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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민재 Feb 10. 2018

아이처럼 엉엉 울다

불안하고 공허한 마음의 이유


꿈을 꾸었다.

     

남편이 무슨 운동경기 표를 꼭 사야한다고 했다. 꼭 해야만 하는 거라고 긴박하게 나에게 이야기를 해서 나는 그것이 정말 꼭 필요한 것인지 나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밤새도록 잠도 못자고 그 표를 구하려고 절박한 심정이 되어 고군분투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표가 꼭 사야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남편의 욕구와 생각들, 그로 인한 걱정들이 만든 당위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꿈속에서 나는 그 표가 1장에 10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인 줄 알고 꼭 구하려고 난리를 쳤는데 알고 보니 40만원의 값어치도 채 되지 않는 것이었다. 남편이 조바심 때문에 과장해서 이야기했던 것이다.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 나는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속상해서 목 놓아 엉엉 울었다.

     

아으.....아.......아.......

     

어린아이가 그러하듯 고개를 젖힌 채 입을 크게 벌리고 꺼이꺼이 소리를 내며 울었다. 몸통까지 떨림이 전달될 정도로 온 몸으로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가슴속에 단단한 응어리들이 그제서야 조금씩 풀리는 것도 같았다. 처음에는 화가 나고 억울했는데 점점 슬픔이 밀려왔다. 슬픔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울어도 울어도 당장은 그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남편은 여전히 내 옆에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사면 더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꿈을 꾸면서 꿈속의 나와 함께 흐느껴서 울다가 잠에서 깼다. 그 슬픔의 정도가 너무 커서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꿈을 기록하면서도 계속 먹먹한 느낌이 유지되었다.

     

이 꿈은 나의 삶에 대해 지금 내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나는 내 것에서부터 나온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숙고의 과정이 없이 세상의 기준과 가치에 따라 살아왔던 그동안의 내 삶에 대해서 슬퍼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얼마나 가슴 졸였으며 스스로를 미워하였던가.



 

다시 돌이켜보니 영문도 모른 채 누군가가 제시하는 곳을 향해 달리는 불안하고 공허한 마음에 대한 이유를 확실히 찾은 것 같아 깨달음의 순간에 살짝 시원하기도 한 것 같다. 이제는 정말 이전의 내 삶을 떠나보내고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내 마음으로부터의 신호인 것도 같다.

     

이 꿈을 기억하자. 오늘 밤 꿈속에서 경험한 그 감정의 무게를 잊지 말자.

     

또 다시 내가 영문 모르고 정작 나 자신은 소외시키면서 달리고 있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이 오지 않도록.

     

아니다. 분명 그런 순간은 다시 올 것이다.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빨리 알아차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이제는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중심을 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순간을 곱씹으면서 나로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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