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헬스장이라는 건 없다. 나와 잘 맞는 헬스장이 있을 뿐.
- 지난 화 마지막 -
"무리하지 마"라는 말을 좋아한다.
다이어트와 체력 올리기를 결심하고 단기간에 결과를 볼 생각으로 내가 하지 않던 것을 한꺼번에 했다면
지금쯤 나는 운동에 질려버려 여전히 병든닭으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아기 달래듯 차근차근 해온 과정이 나를 더 움직이고 싶게 만들었다.
오늘도 헬스장에서 어깨 운동을 하고 왔다.
다치지 않게 몸에 자극을 주도록 동작을 수행한다. 위험할 것 같으면 덤벨을 바닥에 내팽개쳐 버린다.
오늘만 운동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건강한 식습관으로 몸이 가벼워지고
매일 40분 이상 걷기로 집 나갔던 체력이 돌아오면서 내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거리두기 기준이 완화되어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과 탁구를 배우기 시작했고,
배드민턴도 치기 시작했다. 잘하진 못하지만 교직원 배드민턴 대회도 출전했다.
물론 퇴근 후 걷기도 매일 꾸준히 했는데 지루하다 싶으면 1분이라도 가볍게 뛰어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걷기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녀오는 등 작은 변화를 주어 일상의 루틴에서 오는 권태로움을 달랬다.
체력이 점점 더 올라가고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니 더 움직이고 싶어졌다.
작은 시골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안 퇴근 후엔 나를 찾는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2년 뒤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려 마음먹었다. 실행력의 여왕답게 나는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새로운 운동이라 함은 바로 '헬스'다.
칼로 무 자르듯 모든 운동을 유산소와 근력운동으로 구분할 수는 없지만
걷기 자전거 배드민턴 탁구 등 지금까지 내가 해온 운동들은 주로 동작을 할 때 산소를 많이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에 가까웠다. 체력도 올라가고 몸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면서 마르기만 한 몸이 아니라 좀 더 건강하고 탄력적인 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헬스장을 등록한 여자들이 제일 낯설어하는 공간이 프리웨이트존이다.
다행히 난 20대 중반 크로스핏으로 바벨, 원판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또 10년 넘게 헬스를 해온 구남자친구(현 남편)를 만나면서 그를 통해 기본적인 기구 사용법을 배웠다. 그래서인지 근력운동을 생각했을 때 헬스가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내가 걷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운동화만 신고 문만 열면 운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갈대보다 더 잘 흔들리는 성격의 소유자로 준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안 된다.
도중에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 커뮤니티에 헬스장이 있다. 남편과 산책을 하며 잠깐 들어가 봤는데 내가 알고 있는 머신들이 여러 개 보였다. 남편이 말하길 웬만한 헬스장보다 낫다고 했다.
가깝고 이용료도 저렴했다.
부동산이 고점일 때 상투를 잡고 이 아파트를 매매했는데, 갖출 거 다 갖춘 헬스장을 보니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아파트 커뮤니티를 알차게 활용할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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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나는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인스타 속 인플루언서들 사진에 핑크색, 빨간색 등 휘황찬란한 머신을 보면 부러울때도 있다.
집 근처 신상 헬스장을 등록해 볼까?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나는 나를 조금은 안다.
집에서 멀면 가지 않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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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집에서 가까운 곳을 후보에 넣어라.
도보로 10분 이내의 거리가 좋다.
"품. 위. 녀 당신처럼 나는 게으르고 그날그날 기분에 휩쓸리는 사람이 아니야"
"나는 마음먹으면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고"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나도 움직일 때는 움직인다.
지독한 빵순이인 나는 1년에 1-2번 성심당 빵을 먹으러 왕복 4시간을 운전해 대전에 다녀온다.
갓 나온 빵을 매장 앞에서 베어 먹는 그 한입을 위해.
대입한 상황이 적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는 한 달에 2주에 한번 타이마사지를 받으러 왕복 30-40분을 걸어서 다녀온다.
또 도서관이 좋아 매주 2-3번 이상 운전을 해서 다녀온다.
왜? 라고 물으면 잠은 왜 자니? 밥은 왜 먹니? 와 같다.
인간이라면 헬스장에 가기 싫게 세팅이 되어 있다.
