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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일기

[D-170]커피한잔에 담긴 사내정치

잘보이고싶으면 커피를 사세요

by 망샘


직장인들에게 '커피 한 잔'이란,


졸려 죽겠는데 돈을 벌어야 하니 잠을 깨기 위해 들이키는 전투식량,

전 날 회식 후 늦게까지 달린 동지들과 좀비처럼 카페로 걸어가 어제밤을 추억하며 해장하는 시간.

혹은 잘보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4천원으로 점수를 살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혹은 편의점커피라도 상사의 취향을 알고 그 커피를 미리 사놓으면 또 그렇게 좋아하지.





함께 팀미팅을 하고 점심을 먹은 후 커피를 사서 들어오는 길에 미팅에 불참한 높은 분을 마주쳤다.


자기 돈 안쓰고 남의 돈으로 얻어먹는 걸 좋아하기로 유명한 그 분은 역시 만나자마자


"내거는??????"


라며 눈을 반짝이셨다.


예전같았으면 내가 먹던 걸 빨대를 빼서라도 줬겠지만 당황한 표정으로 일관하며 상황을 모면했다.


사서 드세여.....





생각해보니 신입사원일 때부터 2~3년간은 연구소에 올 때마다 커피를 사들고 출근을 했었다.

'내가 이 사람한테 잘보여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니까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자발적으로 기쁜 마음으로 사비를 털어 자발적으로 나보다 3~4배 연봉을 받는 분들께 커피를 사드렸다. 그때마다 그분은 나의 센스를 높이 사며 참 좋아하셨드랬지.




아 순진하고 귀여웠던 어린날이여-




6년차정도되면 내가 어떤 말과 행동을 했을 때 예쁨을 받을지 대강 감이 온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이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자유가 있다.



그리고 이제는 커피를 전투식량이 아닌 순수하게 음료로서 음용할 수 있는 날도 5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 회사생활을 오래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커피 사는 걸 아까워하지'말라고 감히 조언을 드립니다. 4천원으로 쉽게 마음을 살 수 있는 회사생활의 팁입니다.


자기 집 앞까지 데릴라 오라는 거지같은 요구에 집 앞에서 몇 십분 전부터 기다리면서 커피까지 미리 사서 음료대에 꽂아놓는 동료분의 센스를 보며 또 한 번 느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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