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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ing myself Jun 18. 2024

오랜 우울 속 다시 걷다.

비가 지나가고 다시 걸어봅니다.

약 2주가 넘는 시간 개인적으로 폭풍우가 지나갔습니다. 외부의 사건이 딱히 있었던 건 아닙니다. 바깥은 다소 순조롭고 평탄하게 흘러갔으나 내 내면에서 나를 몰아세우는 목소리가 일었습니다. 그 시기가 지나가는 동안은 몸을 납작 엎드려 움츠린 채 일, 집만 반복한 것 같습니다. 사람도 재미도 다 의미 없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산책도 사실 잊어버렸죠.


  마음이 다시 개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브런치가 생각났고 왜 내가 걷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되었습니다. 걸으면 아마 더 빨리 그 시기를 벗어났을 텐데요. 하지만 그 2주는 개인적 삶에서 거의 드문, 믿기지 않을 만큼 힘이 나지 않는 시기였던 건 확실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삶은 흘러갑니다. 필라테스를 하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집에서 학원까지 천천히 걸으면 약 40여분, 경보로 걸으면 30분인 거리를 걸었습니다. 운동을 하러 가는 길에 아이러니하게도 조금이라도 덜 움직이려고 버스를 탔던 그 거리를 오늘은 운동 전후로 왕복해서 걸었습니다.


 운동하는데 결과물이 더딥니다. 체형은 많이 교정되었지만 강사님은 제가 게을러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더디다고 나무랐습니다. 그러면서도 제 복근을 만들어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수강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재수강을 권하면서요. 시작할 때 강사님은 본인만 믿으면 몸짱은 금방 만들 수 있다고 했었는데…그 장면이 생생히 떠오르며 난 누군가에게 나만 믿어라고 안심시키진 말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결과물이 잘 되지 않으니 나의 노력부족으로 탓이 올 걸 알았다면 저도 강사님을 믿으란 말을 믿지 말걸요. 너무 순진하게 믿은 제 탓이지요. 그리고 괜히 열심히 도와준 그분이 미워지기도 하고요(좋은 분인데 말입니다.)


  운동 후 집으로 가는 길. 강사님 말이 맴돕니다.

노력하지 않아서 그래요

아, 그 말이 수업 후 귀갓길에 끈질기게 걸음마다 따라붙습니다. 좀 따끔하고 아프고 그러면서 나를 차갑게 만듭니다. 좀 더 이성적으로 만드는 말입니다. 내 안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러게. 누굴 믿지 말고 날 믿었어야 했는데 왜 순진하게 정말 강사님이 날 바꿔 주리라 기대한 걸까?


  걸으면서 머릿속에서 잘잘못을 따져 봅니다. 내 몸이니 내 잘못이 크지요. 뭐 운동만 그럴까요? 한낱 말을 그리고 남을 믿어서 그랬다 후회해도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나의 몸이고 확장해서 나의 인생은 결국 내가 책임지는 것입니다. 나는 또 그걸 잠시 잊고 달콤한 유혹(나만 믿어)이 진짠 줄 알고 기댔단 걸 깨달으니 좀 더 정신이 바짝 듭니다. 그 말이 아프지만 도움은 되었습니다. 내 몸은 내가 변화시키겠다고요. 강사님이 운동을 알려주시고 도움 주셨지만 그래도 내 몸이니 나중에 훌륭한 몸이 되어도 누구의 덕이라고 돌리기보다 내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떳떳해지려고요. 맘에 숨은 독기가 올라옵니다.



그래도 나에게 부족하다고 너무 나무라진 않습니다.

운동에서 좀 부족했더라도 다른 삶의 영역에선 열심히 살았는걸요. 운동에 좀 재미를 못 붙인 게 아쉽지만 그래도 잘 살고 있고 여전히 괜찮은 걸요. 그간 원하는 결과를 못내 조금 아쉬움은 있지만 앞으로 재미를 붙이고 마음만 선다면 내가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나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그간 좀 미진했지만 다시 잘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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