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바로...
불장이었다. 상급지부터 하루에 몇 천씩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불이 순식간에 옮겨붙고 있었다.
아직 옮겨붙지 않은 곳을 찾아야 했다.
퇴근하고 가서 집을 보고, 반차내고 가서 집을 봤다.
기차를 타고 달려가기도 하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기도 했다.
깊어가는 가을, 해는 점점 짧아지고 집을 볼 때면 어둑해지곤 했다.
동이 좀 아쉽긴 했지만, 남향에 평층.
아직 불기운을 감지하지 못한 실거주자가 내놓은 집이었다.
동간 거리가 넉넉한, 판상형의 반듯한 남향집이었다.
여러 개의 집을 보고, 깜깜한 밤이 되어 마지막으로 본 집이었다.
분명히, 남향집이었다.
남향은 모름지기 (시간별, 계절별로) 살기에 딱 좋게 해가 잘 드는 게 장점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에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다.
몇 개의 매물을 비교한 후, 매수를 결정했다.
초보였던 나는 모든 과정들을 나름대로 꽤나 꼼꼼하게 점검, 또 점검했다.
(고백하자면 내 성격은 꼼꼼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산 남향집에 해가 잘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걸 사고 나서 알았냐고? 그렇다.
남동쪽으로는 붙어있는 옆 단지가 위엄있게 서 있었고,
거리는 넓지만 남쪽에 서 있는 동의 그림자가 우리집을 가리곤 했다.
남향집이지만, 해 드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아니, 이럴거면 나는 왜 남향을 산 것일까.
남향이라는 이름만 가졌을 뿐, 장점을 가지지 못한 집.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었어....
이 집을 사고 나서야 집을 볼 때 해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거실 창 앞에 서서 해의 동선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다.
집 살 때 이런 것도 제대로 안 보고 샀냐고?
나는 수많은 흑역사를 보유 중이다. 이건 그 중에 하나에 불과함.
앞으로 내 투자의 [흑역사 시리즈] 종종 풀어보겠다.ㅎㅎ
제 흑역사를 통해서 꼭 기억하세요...
남향보다 중요한 게 모다? 해가 진짜로 잘 드는지 직접 보는 거. 흙흙
No limits, Boldly go.
글쓰는 투자자 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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