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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Feb 07. 2022

40kg이 5톤으로. 맥시멀리스트의 최후

제주 이사 두번하다가는 골로 가겠다.

주간 백수부부 2022 시즌7. 10화 글쓴이 남편(파고)






많이 늘어난 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많을 줄이야.

제주에서 늘어난 우리의 살림살이 얘기다.


작년 1월 제주로 내려올 때만 해도 우리 짐은 분명 차 한 대에 다 실렸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짐이 자가번식을 한 것도 아닌데 차 한가득 실어 새로 이사할 집으로 옮기기를 두 번이나 했음에도 아직도 옮길 짐이 수두룩하다. 쇼핑도 잘 안 하는 우리인데 도대체 이 많은 짐이 언제 이렇게 늘어났나 싶다.



해도해도 끝이 나지 않는 짐정리. 이렇게 짐이 널부러져 있는데도 햇갈가득 아름다운 우리의 제주살이 첫집.



하지만 이건 맛보기에 불과했다.

세계여행을 떠나면서 처갓집 창고에 쌓아두었던 신혼살림을 이번에 이사를 가는 집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사견적을 내보니 무려 2.5톤에 달하는 짐이었다. 4년 전 창고에 올린 뒤로는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살림살이들이었다.

감사하게도 장인·장모님이 그동안 맡아주셨기에 아무 걱정 없이 잘 보관할 수 있었다. 서울에 있는 짐을 제주로 내릴 때도 장모님이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신경 써주신 덕에 우리가 서울에 올라가지 않고도 짐을 제주로 보낼 수 있었다.




이사짐을 옮기던 토요일에는 제주에 눈이 꽤 많이 내렸다. 눈 오는날 이사하면 부자가 된다는데 우리가 부자가 되려나 보다.


그리고 이번 주말 드디어 우리의 모든 짐이 새로 이사갈 집으로 모였다.


우리는 아침부터 분주히 살림살이들을 차에 가득 실었고, 서울에서 보낸 살림살이들은 대형 화물운송차에 실려 왔다.

물밀 듯이 밀려 들어오는 짐 더미 속에서 이걸 언제 다 정리하나 싶었다.


여행할 때는 둘이서 각자 배낭 하나씩 40kg에 모든 짐을 싣고 세계를 돌아다녔는데 정착해서 살려니 필요한 짐이 끝도 없었다.

손은 느리고 생각만 많은 나는 이것 하다가 저것 하다가 일이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는 금방 안방 정리를 마치더니 그새 부엌정리도 얼추 끝내놓았다.


본인도 스스로 짐 정리에 재능이 있음을 느꼈는지 끝내고는 나보고 "아무래도 내가 이삿짐 아주머니들만큼 정리를 잘 하는 것 같다"라고 너스레떨었다. 아내 덕에 짐 정리도 조금씩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형이지만 SUV인 니로. 뒷좌석을 접으니 트렁크까지 짐이 한 가득 실린다. 문제는 이게 두 번째라는 것.


니로에 실린 짐이 맛보기 였다면 서울에서 내려온 우리의 신혼살림은 본진이었다.


화물차 한켠을 가득 메운 우리의 신혼살림들. 제주에 이 많은 짐을 다 가지고 내려왔으니 이제 우리도 도민이다.


손이 빠른 아내가 있었음에도 원래 살던 곳을 깨끗이 정리하랴, 새로 이사갈 집에 이삿짐을 정리하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이사와 짐 정리에 압도당한 우리는 이사 두 번 하다가는 골로 가겠다는 말을 주말 내내 반복했다.


맥시멀리스트의 최후는 이삿날이었다.

짐 정리를 하며 이번 기회에 필요 없는 짐을 싹 다 버리고 간소한 살림살이를 유지하겠다 다짐했다.


당장 새로 이사가는 집에 둘이서 일할 긴 책상이 없어서 처음에는 구매를 고민했는데, 이삿짐을 정리하고 보니 사고 싶을 때마다 오늘의 노동을 되새기며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야겠다 다짐했다.

짐 정리가 끝나는 대로 당근마켓에 필요 없는 짐을 처분하리라.

5톤 가까이 늘어난 짐이 두 배낭에 다 들어갈 만큼 줄지는 않겠지만 2.5톤 트럭에는 들어갈 수 있도록 줄여봐야겠다.



백수부부의 제주살이 두 번째 공간. 거실로 들어오는 햇살이 아름다운 집이다.


이삿짐 아저씨들이 박스만 덩그러니 거실에 내리고 책장도 조립해주지 않고 떠났다.



하지만 손이 빠른 아내와 손은 느리지만 생각이 많은 내가 이틀동안 열심히 일한 덕에 조금씩 짐 정리도 마무리되고 있다.


이사하는 날에는 역시 짜장면. 난산리에 위치한 <삼춘반점>은 제주에서 먹은 짜장면 중 가장 맛있는 맛집이었다.
새로 이사가는 집 정리보다 더 시급했던 지금 살고 있는 집 청소. 집 청소를 하니 쓰레기와 분리수거가 차 한가득이다.






백수부부의 글은 월, 목요일 오전 8시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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