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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크였는데요(1)

퇴사 후 산전검사를 받은 이유

by 삼십대 제철 일기
-결혼한지 얼마나 됐어?
-3년 정도 됐어요.
-그럼 이제 슬슬 애기 가질 때네?
-아, 저흰 딩크라서요.
-요즘은 딩크가 왜 이렇게 많아.


결혼하고 이런 흐름의 대화를 정말 자주 나눴다. 인생 선배님(?)들은 꼭 자녀 계획을 물었다. 지극히 사적인 질문이지만, 나는 이런 순간들을 크게 불편함 없이 받아들이곤 했다.


어느 정도 나이 차이가 나면 대화 주제가 부족하기 마련이니까. 어쩌면 50~60대 어른들이 보내는 관심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솔직한 나의 가치관을 표현하고, 그에 따른 간섭도 웃으며 듣곤 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확고했다. 남편과는 '딩크'(Double Income No Kids)로 살기로 합의하고 결혼했다. 당시 나의 직장은 야근, 회식, 출장이 빈번했고 그런 상황에서 자녀 계획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일이 바쁘니까'가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이유는 찾으려면 수도 없이 많이 찾을 수 있었다. 경제 상황, 신체적 한계, 재취업 문제, 지구 온난화, 국가 경쟁력 등등. 아주 넓고 깊은 이유까지도 댈 수 있었다.


실제로 주위에 물어보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무궁무진했고 대부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였다. 반면 '아이를 낳는 이유'는 그렇다 할 만한 게 없었다. 딱히 이해가 되는 이유도 아니었다.


그렇게 남편과 나는 아이를 가져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 채로 신혼 생활을 즐겼다. 양가 부모님들께도 우리의 생각을 밝혔고, 우리의 미래를 그릴 때도 항상 둘 뿐이었다. 이렇게 쭉 살 줄 알았다.


퇴사가 우리의 우주를 뒤흔들 줄이야..!


올해 계획에 없던 퇴사를 하고, 몸이 심하게 안 좋아 건강 관리에만 집중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 나이를 돌아보니 삼십대 중반이었다. 그때 떠오른 건 '노산'이었다. 출산 계획도 없었으면서 그게 왜 떠올랐을까.


아마 결혼 초에 했던 말이 생각난 것 같다. 친구들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난 딩크긴 한데, 노산이 되기 전에 다시 짚고 넘어갈거야. 정말 이대로 괜찮은지 중간 점검 하는거지. 만약 둘 중에 한 명이라도 마음이 바뀌었다면, 아이를 낳을 수 있을 때 고민해봐야 하니까."


그때 내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남편과 같이 세운 계획도 아니었고, 그저 나홀로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저 말 뒤에는 이렇게 덧붙이곤 했다. 근데 뭐 가치관이 쉽게 바뀌겠어?


의학적으로 노산의 기준은 만 35세다. 그러니 바로 올해가 '중간 점검'을 할 때였다.(일생을 즉흥적으로 살아와 놓고, 이런 건 또 기억하고 있다는 게 스스로 신기할 뿐)


나의 마음 속 깊은 곳엔 또다른 가능성이 들어있었던 걸까. 솔직히 아직도 헷갈린다. 나중에 신체적으로 출산이 불가해졌을 때, 갑자기 아이가 갖고 싶어지면 그땐 정말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런 생각으로 산부인과로 향했다.


어차피 산부인과 검진도 받아야 했기 때문에 겸사겸사 산전검사를 신청했다. 임신하기 전 난소와 자궁, 호르몬 상태를 검사하는 건데 혈액검사와 질초음파 등을 했다. 퇴사 직후 건강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괜히 긴장이 됐다.


그리고 검사 결과,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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