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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형태

by 벨찬

육아를 하다 보니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아내와 보내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나와 아내 중 한 명은 항상 선이 곁에 있어야 하니 둘만의 데이트는 사라진 지 오래다. 가끔 셋이 함께 밥을 먹거나 산책을 할 때도 있지만, 모든 것이 선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아내와 긴 대화를 나누기가 어렵다. 신혼 때 '우리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며 들였던 퀸사이즈 침대도 이제는 1인용이 되어버렸다. 한 사람은 늘 선이 옆에서 잠들기 때문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 일은 두 어른이 힘을 합쳐도 벅찬 일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돌보는 데 온 힘을 쏟느라 부부가 서로를 세심히 챙기는 데는 소홀해지기 쉽다. 나 역시 하루 종일 선이의 모든 것에 신경 쓰다 보면 정작 내 옆에서 똑같이 지친 아내의 마음을 읽어주지 못할 때가 많다.


결혼 전에는 내가 아내의 든든한 버팀목이고 기댈 언덕이라고 자신했다. 선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도 남편의 역할에 소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육아를 하면서 깨달았다. 나는 생각보다 약하다는 것을. 선이를 돌보느라 이미 지쳐 아내를 세심히 살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오히려 아내에게 힘이 되어주기보다 내가 훨씬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도 아내는 직장인의 역할까지 감당하면서, 선이를 돌보느라 지친 내게 묵묵히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고 내가 푹 잠들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있었다. 선이라는 새로운 존재는 우리가 스스로 완벽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육아라는 바다를 함께 헤엄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물리적으로 함께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하나의 가정을 일궈가고 있다. 둘이 함께 만든 지붕 아래에서 소중한 한 생명을 키워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관계는 더욱 견고해졌다.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어려움들조차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함께여서 가장 좋은 점은 둘만 아는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이 하나 있는데, 그것을 아는 사람이 오직 우리 두 사람뿐이다. 함께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런 별을 품는 것과도 같다. 그 비밀스러운 아름다움이 우리 사이를 얼마나 특별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선이를 키우며 함께 울고 웃었던 순간들이 하늘에 떠 있는 반짝이는 별들처럼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만약 이 아름다움을 혼자만 알고 있었다면 어딘가 외로웠을 것이다. 이 모든 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지금은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가 선이에게 집중되어 있지만, 선이가 자라면 다시 우리 둘만의 시간이 돌아올 것이다. 당장은 둘만의 시간이 그립지만, 동시에 지금의 순간들이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 선이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사랑의 새로운 형태다. 서로를 향한 사랑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 깊어지고 넓어진 것임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이 우리를 더 단단한 부부로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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