, 나중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수업을 하다 "자전거 못타죠?", "킥보드나 롤러스케이트도 못타죠?" 등의 질문세례를 나에게 퍼부었다.

자기가 무슨 타로마스터라도 된 양 내 부족한 점을 콕콕 집어 물었다.

지금이었다면 "무슨 뜻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죠?"라고 무례한 질문에 반박했을 텐데

이미 그녀의 무서운 기세에 기가 눌린 나는 핸들에서 두 손을 떼지 못한 채 고개를 끄떡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주 넘게 기능교육을 받고, 첫 번째로 도전한 기능시험에서 불합격했다.

“뭐 처음이야 그럴 수 있지~ 한 번에 합격하기는 어렵다더라”라는 말로 엄마는 나를 위로했다.

2번째 기능시험에서도 불합격을 했고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번째도 4번째도 역시 불합격이었다.

4번째 불합격을 통보받고, 나는 운전면허시험을 포기했다.

거금을 들여 학원을 보내준 엄마에게 미안했지만 여러 번의 불합격으로 풀이 죽을 대로 죽어있었다.

타로마스터 아니, 운전학원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자전거도 못 타고, 롤러스케이트를 신자마자 넘어지는 내가 차를 몰고 다닌다는 건 무리한 도전이었나 보다. “버스 타고 다니면 돼”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

그로부터 3년 뒤 대학졸업을 앞둔 마지막 겨울방학.

기능시험 합격기준이 완화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다시 운전면허학원을 재등록해 남들보다 2배의 돈을 들여 합격할 수 있었다.

운전면허증은 내가 도전한 것들 중에 가장 실패를 많이 하고 얻은 자격증이다. (아! 생각해 보니 조리사 실기시험도 10번 불합격했었다. 2번째로 실패를 많이 하고 취득한 자격증으로 정정하겠다.)

그래서 항상 운전면허증을 지갑 맨 앞칸에 소중히 꽂아보관하고 다닌다.

.

타로마스터처럼 얘기하던 여선생님의 말처럼

운전실력과 운동능력과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운전을 할 때 빠른 조작과 판단력 등이 복합적으로 필요한데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들이 돌발상황에서 반응 또한 빠르고 민첩성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운전면허학원에서 내 운동신경을 지적당할 만큼 나는 타고난 몸치/박치/허약체질이었다.

20대 중후반 크로스핏, 필라테스, 에어로빅 등으로 잠시 열악한 신체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몇 년이 내가 살아온 20년이라는 세월을 이기진 못했다.

출산 후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자 내 무기력과 저질체력은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다.

독하게 마음먹고 체중감량을 해 56kg까지 왔지만 나는 여전히 저질체력이었다.

100% 식단으로 체중을 감량한 것이기에 안 쓰는 근육들은 탄력이 떨어졌고, 여전히 배엔 바람 빠진 작은 튜브가 달려 있었다.

이것들을 해결할 방법은 딱 하나.

운동이었다.

우쭈쭈 프로젝트 1단계로 운동 없이 식단으로만 체중감량에 성공했다.

우쭈쭈 프로젝트 2단계는 운동이다.

운동이라고 말하면 거창하지만 내가 말하는 운동은 바로 걷기이다.

걷기를 결심한 이유는

1. 접근이 쉬운 운동이기 때문이다.

걷기는 인간이 태어나 자연스럽게 배우는 행위이다. 그게 운동이 돼? 숨이 차야 운동 아니야?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다. 나는 직장과 집 외에 아무런 활동이 없는 운동량이 부족한 대표적인 현대인이었다. 나라는 인간에게는 걷기도 운동의 하나였다. 체력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였기에 최소한의 부담만 주는 걷기를 선택했다.

또 필라테스나 헬스장을 등록하는 것과 달리 특별한 공간이나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은 게 좋았다. 

현관문만 나가면 언제 어디서든 운동이 되었기 때문이다.

