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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민재 Dec 05. 2017

불안과 친해지기

불안은 나에게 아주 익숙하고 내가 움직이게 만드는 원천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만큼 가까운 감정이었다. 건강이 나빠질까봐 불안해서 야채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고 시험에 떨어질까 불안해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 혼자 남겨지게 될까봐 불안해서 사람들과 약속을 하고 노후에 어려워질까봐 불안해서 돈을 벌고 저축을 했다.

     

그렇게 일상에서 익숙하게 나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었지만 불안에 휩싸여서 내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될까봐 더 불안해지는 상태까지 되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말 이러다가 내가 미치거나 쓰러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이 수시로 찾아왔고 그 생각이 불안을 더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와서 돌이켜보았을 때 불안은 내게 3단계로 다가왔는데 이때가 바로 1단계였다.

     

나의 불안 1단계 - 불안에 휩싸이다


    

1단계에서 불안은 휘몰아치는 바람처럼 내게 와서 내 몸과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다. 가슴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일고 그로 인한 긴장은 팔, 다리와 손, 발까지 저릿하게 만들었다. 이 때의 나는 주변의 어떤 자극에 의해서 가슴이 서늘해지는 듯한 불안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불안이 강도를 더해서 심해질까봐 빨리 그 상황을 피하려고 했다. ‘괜찮아질거야. 금방 불안은 사라질거야.’ 라고 마음속으로 외쳐보았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의 불안  2단계 - 다시 찾아온 불안


오히려 불안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받아들이며 기꺼이 함께 머물려는 마음을 먹었을 때 변화는 시작되었다. ‘어, 그래. 불안, 너 또 왔니? 반가워. 어서와.’ 하면서 불안으로 긴장되는 신체를 깊은 호흡으로 이완시켜주는 방법이 도움이 되었다. 이 때가 불안의 2단계쯤이었던 것 같다. 불안이 나타날까봐 두렵고 더 불안이 가중되던 상황에서 이제는 불안이라는 감정에 압도되기보다는 한발짝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는 여유가 조금 생긴 느낌이었다. 불안을 떠올리면 ‘신비롭다‘, ’떠돈다‘는 단어가 생각났다.


나의 불안 3단계 - 불안의 강이 흘러간다


시간이 흘러 불안이 찾아와도 두렵다기보다는 익숙한 느낌과 함께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가 왔다. 이 때가 마지막 3단계인데 이 때는 불안을 떠올리면 ‘흘러간다’는 단어가 생각났다. 흘러가는 강물처럼 불안이라는 감정도 흘러간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체득하게 된 것이다.

     

부정적인 단서를 잘 찾아내서 불안에 민감한 사람들이 위험에 대처하고 살아남아 대를 이어오고 있기에 인간의 뇌는 원래 부정적인 편향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지나치게 될 경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불안에 발목이 잡히게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걸 헤쳐 나오는 과정에서 불안이라는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익히게 되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불안이 내게 찾아왔을 때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듯이 기꺼이 환영하고 일정시간 머물다가 돌아가도록 지켜봐주는 것이었다. 그러면 불안도 유유히 흘러서 자기 갈 길을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한가지 덧붙이자면, 불안이 올 때와 갈 때를 구분하고 함께 있는 동안 친하게 지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딱 한 가지, 자신의 신체를 느끼면서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다. 자신의 얕아진 호흡을 알아차리고 좀 더 깊게 호흡하여 움츠러든 가슴을 펼 수 있게 하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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