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좀 알려주세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글을 썼다. 지금도 생각이 나는 건 여섯 살 때다. 스케치북에 연필 한 자루. 그것만 있어도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생각나는 대로 그림을 그리면서 홀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산속에 새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그걸 들으면서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튀어나온 거예요. 어흥!"
나는 산과 새를 그리다가 갑자기 호랑이를 출연시켰다. 스스로 '어흥' 하고 호랑이 울음소리를 흉내 내다가 갑자기 무서워져서 책상 밑으로 숨었다. 그렇게 내가 만든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어서 놀았다.
초등학생 때는 피아노 학원에서 혼자 연습할 시간이 주어지면 악보책 맨 앞장에 시를 썼다. 한창 인터넷 소설이 유행할 때는 공책에 인터넷 소설을 써서 반 아이들이 돌려봤다. 고등학교 3학년 때도 야자 시간에 몰래 시를 써서 공모전에 제출했다.
내 인생은 쭉 그랬다. 이야기를 짓고, 쓰는 게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나의 유희였다.
직업도 (순수문학과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글을 쓰는 일을 가졌다. 먹고살기 바빠지면서 내가 정말 쓰고 싶었던 글을 뒷전이었지만, 일기를 쓰거나 생각나는 소재를 메모해 두는 습관은 여전했다.
하지만 '나의 글'을 쓰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코로나19 시대에 접어들면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자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때가 생각난다. 작은 원룸에서 접이식 책상을 펴고 감지 않은 머리카락을 벅벅 긁으며 오랜만에 내 글을 썼던 때가. 근 6~7년 만에 쓰는 소설이었다. 어설프고 어려웠지만 그 또한 즐거웠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 했을 뿐, 많이 쓰진 못했다. 단편소설, 장편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지만 그래봤자 완성은 1년에 한 편 정도였다. 시간이 없다는 것만큼 뻔한 핑계가 또 있을까.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갈망이 커졌다. 나를 미워하고, 너를 미워하고, 세상을 미워할수록 글이 쓰고 싶었다. 그렇게 할 때야말로 아주 조금은 나를, 너를, 세상을 이해하는 느낌이었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글을 썼다. 퇴근 이후나 주말을 이용했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글이 늘어났다. 가끔은 공모전에도 제출했고, 운 좋게 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퇴사를 하면서는 건강 관리에 집중했다. 운동하고 밥을 차려먹고 살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글을 지었다.
일을 하면서 가장 필요했던 시간은 멍 때리는 시간이었다. 하염없이 상상을 하고 그 상상에 빠져 지내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면 글감이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시간이 늘었다.
그렇게 반년 만에 10편 가까이 되는 글을 썼다. (물론 다 완성은 아니고, 초고에 머문 글도 포함해서ㅎㅎ)
종종 공모전에 제출했다. 제출하는 양이 많아질수록 기대감이 커졌다. 그저 쓴다는 것에만 만족하는 게 왜 이리 힘든 일인지.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보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까지도 욕심을 내게 되었다.
그러나 올 들어 그런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들어서면서 마음이 복잡해진다. 내 글을 쓰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남의 글을 쓰는 걸로는 돈을 벌 수 있나?
임산부인지라 당장 재택근무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봤다. 크몽으로 원고 작성 아르바이트를 해볼까, 에세이 구독 메일링 서비스를 해볼까, 블로그로 수익을 올려볼까. 오늘도 고민만 잔뜩 하다가 답을 찾지 못한다.
글 써서 돈 버는 방법, 그것이 정말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