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오렌지를 위한 사랑16

혼자되는 연습을 해야지.

by Hugo

-서른두 번째 날1-


[병명]

F21 분열형 장애

[증상 및 병에 대한 소견]

심한 불안, 강박적 사고와 우울, 불면과 망상, 감정 기복이 심하고 정신신체 운동의 저하,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의 증세로 정신과적 진료 중임.

[현재까지의 치료경과]

약물 및 정신치료 중이나 현재도 상기 증상으로 대인관계 및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있음.

[향후 치료에 대한 의견]

증상발현 기간이 3개월로 현재까지는 뚜렷한 F20 정신분열병,

상세불명의 비기질성 정신병적 증상은 없음.

향후 1년 이상 부정, 장기간의 정신의학적인 진료를 요함.


오늘 심문은 포르말린 냄새가 축축하게 차 있는 병실에서 시작했다.


-서른두 번째 날2-


“아내 분은 어떤가요?”

하얀 가운을 입은 여자가 아내의 소식을 묻는다.

우리말이다.

나는 반가워서

“기쁩니다.” 하고 응대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해서 말이 통해서라고 한다.

“아내와 무슨 얘길 하세요?”

나는 깜짝 놀란다.

하얀 가운의 여자는 내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하다.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산타가 마리아에게 들려준 노래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무슨 노래요?”

“당신은 내 모든 것이에요. 영원히, 매일 내 곁에 있는 당신이 필요해요.”

“You're my everything, 산타 에스메랄다의 노래군요.”

에스메랄다라는 이름이 산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나는 또 혼자서 흥얼거린다.

“내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건 깊은 사랑에 빠졌다는 거죠.”

내가 미쳐야 하는 이유다.


-서른세 번째 날-


오늘은 아내와 산책을 했다.

손을 잡고 야자나무가 늘어 선 길을 걸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여자가 한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나는 마음이 들떠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수다스럽게 떠들었다.

아내는 그런 내 모양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혼자되는 연습을 해야지.’하고 나를 나무랐다.

“그럼, 당신은?” 하면은

“다 잊어서 괜찮아” 한다.

그래서 “나도 잊으면 되지” 하니까

한숨을 쉰다.

걸음을 멈추고 한참동안 하늘만 올려다본다.

아내를 따라 허공을 쳐다본다.

날카로운 야자나무 잎사귀 사이로 찢긴 하늘이 파란 눈물방울을 떨어뜨린다.

“나만 잊어”

아내가 잡은 손을 뿌리치고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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