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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일기

[퇴사D-1]오지않을 것 같던 날이 왔다

이상하다. 기분이 이상해

by 망샘

손꼽아 기다리던 그 날이 드디어 왔다. 퇴사의 날!

절대 오지않을 것 처럼 더디게 흘러가는 시간이 어느새 눈깜짝하니 흘러갔더라.


꽤나 오래 전부터 퇴사 소식을 전했고, 인수인계도 해와서 마지막 날엔 인사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왠걸, 공과 사를 넘나들며 사용하던 전자 기기들에서 반납하기 전에 내 흔적들을 지워야한다. 메모에서부터 사진까지 백업하는데도 하세월이 걸렸다. 법인 핸드폰에 남아있는 내 개인 정보들과 사진들을 옮기는데 밤을 새울 지경이다. 역시 ‘미리미리 했으면...’ 이라는 무의미한 후회도 든다.



퇴사를 먼저 한 남편은 시원섭섭하지않고 시원하다고만 했는데 나는 조금은 싱숭생숭하다. 사실 답이 나오지않는 비즈니스, 그릇이 간장 종지만한 사람들을 보면 시원하기만 하지만 회사 생활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였기에.


꼬박 5년하고 3개월을 성실하게 일한 회사를 떠나려고하니 참 정리할 짐도, 사람도 많았다. 좋은 말만 듣고 떠나기에 다행이다. 미련없이 후련하게 마지막을 맞이해야지.


오늘 송별회식을 하며 늘 그렇듯 어느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한 마디 하라며 자리를 만들어줬다. 생각했던 말이 많지는 않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더 하다간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말을 아꼈다. 참 별 것도 아닌 말인데 하여튼 마지막이라는 건 사람을 참 멜랑꼴리하게 한다.


유종의 미, 는 잘 거둔게 맞겠지?

명함은 버려야하나? 명함이 뭐 그리 많은지...

빠뜨린 것 없이 쿨하게 안녕할 수 있겠지?


드디어, 이제 정말 빼도박도 못하는 백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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