2. 추억의 코로나19

내가 운동을 결심했을 때는 2020년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었다. 5인 이상 집합금지와 10시까지 영업시간제한도 있었다. 거기에 내가 발령받은 인구 2만 명 안팎의 작은 시골학교 주변에는 헬스장이 없었다. 그나마 군에 1-2개 있는 헬스장을 이용하려면 왕복 1시간 넘게 운전해서 읍내로 나가야 했다. 학원을 등록해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걷기를 택했다.

3. 초기 투자 비용 x

수영을 하려면 수영복이 있어야 하고, 사이클을 하려면 자전거가 있어야 한다. 러닝을 하려면 내 무릎관절을 보호해 줄 쿠션감 있는 운동화 하나는 있어야 한다. 이렇듯 요즘 웬만한 운동은 시작하려면 초기에 투자비용이 든다.

하지만 걷기는 그렇지 않다. 밑바닥이 닳지 않은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된다.

신발장에서 있던 오래된 운동화를 꺼냈다.

.

이렇게 매일 퇴근 후 40분에서 1시간씩 학교 주변을 걸었다. 걸음으로 따지면 8천보 정도 된다.

처음엔 뒷짐만 안지었지 설렁설렁 걸었고, 조금 적응이 된 후에는 이마에 약간 땀이 날 정도로 걷었다.

그렇게 몸에는 좋은 연료를 지속적으로 넣어주고, 매일 걷기를 하다보니

1. 체중이 무섭게 빠지기 시작했다.

체중이 56kg인 여성이 시간당 4~5km 정도의 속도로 1시간을 걸었을 때 190~240kcal를 소모한다고 한다.

2020년 6월 중순에 56kg로 시작한 걷기는 12월말에는 52.6kg 최저 몸무게도 달성했다.

지금은 내 몸에 대한 목표가 바뀌어서 체중이 증가했지만 걷기는 분명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었다.

2. 체력이 올라갔다.

걷기는 다리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하체근력 증진에도 효과가 있다.

유산소운동의 하나이기 때문에 심혈관과 심폐기능을 활성화 시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당시 나는 5시 퇴근을 하면 학교에서 10발자국정도 거리에 있는 관사에 곧장 들어갔다. 그래서 다음날 출근할때가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다. 집에서 움직이기라도하면 좋을텐데, 이불과 한몸이었다.

그렇게 누워만 있는데도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걷기를 시작하고 체력이 조금씩 올라가서인지 더 움직였는데도 에너지가 충전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3. 뭘 하고 싶네?

내 주위에 보면 운동하는 사람들 중 한가지 운동만 하는 사람이 없다.

러닝을 하는 사람이 철인3종 때문에 자전거나 수영을 하기도 하고

평일엔 테니스 주말엔 골프를 취미로 가진 사람도 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편도 10년 넘게 평일엔 헬스를 주말엔 농구를 하고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운동도 하는 사람이 잘한다.

걷다보니 더 움직이고 싶어졌다. 

선생님 같이 할래요? 라는 제안에 거절 않고 참여하다 보니 어느새 내 손에는 탁구라켓이 쥐어져있을 때도 있고, 배드민턴 라켓이 들려있는 날도 있었다.


"무리하지 마" 라는 다정함이 느껴지는 그 말을 좋아한다.

다이어트와 체력올리기를 결심하고

단기간에 결과를 볼 생각으로 내가 하지 않던것을 한꺼번에 했다면

지금쯤 나는 운동에 질려버려 여전히 병든닭으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아기 달래듯 차근차근 해온 과정이 나를 움직이고 싶게 만들었다.

오늘도 헬스장에서 어깨 운동을 하고 왔다.

다치지 않게 몸에 자극을 주는 선에서 동작을 수행했다. 

내몸이 위험할 것 같으면 덤벨을 바닥에 내팽겨쳐 버린다.

오늘만 운동하는게 아니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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