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혁 Feb 05. 2022

추락

at the River road and Falls road

중년의 브르넷 여인

우아하고 단정한 고급 슈트 정장을 입고

신호등 앞에서 구걸을 한다


차분한 외모와 푸른 눈빛에

술이나 마약은 묻어 있지 않았다


신호가 들어오고

나는 좌회전을 한다

그녀는 우측 횡단보도를 건너려

들의 반대방향을 걷는다


사이드 미러에

여인의 뒷모습이 스쳤다

절룩거리는 오른발의 구두 힐이 없었다


제발,

왼발의 구두 힐도

때어 낼 용기를 갖길 바랬다


나의 좌회전은

뒤차의 헝킹에 가속을 해야 했고

절룩이는 여인의 걸음은

우회전 횡단보도를 걷고 있었다


미러 속으로 빨려 드는

추락의 가속에

여인은 빠르게 점이 되어갔다


갑작스러운 배우자의 사별

가족의 중병으로 인한 의료비

투자의 붕괴

..

적지 않은 중산층 사람들도 파산을 한다

  

순연한 마지막 낙하의 잔인함은

추락을 인식하는 것이다


언제든 추락할 수 있는 외줄 위에서

끊어지지 않길 바라면서도

왜 외줄이어야만 하는지

왜 그 높이에 서있어야만 하는지

묻지 않는다


결국 마지막에

피 마르던 원죄를 정산한다




River Road와 Falls Road가 만나는 사거리는 메릴랜드 주의 Potomac이라는 타운에서 통행이 분주하고, 쇼핑몰이 몰려 있는 장소다. Potomac은 메릴랜드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서도 가장 부유한 타운 중 하나다. 지난 20년을 River Road와 Falls Road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다. 이 사거리의 신호대기 중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 혹 낯익은 셀럽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끔 홈리스들도 구걸을 한다. 자본주의 종주국의 심장답게, 빈부의 차는 여기도 선명하다. 어느 날, 재규어 컨버러블에 어울릴 외모의 중년 여인이 마치 대기업 중역 회의를 막 마치고 나온 차림으로 홈리스들 일상의 자리에 서있었다. 구걸의 사연을 적는 홈리스들의 카드보드도 없이, 영혼이 빠진 눈으로 물끄러미 서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창문을 내리고 그녀에게 지폐와 동전을 주고 있었다. 우회전만 하는 사회에도 좌회전 신호가 있다.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은 우회전을 해야 하는지, 좌회전을 해야 하는지, 퇴근길의 단상은 라디오의 북한 미사일 뉴스에 오픈 앤드로 급속히 증발해 버렸다.

Bunker Hill Monument  Boston, Massachusetts  July 30, 2016


작가의 이전글 로드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