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에세이레터' 무료 구독 신청받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적어주시면 10월 16일부터 모닝 레터를 보내드려요. 자세한 내용은 맨 하단에 있어요!
나는 어려서부터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갓 스무 살을 넘겼을 때를 빼고는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른다더니, 나 또한 무척이나 그랬다.
뭐가 그렇게 두려웠던 걸까. 딱히 실체 없는 두려움이었다. 대학교 2학년이 되니 '2말 3초'의 저주가 들려왔다. 2학년 말 3학년 초까지 애인이 생기지 않으면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없다는 저주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저주가 맞는 것 같기도?!
아무쪼록 2학년부터 '더 늦으면 안 돼'의 의미가 담긴 여러 이야기들을 듣기 시작했다. 3~4학년 때는 졸업하기 전에 휴학을 한 번 해봐야 한다고 했고, 토익 점수도 이때 만들어놔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졸업 전에 구직 면접을 보는 게 좋다고도.
나이와 학년에 맞는 일들이 항상 정해져 있었다. 아마 먼저 길을 걸어간 선배들의 조언이었을 거다. 그때쯤 해야 적당하다는. 졸업 후에도 나이대별로 이뤄야 할 것들이 있었다.
20대 중반에는 취업을 하고, 후반에는 연봉을 올리고 투자를 시작하고, 삼십 대에는 결혼을 준비하고 등등. 사회적으로 규격화된 틀이 있었고, 생각보다 그 틀을 맞추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사회에서 만든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고 싶지 않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용감한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등바등 살았다. 할 수 있다면 가장 앞서 나가고 싶었다. 계획하고 목표한 대로만 살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때때로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 때면 초조해져서 잠도 이루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가는 게 얄궂었다. 나이가 들수록 나의 가능성이 스러지고, 설 곳을 잃어갈 거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지금 전직하기엔 늦은 감이 있지.
-이직하고 싶으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
-이제 나이가 있어서 안 뽑아줄걸.
동료나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늘 '나이'라는 허들 앞에 선 기분이었다. 처음엔 발목 높이였던 허들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높아져서 종아리, 허리, 가슴, 턱까지 닿을 것만 같다. 그럼 뛰어넘을 수나 있나.
우리는 왜 이렇게 나이에 각박한 것일까. 나이가 들수록 채용되기 힘든 건, 상사보다 어리지 않기 때문이다. 더 젊은 사람보다 사고가 유연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어떤 부분에선 적응이 더 느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젊은이의 도전이 흐뭇하고 찬란해 보인다면, 중년의 도전은 애틋하고 대단해 보인다. 젊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강력하다. 젊다는 것 하나만으로 빛나고, 챙겨주고 싶고, 아낌없이 격려해주고 싶다.
그야말로 청청익선(靑靑益善)이다. 젊으면 젊을수록 좋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나도 젊은 시절은 일만 하며 보냈다. 스물다섯에 취업해서 10년을 일했다. 그리고 퇴사했다. 누군가는 아직 젊은 나이니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보라며 등 떠밀고, 또 누군가는 빨리 다음 직업을 구하지 않으면 더는 기회를 잡기 힘들 거라고 걱정한다.
스스로도 혼란스럽다. 이렇게 된 이상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볼 것인가, 아니면 원래 일하던 곳으로 돌아갈 것인가. 마음을 결정한다고 해도 기업에서 나를 받아주긴 할 것인가.
내가 서른다섯이 아니라 서른이었다면? 스물다섯이었다면? 더 많은 선택지가 생겼겠지.
자꾸 겁이 난다. 이 나이대에 해야 할 일을 놓칠까 봐, 이미 한참 뒤처져 있을까 봐, 한참 어린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야 할 까 봐. 내 나이를 들여다보고 해부하고 진창을 낸다.
그러면서 또 시간을 보낸다. 아까운 나의 시간을! 어차피 시간은 매어놓을 수 없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지금이 가장 젊다. 그러니 별 수 있나. 허들을 뛰어넘기 위해 발목을 풀어주고, 도움닫기를 연습하는 수밖에.
오늘도 백수로서, 가장 사소한 것부터 부지런을 떨면서 하루를 채워본다. 조만간 힘차게 도움닫기 할 그날을 준비하며..!
※ 에세이레터 공지 ※
오랫동안 준비해 온 에세이레터를 10월 16일(목) 오픈합니다.
1, 6일마다 소중한 독자분들에게 편지를 보내드려요.
아래 링크로 닉네임과 이메일 주소를 적어주시면,
10월 16일부터 오전 7시 모닝 레터로 여러분 곁에
한 걸음 더 가까이 찾아가겠습니다�
▼▼에세이레터 구독 신청▼▼
https://forms.gle/H4 N1 ZwEPEd4 oyssq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