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샘 Aug 02. 2020

돈은 많을수록 좋다.

언제고 이렇게 살 순 없다.

퇴사하고 세계여행 종료 D+136



여행이 끝나고 네 달이 흘렀다. 그사이 실패와 크고 작은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 통장 잔고는 빈약하다. 통장에서 파란색 글씨(입금)를 본 지가 언젠가.

입금은 안돼도 요즘 우리 부부의 일상은 꽤나 바쁘다. 일주일에 네 번 요가를 하고 남는 시간에 책을 쓰고 온라인으로 물건을 판다. 반면 요즘 주식에 흠뻑 빠져있는 남편은 주식장이 열려있을 땐 공부 및 개인 투자를 하고 장이 마감되면 공부한 걸 유튜브에 공유한다. 다행스럽게도 출판 계약을 했고, 매출은 매달 늘어났으며 유튜브 광고 수익이라는 성과가 나와 지치지 않고 있다.

남편이 증권 회사에 다녔다고 하면 다들 주식으로 돈 좀 벌었겠다고 한 마디씩 건넨다.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에 사놓은 종목들 마이너스가 극심했던 건 공공연한 비밀인데, 요즘 투자한 것들로는 손해를 메우는 정도다. 운이 좋은 때엔 생활비만큼을 번다. 나 역시 출판 계약을 했어도 계약금이 없으니 책이 세상에 나올 때까진 책 수익은 0이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지만 부모님 일을 돕는지라 내 수중으로 떨어지는 건 없다. 둘이서 회사를 다닐 땐 매년 1억 이상은 벌었다 치면 수익은 거의 십 분의 일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세계여행을 다녀와 물욕이 없어졌고 한 달에 백만 원 이하로 사는데 큰 불편함도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언제까지 이렇게 적게 벌며 살고 싶지는 않다. 우리 부부는 아이도 좋아하고 강아지와 고양이마저 좋아한다. 부모님 집에서 독립하고 충분한 수입이 생긴다면 가족들을 하나씩 만들고 싶다. 이들을 다 행복하게 책임지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게다가 여행을 하며 절절이 느낀 건 돈은 많을수록 편해진다는 자본주의 논리였다. 돈은 적어도 행복하게 살 수는 있지만 많을수록 좋다.






감사하게도 돌아오니 함께 일을 해보자고 찾아주신 분들이 계신다. 그런데 웬만하면 모두 마음만 받았다. 하다 보면 나름 재미는 있을 것 같은데 기회비용에 비해선 효용이 크진 않을 것 같아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어 나왔다는 마음에만 집중해 내린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은 불편했다. 주기적으로 입금도 못 받으면서 무슨 배짱으로 반려하는지 남편과 우리가 너무 세상 물정 모르는 건지 서로 자문하던 밤도 있었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낮이든 밤이든 자고 싶을 때 자고, 좋아하는 사람만 골라 만날 수 있고 친정 가족들과 함께 부대끼며 사는 지금의 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그런데 언제고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 얼른 수익을 늘려 프리랜서든 전업 투자자든 길을 정하든지, 아니면 다시 예상 가능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회사원으로 돌아가든지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몇 달간 더 나를 믿어보고 싶은데 급해져서 쉬운 선택을 할까 봐 가끔 겁이 난다.

성과가 없으면 아무래도 가봤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회사생활을 돌이켜보면 크게 좋지도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급한 일이 없던 날엔 동료들과 커피도 오래 마시고 멀리 점심을 먹고 온 적도 있다. 늘 사람과 부딪힌 것도 아니고 싫었던 사람들도 장점은 많았다. 다시 회사 생활을 하게 되면 이전엔 몰랐던 재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전 국민이 투자에 미쳐있는 요즘 같은 때 고정적인 월수입이 있다면 훨씬 빠르게 돈을 굴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회사원이 최고의 직업일 수도 있다.

집을 얻지 않고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이유는 아무 곳에도 묶이고 싶지 않아서다. 물리적인 제약이 생기면 할 수 있는 일도 따라 제한된다. 만약 목동에 집을 얻었는데 판교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면 출퇴근 시간은 지옥이 된다. 집을 어디에 얻을지 정하려면 회사로 돌아갈지 아니면 지금처럼 프리랜서의 길을 걸을지 선택해야 한다. 선택을 위해선 빈도 높은 성취의 순간이 필요하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급해졌다는 이유로 차선으로 가지만 않았으면 한다. 할 만큼 끝까지 해보고 안되면 그때 선택하면 된다. 주말 내내 풀어졌던 마음을 곧추 세워 8월은 조금 더 그 길에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덕분에 작가의 꿈을 이뤘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