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사람들은 달리기를 좋아한다

빈손으로 시작한 내항적 3인가족의 열흘간 파리자유여행기

by 전민재

우리가 도착한 12월은 파리의 우기에 해당되는 시기였다. 하늘은 우중충해서 언제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이 회색빛이었다. 단지 열흘이라는 시간만이 주어진 우리 같은 관광객에게는 그런 날씨쯤은 상관없이 뭐라도 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었기에 아침부터 샹 드 마르스 공원을 가로질러 에펠탑, 샤요 궁전 등을 거쳐 팔레 드 도쿄 등등 파리 시내의 요지들을 훑어보고는 바토 파리지앵이라는 센 강을 오가는 유람선을 탔다.



그렇게 하루 종일 흐린 파리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파리 사람들이 가벼운 운동복차림으로 운동화를 신고 속력을 내어 달리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에 샹 드 마르스 공원에서 마주쳤던 20대의 남자도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반바지 차림이었고 바토 파리지앵을 타고 지나가면서 배 위에서 보았던 30대의 남녀커플들도 얇은 레깅스에 반팔 차림이었다. 두꺼운 패딩잠바를 입은 우리와는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겨울에 마주하기엔 낯선 장면들이었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무엇이 파리사람들을 이렇게 달리게 만드는 걸까? 그 순간에 몰입할 수 있어서인가? 아니면 건강을 중요시하는 파리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니면 결혼제도가 의미 없다는 파리이기에 자신의 남녀 파트너에게 매력적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니면 파업 등 너무 열받는 일이 많아서 그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하나?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지만 파리 사람들과 대화를 해볼 기회가 없어 돌아와서 이런저런 책들과 자료들을 찾아봐야겠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런 그 사람들의 자신감이 부럽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없이 자신의 신체움직임과 순간의 경험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에서 누군가 한 겨울에 그런 복장으로 달린다면 어떨까? 아마도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워서 파리에서보다는 몇 배 더 정신무장을 하고 나서야 할 것이다.



몰입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달리기를 강력한 몰입의 경험으로 정의한다. 복잡한 거리나 혼잡한 도시에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달리기를 제시한다. 여기저기에서 달리는 파리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한국으로 돌아가면 달리기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겨울에도 간단한 복장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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