거기에 이상기후로 여름엔 더워도 너무 덥고, 겨울엔 미치도록 춥다.
갑자기 국지성 호우가 내리기도 하고, 자고 일어나면 눈이 발목까지 쌓여있는 경우도 많다.
오락가락한 날씨가 가기 싫게 부채질을 해준다는 얘기다.
또 헬스장은 1년 치 완납을 하면 더 저렴하기 때문에 대부분 1년 회원권으로 등록을 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1년 이용권은 보통 30만원대인데 36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한 달이면 3만원이다.
하루로 계산하면 회당 이용료가 1천원 정도이다.
이는 내가 운동을 가기 싫은 날 '천 원밖에 안 하는데 뭐 어때'라며 핑곗거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헬스장을 가지 않을 이유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오로지 운동하려는 마음 하나로 그 유혹들을 뿌리치고 가야한다.
거기에 거리까지 멀다면 가지 않을 이유가 더 늘어나게 된다.
헬스는 혼자 하는 운동이다.
처음엔 PT를 받겠지만 내 스케줄과 몸상태에 따라 스스로 운동을 계획해야 한다. 이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과수행하는 과정에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운동에 더 집중하고 싶다면 헬스장까지 가는 에너지라도 줄여라.
해외 유명 브랜드 머신들, 새로 출시한 기구 이런 것들이 다 갖춰진 헬스장이면 좋겠지만
그런 헬스장들은 일단 비.싸.다.
세상에 공짜라는건 없다. 합리적인 가격에 비싼 머신들을 가져다 놓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제 막 헬스를 등록하려는 초심자이지 헬스인들이 흔히 말하는 헬창이 아니다.
렉이나 벤치, 레그프레스 등 주요 부위 운동을 할 기본적인 기구만 갖추면 된다.
그걸 어떻게 보냐고? 헬스장에 있는 러닝머신만 봐도 안다.
머신에 설치된 모니터에 지문이 덕지덕지 묻어 있고
운동 기구들에 먼지가 쌓여 있을 때.
헬스장 안까지 들어가기 망설여 진다면 화장실만 다녀와라.
화장실 청결 상태만 봐도 그 헬스장이 얼마나 관리를 하는지 알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관리상태는 관리자의 전반적인 관심으로 이어진다.
그 관심은 휘황찬란하진 않아도 운동하기 편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같이 운동을 하는 멤버 중에 배드민턴을 잘치는 50대 남자분이 있다. 게임을 하면 여기저기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나와 다르게 그분은 한자리에 서서 나를 조련하듯 셔틀콕을 이리저리 보낸다. 심지어 얼굴에 미소를 띄고 있다.
알고보니 그 분은 초등학교 시절 배드민턴 선수였다고 한다.
어릴때부터 운동을 시작한 것도 이점이지만
배울때 기본기부터 제대로 배운덕에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몸이 기억하는게 아닐까?
요즘은 유투브에 헬스초보만 검색해도 어마어마한 양의 영상이 올라온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영상으로 본 것을 유투버처럼 똑같이 적용시키는데 어려울 수 있다. 이렇게 혼자 잘못된 방법으로 운동하다 보면 나쁜 습관이 몸에 베인다.
전문성을 갖춘 트레이너가 있는곳에서 운동을 해라.
화려한 수상경력과 엄청난 자격증의 소유자에게 PT를 받으라는게 아니다.
보통 OT(오리엔테이션)이라고 하는데 내 몸상태를 잘 진단하고, 그에 맞는 운동법과 영양섭취방법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트레이너가 전문성을 갖춘 트레이너다.
모든 일은 시작할때부터 잘 되어야 결말이 좋다는 얘기다.
비용은 좀 들겠지만 잘 배운 헬스는 운동효과를 높여주고 부상으로부터 위험을 줄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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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정도 기준을 가지고 헬스장을 선택한다면 후회하진 않을것이다.
누구는 주차장, 샤워실, 온수상태, 회원복 냄새, 유산소 기구 개수, 스트레칭존 크기까지 보라고
하지만 우리는 내가 살게될 집을 보러다니는 세입자가 아니다.
큰 기준만 정해놓고 거기에 적합하면 나머진 이해하도록 하자.
하나하나 따지다보면 이용료가 비싸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