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하 Oct 25. 2022

마시자

어나더 라운드(2020)

언뜻 보면 삶에 대한 찬가 같기도, 쾌락에 대한 배격 같기도 한 빈터베르그의 이 놀라운 작품은 한 잔으로는 절대 담기지 않을 인생의 오미五味에 관한 이야기다. 재빠른 시간의 흐름에 힘입어 느릿느릿 퇴적되는 삶의 권태는 주인공 마르틴을 마치 항구의 끝자락에 내던지듯 어느새 자기혐오에 이르게 한다. 이때 술을 필두로 농담처럼 던져진 친구들끼리의 언약은 이내 심리학적 실험의 텍스트로써 영화적 형식을 장악한다. 나아가 이것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며 조금 과장을 보태어 보기에는 그들의 인생 전체에 대한 반환점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나는 와인의 숙성을 기다리는 것처럼 적당한 세월이 지나 소중한 친구와 이 영화를 다시 꺼내볼 것이다. 마르틴과 친구들의 모습이 어느새 크레딧을 기다리는 나의 상태와 일치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온다면 그제야 술의 매혹과 곡진한 삶의 움직임에 몸을 맡길 준비가 되었을 테니깐.

이전 02화 두 번째 얼굴의 음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