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자산일까에 대한 고민

by 이진

실거주 1채.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위 단어를 갖고 싶어 한다. 의식주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낱말이자 우리 삶의 안정감을 얹혀주는, 발음조차 거룩한 단어다. 이 실거주 1채엔 기실 더 많은 의미가 투영돼있다.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개념이 기저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실거주 1채를 보유하는 순간부터 자산의 '가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자산인 만큼 가치의 등락, 특히 락(落)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들어 부동산 관련된 뉴스는 아포칼립스라도 온 듯 악재만 쏟아져 나온다. 거래가 얼어붙고, 일부 수도권 단지에서도 실거래가가 종전 최고가에 비해 몇천씩 떨어졌다, 금리 인상기에 맞물려 영끌족들은 어쩌나 등등. 영혼 끌어 집을 산 1인으로써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전혀 불안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실거주 1채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재이고, 영혼 끌어 대출을 받았지만 영혼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나랏님이 제한해주신 한도 폭에 맞췄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제로금리 시대에서 이제 오르기 시작한 만큼 여전히 이자는 낮은 편이다. 우리 부부의 소득으로 풍요롭진 못해도 올라가는 비용에 맞춰서 충분히 살아갈 여력이 있다.


작년부터 나는 매일 경제 뉴스를 읽고, 재테크 관련된 도서와 유튜브를 챙겨 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을 조금씩 세웠다. 그 과정에서 실거주 1채라는 꿈만 같던 단어를 쟁취할 수 있었다. 집을 사고 약 1년이 다 되간 지금은 부동산 시장은 1년 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그동안 내가 체득하고 정립한 기준 덕분에 속세의 잡음에 의연히 대처하는 방법도 점차 터득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은 여전히 시끄럽다. 올해 읽었던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비롯된 고민이다. 저자는 말한다. 집은 자산이 아니다 라고. 처음 읽었을 때는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가 싶었다. 뱅킹 어플에도 당당히 내 집 시세가 반영되어 자산 목록에 자리잡고 있는데 말이다. 궤변같던 그의 말은 책을 읽고 난 뒤 반년이 넘은 지금에서야 차츰 깨닫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자신의 집을 자산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로버트는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 가므로 집은 부채라고 가르친다. 세금과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가치가 떨어질 뿐 아니라 집에 돈이 묶이면 다른 다양한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다. 투자경험을 통한 학습의 기회를 놓치는 것은 또 어떠한가.
그렇다고 더 큰 집을 사지 말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다만 그런 집에 들어갈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현금흐름을 생성하는 자산부터 먼저 구입하라는 의미다.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中


부자 아빠 부자 엄마-1.jpg 중산층과 부자들의 현금흐름


저자가 말하는 '현금흐름'에 집중해봤다. 다행스럽게도 처음 집을 샀을 때보다 실거래가, 호가는 모두 올랐다. 가치는 올랐지만 이 집에 수반되는 세금과 각종 비용은 조금씩 오르고 있다. '중산층'이라는 신분이 꽤 낭만적이고 안정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의 현금흐름 구조를 개혁해야만 한다. 기요사키는 위 도표로 간략히 중산층과 부자들의 현금흐름을 나타냈다. 이견의 여지없이 나는 현재 좌측 구조의 현금흐름 속에서 살고 있다. 대출이자와 각종 세금을 상환하고 얼마 남지 않은 여윳돈으로 조금씩 투자를 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따스한 남동향 햇빛이 들어오는 우리집에서 만족한 채, 현금흐름 없이 꽤 오랫동안 중산층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솔직히 현재까지 뚜렷한 답은 없다. 다만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실거주 2년은 채워야 한다는 전제를 갖고서, 내 집인데도 마치 전세만기가 다가오는 것마냥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궁리하고 있다. 지금 이 집에서 나는 부자의 현금흐름을 쫓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하고자 한다.


불교의 무소유 사상은 좋았지만 무주택자로 남기는 싫어 집을 샀고, 집을 사고 나니 부자가 되야겠다는 더 큰 목표가 생겼다. 부자로 가는 길의 첫 걸음은 성공적으로 뗐따고 자부하고 싶다. 그래야만 거친 세상에서 마음을 다잡고 괜찮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는 집을 사기 위해 고민하고 실행했던 것처럼, 이제 실거주 1채라는 든든한 배에 승선한 채로 월급쟁이 부자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항해의 길에 나설 시기다. 우리 가족의 밝은 미래를 위해 더 공부하고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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