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는 ‘읽으라는 말’이 아니라 ‘읽는 모습’을 본다

부모의 습관이 아이의 독서력을 만든다

by 흰 백

부모가 책을 읽을 때
아이에게는 분명한 변화가 생긴다.
말보다 훨씬 강력한 변화다.


첫째가 5~6살이 되었을 때였다.
그림 그리기, 만들기, 색칠 같은 활동뿐 아니라
아이는 점점 더 다양한 놀잇감과 주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책도 마찬가지였다.
그림책에서 글밥이 늘어나며
한 권을 읽는 호흡이 길어졌지만,
아직 그 시간을 온전히 버텨내지는 못했다.


중간에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집중이 흐트러지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동생이 있다 보니
방해하는 상황도 많았고,
4살 아이는 6살 아이의
긴 호흡의 책을 함께 듣기 어려워했다.


신생아부터 세 돌까지의 책육아보다
아이가 자라면서 맞이한
이 시기의 책육아가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바꾸는 대신
나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아이 앞에서,
내가 먼저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번의 말보다 한 번의 행동
IMG_3104.jpeg
IMG_4592.jpeg


그해 여름이었다.
나는 원래 여행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서평으로 우연히 접하게 된
『초딩의 73일 미국·캐나다 여행 일기장』을
읽고 있었다.


여행 에세이라 그런지 사진이 많은 책이었다.
6살 아이가 내 옆으로 와서는
“이 오빠는 어디 다녀온 거래?” 하고 물었다.

“여기는 금문교래.
진짜 금문교는 금색일까?
오빠도 그렇게 궁금해하네.”


그 짧은 대화 이후 아이는 집에 있던
세계 나라 관련 책들을
하나씩 꺼내 보기 시작했다.

미국과 캐나다에 특히 큰 관심을 보였고,
세계 문화 책을 스스로 찾아 읽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침에 눈을 뜨면 세계지도를 먼저 찾는다.

몽골의 게르라는 집을 파헤치기도 하고,
태평양과 북극해에도 관심을 보인다.


그때 깨달았다.

한 번의 설명보다, 부모가 책을 읽는

‘장면 하나’가 아이의 관심사를
훨씬 멀리 확장시킨다는 것을.


부모가 책을 읽을 때
아이에게 일어나는 세 가지 변화



첫 번째 변화
- “독서는 어른도 하는 일”이라는 인식

아이는 어른의 행동을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볼 때
독서는 ‘해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따라 하고 싶은 행동’이 된다.


두 번째 변화
- 집중 시간의 확장

집중력은 유전이 아니라
반복해서 보고 익히는 것이다.
부모가 조용히 집중하는 모습을
자주 볼수록
아이도 그 집중을 흉내 내기 시작한다.


세 번째 변화
- 독서 분위기의 형성

부모가 책을 읽는 집은
집 안의 공기부터 달라진다.

소음이 줄고, 조용한 흐름이 생긴다.

아이에게는 그 자체로
독서에 몰입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부모의 독서 습관은 말보다 훨씬 강력한
‘환경적 메시지’다.


다음 편 예고
그렇다면,
부모가 책을 읽지 않아도
아이가 스스로
책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는 있을까?

keyword
이전 05화책 읽는 아이는 이렇게 사는 집에서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