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끊이지 않을 땐 걸어보자!
“당신은 예민한 것 같아요”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가요?
아마 이 질문을 받는 사람은 대체로 다 기분이 상합니다. 나에게 마치 잘못이 있는 것 같은 비난으로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 사회가 예민한 사람에는 ‘까탈스럽고, 성미가 좋지 않은, 부적응적인 ‘등의 수식어를 붙이며 둥글둥글하기를 바라는 면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한 예민합니다.
사실 초초민감한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Highly sensitive persons
매우 예민한 사람을 칭하는 용어입니다.
전 평소 소리에 아주 민감하여 대부분의 소리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특정 소리는 귀를 막는 차단으로 끝나지 않고 목소리를 내어 아예 다른 자극으로 대치해야 할 정도로 민감한 면도 있습니다. 또 관계에서 민감합니다. 대인관계에서 상대가 제게 통제를 하여 저의 행동이나 말에 과도하게 참견을 하는 것에 극도로 견디기 어려워합니다. 또한 배려가 없거나 무례한 사람에 대해 경멸하는 감정을 느낍니다. 가능하다면 위와 같은 상대가 있으면 상종을 하지 않죠. 그러나 회사, 혹은 피할 수 없는 혈연관계에서는 어쩔 수 없이 관계를 유지하며 감내해야 하는 부분에 당연히 있습니다.
그런 일이 요 근래 있었습니다. 매우 지치고 마음이 힘들어 괴로운데 이러한 고민을 말하면 주변에서는 “사회생활이 뭐 그렇지. 그 사람이 이상한 건 맞는 거 같아. 그래도 너도 예민해”라고 이야기를 들어 속만 상하기도 합니다. 그냥 좀 푸념을 해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품어줄 수는 없나요? 그런 얄미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하염없이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한여름과 견줄 더위가 있어 낮에는 엄두가 나질 않는 걷기를 합니다. 이 불편감과 개인적으로 느끼는 고통이 저를 따라오지 못하게 최대한 큰 보폭으로 매우 빠르게 40여분 간의 거리를 단숨에 걸었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 야경도 보았습니다.
여름밤은 더위를 피하는 선물이기도 하지만 밤 자체가 주는 위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낮에는 태양 아래 우리 모두 몸 술길 곳 없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걸어가면서 맞은편 걸어오는 상대의 표정, 여러 시각 자극들이 펼쳐져 과부하가 됩니다. 어쩐지 폰에 시선을 두지 않으면 좀 어색하고 걷다가 마주친 상대의 눈은 피하게 됩니다. 그러나 밤은 다릅니다. 맞은 편의 사람의 얼굴도 흐릿해집니다. 표정을 살피기 어렵고 자극은 줄어듭니다. 마음이 한층 고요해집니다. 그러고 보니 밤은 짜장 같기도 해요. 색도 닮았지만 내용물의 색을 다 덮어 버리니요. 낮의 생동감이 밤의 무드에 절어 들면 나름 모두 통일성이 있어진달까요? 그러면서 색을 잃은 요소들은 더 이상 내 심기를 건드리지 않습니다(적고 보니 밤의 힘이 정말 크네요!)
밤의 산책은 그래서 더 힘이 큰가 봅니다. 낮에 받았던 감정의 파편, 불편했던 말과 인간관계 모두 색을 잃고 빛을 바랍니다. 내 마음에 오롯이 집중해 볼 수 있습니다. 땀나도록 걸으니 지금 숨찬 것 외엔 다 부질없게 느껴집니다. 헉헉대는 숨이 삶을 좀 더 가볍게 만듭니다. 한결 단순해집니다.
낮이 또 찾아왔습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어젯밤과 또 다른 마음이긴 합니다. 여전히 힘들고 속상하다 말하고 감정의 요동도 칩니다. 그래도 또 다가올 밤이 있기에, 걸으며 말 걸어주는 내가 있음에 감사하며 타인은 나를 온전히 담아주지 못해도 나는 나를 담아주고 위로하자고 다짐해 봅니다. 오늘도 짧게 산책을 했습니다. 여전히 좀 힘들고 내가 조금 싫지만 그래도 또 스스로 내 편을 들어줘봅니다. 조금은 내가 평안하길 진심으로 빌어줍니다. 모두들 굿 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